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ADHD와 나

ADHD 약 이틀 차

by 이가연

ADHD 약 이틀 차다.

기분이 좋다. 그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든다. 니네 지금까지 이런 뇌를 가지고 나한테 뭐 "할 수 있다." 한 것이냐. 아니, 나는 할 수 없었어 이 shakeit 들아. 뇌를 갈아끼워야하는 문제였다고.

내가 지금 약을 먹는다고 ADHD가 아닌 것이 아니다. 나는 비록 '이게 비 ADHD인의 삶?'이러고 있지만, 이것도 똑같은 게 아니다. 마치 내가 눈 나쁘던 시절이 떠오른다. 눈이 하도 나쁘니, 렌즈 끼면 0.3 밖에 안 보이는데도 난 문제를 잘 못 느꼈다. 검사 해서 0.3 밖에 안 나오니 충격 받았다. 0.3 이면 어떤 사람들은 눈 나쁘다고 안경도 쓸 시력이다. 맨 눈으로는 눈 앞에서 "이거 몇개야?"해도 손가락이 두 갠지 세 갠지도 흐릿한 나였으니, 0.3도 너무 잘 보인다고 생각했던 거다.

ADHD 약의 효과를 느끼며 '이 사랑' 매거진에 글을 썼다. 약은 걔 생각을 안 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증상을 줄여준다. 생각할수록 진작 작년 여름부터 약이 필요했다. 진짜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8월에 영국 갔는데, 약의 효과를 느낄 때마다 그 생각이 나서 안타깝다. 아주 사서 고생했다. 이제 그럴 일 없을 거다.

지난 2-3주 동안 웃는 날이 많아졌지만, 그래도 그 웃음 뒤에 슬픔이 서려있다. 그리고 그 슬픔의 크기는 일상에 영향을 미친다. 약을 먹으니 감당 가능하다. 그럼 그렇지. 도대체 세상 사람들은 이런 아픔을 느끼며 어떻게 직장 다니나 싶었다. 작년 하반기의 내가 아무리 당장 먹을 게 없었더라도 돈을 벌 수 없었다. 아무 때나 심장 부여잡는데 무슨 일을 해요. 내가 어떻게 살아있는 줄도 모르고 자꾸 아빠 회사에서 일하라고 해서 짜증 났다.

ADHD 약효과가 3시간 가는지 4시간 가는지는 이것으로 판단하면 되겠다. 익숙한 '윽'하는 느낌 있으면 약효 떨어진 거다. 쌍노무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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