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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책 이야기

전념

피트 데이비스 지음, 신유희 옮김 / 상상스퀘어

by 이가연

문장과 감상 나눔에 앞서

영어 원제목을 보면 책이 다시 보일 때가 있다. 이 책의 제목은 'DEDICATED: The Case for Commitment in an Age of Infinite Browsing'이다. 반면 한국어판 부제는 '나와 세상을 바꾸는 힘에 관하여'이다. 이건 원제목을 제대로 담지 못한 부제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봐도, '탐색'이라는 키워드는 반드시 들어갔어야 한다. 책의 1/3이 탐색에 대한 내용이다.




p27 그러나 우리가 진짜 애정을 느끼는 대상, 가령 존경하는 사람이나 소중한 사람 또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인지 살펴보면, 막상 그것이 선택지 열어두기 문화에 속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우리는 하나에 헌신하고 몰입하는 사람들을 사랑한다.

- 분명 남들보다 시작도, 그만두는 것도 빠르다. 그러니 그 와중에 꾸준히 몰입하게 되는 극소수의 것들에 열광하고 놀라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음악이다. 2011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p28 싱어송라이터 조 퍼그의 질문이 옳았다. "그를 과거 속에 사는 사람이라고 부를 순 있겠지만, 좀 더 오랫동안 남는 무언가를 꿈꿨던 그의 바람을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 이 책에서 가장 찡했던 말이다. 이렇게 글로도 옮기니 더욱 심장에 남는다. '나 계속 과거에 매여 사는 거 아닌가, 앞으로 잘 가다가도 계속 뒤돌아보는 거 아닌가' 싶던 적이 많다.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글로 남기고 싶다고 썼던 소설, 발행했다 취소했다 몇 번을 반복하는 중인 브런치 글들, 들숨에 쓴맛과 날숨에 온기가 느껴지는 자작곡들, 여기엔 정말이지 '좀 더 오랫동안 남는 무언가를 꿈꿨던 나의 바람'이 담겨있다.


p138 윌라 캐더의 표현을 빌리면, 예술가는 "자기만의 빛으로 집단의 감정과 경험을 표현한다."

- 사람들은 내 노래를 듣고 각자의 상황에 맞게 이입하여 각기 다른 감정을 느낀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문장을 브런치 소개 글에 적어둔 것처럼, 나는 그 나만의 빛을 소중히 여긴다.


p146 'decide'에 있는 '-cide'는 'homicide(살인)'에 있는 것과 같이 무언가로부터 분리하기 위해 '잘라내다' 또는 '치다'의 의미가 있다. 청년들은 "각기 다른 미래가 담긴 상자가 잔뜩 쌓여 있는 창고"와 같다고 철학자 로베르토 웅거는 말했다. 그러나 그 상자를 모두 가질 수는 없다.

- 얼마 전 유럽에 다녀온 이후로, 앨범이 발매된 이후로, 또 여수에 다녀오고 오디션에 합격한 이후로, 내 앞에 놓인 상자들이 더욱 기대가 된다. (그러고 보니 참 멋진 5월을 보냈다.)


p150 이냐시오적 식별은 마음을 깨끗하게 비운 후 각각의 선택지를 깊이 그려보면서 그때마다 내 감정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느껴보는 것이다. 선택지의 장단점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한 선택지를 고른다고 상상할 때 내 마음이 그것을 지지하고, 응원하고, 평온하게 느끼는가? 아니면 불편하고, 불안하고, 신의 뜻과 멀어진다고 느끼는가? 이것을 고민해야 한다.

- 그래. 타로 꺼내 들기 전에 이게 먼저다. 사실 그렇게 마음을 깨끗하게 비운 작업이 되어야 카드도 잘 뽑힌다. 가만히 잠시 눈을 감고 '내가 지금 뭘 해야 나 스스로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길일까.' 생각해 봤다. 창작이다. 지금 이 시기는 창작에 답이 있다. 올해 상반기 내내 열심히 해 온 것처럼, 계속 그렇게 글 쓰고 앨범을 내면 된다.


p223 우리가 가장 큰 기쁨을 느끼는 순간은 가장 평범한 것일 때가 많다.

- 얼마 전 영국 딱 도착한 첫날에 친구 얼굴 봤을 때가 기억난다. 바로 펍에 들어가서 맛난 음식을 먹었다. 사우스햄튼에서는 수업 청강을 했다. 그런 평범한 것들이 제일 행복했다. 그전으로 가면... 이 글이 떠오른다.




p324 만약 십 년 전에 내가 퍼그의 <Hymn #101>을 듣지 않았다면, 아마 이 책도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 내 노래가 누군가의 삶을 뒤흔들 수 있게 될까. 그럴 수 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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