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이 사랑

전생 체험 후기

by 이가연

최면 시작 전에, 전생을 통해 뭐를 해결하고 싶은지 간단한 상담 후에 진행되었다. 일단 먼저 걔랑 전생에 뭔 연이 있나 궁금하다했고, 그다음이 가족 중에는 아빠, 그리고 어느 국적이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전생에 영국인은 아니었다. 남자는 맞았다. 조선 시대 같았다. 첫 시작은 무슨 해그리드 같은 거인처럼 느껴졌다. 수염도 덥수룩하고 뭔가 상당히 정돈 안 된 느낌이었다. 덩치도 크고 사람들이 가까이하기 어려운 외모로 느껴졌다.

전생의 나는 주변에 사람이 없었다. 젊은 시절 잠깐 하늘색 도포와 갓을 두르고 사람들과 대화 나누는 장면이 스쳤지만, 어린 시절, 중년, 노년에 이르기까지 거의 혼자였다. 그러다 노년 시절을 떠올리니 나에게 큰 바구니를 가져와서 이것 좀 먹어보라고 챙겨주는 이웃집 아주머니가 있었다.

전생의 나를 살갑게 챙겨주던 그 이웃 아주머니가 현생의 엄마였다. 그 아주머니의 한 3살짜리 아들은 현생의 동생이다. 너무 귀여웠다. 그 아이가 재롱을 피우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슬퍼서가 아니라, 뭔가 감격했을 때 나는 눈물이었다. 그러더니 그 아주머니와 아들 생각하면서 막 눈물을 흘렸다.

그 아주머니는 전생의 내가 죽었을 때 유일하게 슬퍼한 사람이었다. 임종을 지킨 게 아니라, 그 아주머니가 평소처럼 집에 음식 주러 왔다가, 그 집 마루에 엎어져서 슬피 울었다. 주변에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기와집으로 상당히 괜찮은 집으로 보이는데, 집에 사람 사는 냄새가 나질 않는다.


그래서 전생의 그 아주머니가 현생에서도 나를 챙겨주고 지켜주고 싶어서 엄마로 이렇게 이어져온 거다.




XX아. 라고 했다. 나는 걔, 얘, 내지는 오빠라고 칭해봤지 절대로 그렇게 불러본 적이 없다. 이름을 불러? 이거는 지금 현 대통령님을 '재명아'라고 부른 급으로 이상하다.


그 애(전생의 나) 이름이 뭔 거 같냐고 하실 때 "XX아" 했다. 7살 남자아이였다.


애가 되게 외롭고 고독하고 주변에 챙겨주는 사람 없고,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었다. 그냥 길바닥에 철퍼덕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 보면서, 혼자 어떻게 놀아야 할 줄도 모르는 모습이었다. 뭔가 미아 같았다. 엄마도 친구도 느껴지지 않았다.

전생에 내가 XX이었던 게 아니라, 전생의 나와 닮아서였다고 설명해 주셨다. 그 아이를 생각하면 뭔가 짠하고, 같이 놀아주고 싶고, 엄마는 어딨냐 여기 혼자 있으면 위험하다 해주고 싶고... 애가 애 답지 않고 뭔가 짠한 느낌이었다.

전생의 내가 너무 주변에 사람도 없고 고독했다. 청년 때 잠깐, 노년에 이웃의 정만 느껴졌다. 그래서 현생에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 그렇게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들 만나고, 온라인으로 소통하고 해온 것이었다. 전생 배경이 거의 다 집 내지는 집 바깥 나무 아래였다. 잘 차려입고 길거리를 자유롭게 춤추듯 걸어 다니던 건 한순간이었다. 대부분 집 마루에 혼자 앉아서 공허해했다. 외롭다, 슬프다가 아니라 '공허함'이 느껴졌다. 텅 빈 느낌, 웃지도 울지도 않고 감정이 무뎌진 느낌이었다.


머릿속 그 7살 아이에게 "XX아 여기서 뭐 해"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전생의 나와 닮게 느꼈다는 것은, 걔도 어지간히 현생에서 주변에 사람이 잘 없고 고독한 인생이란 뜻이다.


조용하고 나이 답지 않은 성숙한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한 사춘기쯤 된 얼굴이 못생긴 건 아닌데... 확실히 잘생긴 건 아니다. 흔히 여자들이 쉽게 호감을 가질만한 얼굴은 아니다. 되게 딱 시골 얼굴이다. (본의 아니게 미안하다.) 그렇다고 걔와 전생의 내 얼굴이 닮았다는 게 아니다.


걔에게서 전생의 내 모습을 본 거라면, 걔도 그 고독과 공허함이 주된 포인트일 확률이 높다. 그걸 옷을 잘 차려입고 잘 꾸미고 다녀서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사는 거 아닐까. 나는 그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방식이 노래인 거다.


그렇다면 걔도 나를 보면서 전생의 자신과 닮았다고 느꼈거나 걔의 전생에 내가 있다면, 인연이 이어질 것이고 나 혼자만 전생의 나와 닮게 느낀 거라면 진짜 짝사랑이다.


그런데 난 걔 전생에 내가 있었다고 본다. 영국에서 처음 만났을 때 모양새가 걔가 나를 챙겨줬다. 내가 걔가 보호자 같은 감정을 느꼈다. 그런데 이게 걔가 특별히 그러려고 한 게 아니라, 어쩌다보니 빨려 들어가서 본인도 당황스럽고 힘들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내가 전생의 7살 나를 보며 "XX아. 여기서 뭐해."하고 싶은 것처럼, 걔도 나를 보며 똑같았을 수 있지 않나.


전생의 나와 닮게 느껴지는 사람이 또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조용하고, 고독하고, 성숙하고, 잘생기지 않은 시골 얼굴 같은 사람 대한민국에 많을텐데.


전생도 여러 개가 있겠지만, 그중에서 가장 현재 내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장면이 보인다. 그러니 전생 체험을 또 하면, 또 다른 장면들이 나올 거다. 가볍게 해볼 만한 비용은 아니지만, 또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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