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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콜드플레이 콘서트 이후

by 이가연

콜드플레이 콘서트 이후

소튼에서 배운 게 있다면, 버스 정류장에 사람이 너무 많을 땐 그전 정거장으로 가면 된다는 거다. 당시 친구 덕에 알게 되어 덕분에 집 가는 길이 쾌적했다. 어지간해선 그 도시 그 어느 곳에서도 사람 몰릴 일이 없는데, 수업 다 끝나는 저녁 6시 학교 버스 정류장은 예외였다. 콘서트 갔던 고양종합운동장 수용인원은 4만 명이 넘는다. 어떻게든 사람이 별로 안 가는 쪽으로 일단 걸었다.



곡 쓰는 법

누가 나에게 곡 쓰는 법을 묻는다면, 나가서 상처받고 오라고 할 거다.



ADHD와 충동 소비

ADHD는 충동 소비하는 특징이 있다고 하는데 나는 딱!! 두 가지에만 있다.

충동 비행기표 (기차표)

충동 공연 티켓


이게 뭐가 문제인가 싶어서 냅두고 있다. 충동 쇼핑, 충동 식욕, 충동 알코올 섭취 등은 돈을 쓰고 나서도 허탈할 수 있다. 이건 무조건적인 행복을 가져다준다. 난 다르다고 믿고 있으나, 돈을 잘 못 모으는 건 마찬가지다.



표정 풍부

뭘 불러도 뮤지컬처럼 부른다는 말이 20대 초반까지 엄청 스트레스였다. 뮤지컬 노래 안 부른 지가 언젠데. 거기에도 ADHD가 숨어 있었다. 표정이 그러하다. 예를 들어, 이 영상에서 59초 무렵 '사랑을 주던' 부분에서 느꼈다. 뮤지컬처럼 들린 게 아니라, 보였던 게 아닐까.





그런 '너'라도

노래 제목 보다가 문득 제목에 '오빠'를 넣으면 확 촌스러워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마 속이 느글거려서 내 노래로 예시를 들지 못하겠고, 예를 들어 '사랑하는 너에게'도 '사랑하는 오빠에게'가 되면 갑자기 무슨 트로트 같다.



무서워

그 동네 밤에 많이 무서워했다. 한국에선 해 떨어지고 밖에 있을 일이 예나 지금이나 거의 없다. 일하기를 했나, 친구가 있어서 밤에 술 마시기를 했나. 콘서트 때문에 밤 11시에 집 가는 버스를 타야 했다. 위치도 파주였다. 갈아타는 곳에 사람이 아무도 없고 한적했다. 서울 아닌 티가 났다.


그래, 이 으스스함. 소튼에서 도저히 아무 말도 안 하고는 못 걷겠어서, "무서워 무서워" 거리면서 찍은 영상도 있다.


무서워.

그니까 니가 지금 나랑 전화하고 있잖아.

하던 놈이 있었다. 그걸 습관 들게 냅두면 어떡해. 살면서 그런 적이 없었는데. 서울에서도 밤에 아주 삐까뻔쩍 초등학생도 안 무서울 곳에 살았다. 작년 12월 밤에 소튼 기차역에서 호텔 걸어오는데도 생각 났다.


일찍일찍 호텔 들어오기. 메모.



애증

인생이 애증의 연속이었다. 살면서 느낀 감정 중, 사랑보다 애증이 더 깊었다. 이유는 알고 있다. 나를 바라볼 때도 극단적이었다. 너무 사랑하거나, 너무 미워하거나.


"걔 진짜 xx랑 똑같았다니까요. xx인데 따뜻한 버전이었어요. 고집 엄청 세지, 아주 지 말대로 다 해야하지. 아는 것도 많고 되게 똑똑한데. 조용할 거 같이 생겨가지고 말도 디게 많았어요."

"가연님이랑 똑같은 점은 없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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