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연경 지음 / 필름
p44 "나는 내가 제일 좋아." 이 말을 하기까지, 나를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다시 세우기까지 나는 내 20대의 전부를 바쳐야 했다. 집을 떠나, 사랑하는 사람의 곁을 떠나 나를 지독한 고독 속으로 내던져서 읽고, 쓰고, 울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나'를 깨우칠 수 있었다.
- 20대가 다들 그런 시기인 거 같다. 나는 원체 읽고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지난 6개월만큼 많이 쓴 적은 없었다. 지난 1년만큼 지독하게 괴로웠던 적도 없었다. 지금 나는 내가 너무 멋있는 거 같다. 아직도 내 음악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많지 않고, 원할 때 공연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내가 나를 바라볼 때, 그동안 어떤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왔는지 알아서 존경심이 들 정도다. 나는 내가 진정 좋다.
p50 중요한 건 내가 가치를 어디다 두느냐예요. 직업은 그 뒤에 오는 거예요.
- 때때로 직업이 없다는 불안감이 든다. 그런데, 나는 예술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고, 매일 예술을 하고 있다면 그걸로 된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자기 표현에 가치를 둔다.
p51 나 26살에 이혼했을 때 이혼 후의 삶이 두렵긴 하더라. 안 가본 길이니까.
- 휴학을 3번 했기 때문에, 나는 작년까지 쉬지 않고 학생이었다. 생각해 보니, 졸업장을 작년 12월에 받았으니, 학생 신분 뗀 지 아직 1년도 안 됐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두려운 게 당연하구나. 종종 무슨 시간이 한참 지나고, 한참 뒤처지는 기분이었다. 그 기분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이력이 적혀있는 홈페이지를 자주 들여다봐야 했다. 돈을 버는 사회인의 길은 안 걸어봤으니까 두려운 게 당연하지. (ADHD 디폴트값에... 우울증이 감기보다 더 자주 찾아오는데... 너무 당연하지...)
p87 눈 뜨자마자 '오늘은 행복할 거야.' 다짐했더니 그날은 흐리면 흐린 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좋아다. 행복해지려고 분투를 했더니 놀라울 정도로 행복해졌다.
- 어제 자기 전에 빨리 내일이 오기를 바랐다. 얼른 내일이 와서, 서점 가서 포토 포켓앨범 사고, 애들 영어 가르칠 책 고르고, 책 읽고 오고 싶었다. 정말 별 일 아니다. 그런데도 얼른 내일이 왔으면 싶었다. 나는 핸드폰 캘린더 앱을 열었을 때, 뭔가 답답한 기분이 든다면 번아웃 직전이라고 경고를 준다. 이건 영국에 있을 때도 그랬다. 분명 내가 좋아서 하는 일로 채운 일정인데, 일정을 다 밀어버리고 싶을 때가 종종 있었다. 그래서 '내일이 너무 기대된다!'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면, 그게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그 마음을 유지하면, 날씨와 상관없이 아침에 눈 떴을 때 행복하게 될 거다.
p154 나는 용기 있는 사람이라 그럼에도 여전히 사람을 믿고, 사랑을 믿는다. 사랑을 쟁취하겠단 용기 말고, 상처받을 용기. 한 사람에게 특별함을 부여하는 것만큼 나를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없다. 나는 너를 사랑함으로써 특별해진다. 사랑은 나를 위해서 하는 거다.
-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구절이다. 그 사람을 특별하게 여기는 만큼, 내 앨범도, 음악 인생도, 글도, 나아가고 있는 나도 특별해졌다. 벌이도 없는데 한 명을 감동시키겠다며 지속적으로 노래를 발매하고, 도무지 잊히지 않는 상처를 치유하겠다고 최면 상담을 받는 게 흔한 일은 아니지 않은가. 영상 하나, 글 하나, 다 진심 어린 실화가 담겨서 특별해졌다. 그게 AI는 못하는 창작이고 콘텐츠다. 그리고 그 모든 행동들은, 어떤 피드백을 들어도 감당하겠다는 상처받을 용기에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