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ADHD와 나

ADHD와 주의력 (2) 사랑

by 이가연

연애에서 사랑이었던 적이 없어서, 사랑하지 않아서 조절이 안 된건지,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이면 그정도로 짜증이 안 나는지 모르겠다.

사실 정답을 알고 있다. 배 놓쳤을 때 카톡 음성 메시지로 오빠에게 막 얘기했다. 친구가 아니라 걔였으면 웃고 넘겼을 거라고.

대표적인 일상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내 감정에서 바로 못 빠져나온 경우다. 이 때, 친구와 당일치기 여행 가는 것에 대한 설렘과 기대가, 그 짜증을 이길 정도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때 그게 눌리고 안 돌아간 것도 오빠가 ADHD가 잘 참았다고 칭찬해줬다. 진짜 머리가 핑 돌았어서, 한국이었으면 집에 갔을 거 같긴 하다.

그래서 난 사랑하는 게 더 많아지고 싶다. 사랑이 더 커지고 싶다. 그때 확 장소를 뜨지 않은 건, 솔직히 친구에 대한 마음보다는 더 이상 쉽게 올 수 없는 영국에서 이러면 안 된다는 '영국에 대한 사랑'이 작용했다. 내가 이러면 친구도 불편하니 얼른 내가 감정을 풀어야 한다고 머리론 아는데, 머리로는 안 된다.


그냥 애초에 사랑해서 그 정도까지 화가 안 났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웃고 넘겼을 거라는 말이 나왔다는 건, 그 정도로 화날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뭐 비행기 놓쳤냐.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 차있어야 한다. 내가 ADHD니 이럴 땐 이렇게 해야한다는 식으로 머리 복잡하게 예방할 필요 없이, 그냥 가슴이 알아서 잘 했으면 좋겠다.


일상 생활 속 뿐만 아니라, 한 가지에 너무 꽂혀서 문제인 경우도 있다. 영국에 살긴 싫다면서 툭하면 가야겠다고 하고, 차단인 채로 1년 7개월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기다린다고 하면 사람들이 뭔 말을 해줘야할지 몰라한다. 그런데 그건 내가 더 이상 마음을 분산시킬 의지가 없다. 다른 나라에 이력서도 여러번 넣어봤고, 다른 사람을 좋아해봤어도, '역시 내가 꽂혀있던 게 제일 좋아.'만 강화되었다.


단순한 짜증, 화는 바로바로 주의력 분산을 시키면 감정 소모를 줄일 수 있고 기분이 좋아진다. 다만 정말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억지로 주의력 분산을 시키면 더 강력해진다. 그게 지나가는 감정과 차이다.


일이고 사람이고 사랑이고 친구고, 금사빠 금사식에 짜증, 분노를 견디는 역치가 낮은 이 ADHD가 무언가를 사랑한다는 건 엄청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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