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16 본머스 도착

by 이가연

기차 여행은 시간 낭비가 아니다. 한국은 창 밖이 그닥 안 예쁜 반면, 영국은 양과 말도 쉽게 보인다. KTX와 비교했을 때, 거의 유일한 장점이다. 그래도 오늘은 정시에 출발해서 마음 속으로 박수 쳐줬다.

역시 본머스다. 호텔 가격이 런던보다 더 저렴했는데, 룸 컨디션은 두 배로 좋다. 다만 냉장고는 없다. 4성급인 소튼 호텔도 다 그랬다. 하지만 이제야 좀 호텔 답다. 어제는 일본 호텔보다 좀 나은 수준이었다. (일본 호텔은 방이 무지하게 좁다.)

오후 5시인데 런던에서 본머스로 이동한 것 말고는 오늘 한 게 없다. 12시에 호텔에서 출발했고, 기차만 거의 2시간을 탔다. 오늘은 휴식이 필요하다고 느껴졌는데, 사실 기차 2시간 탄 것도 엄밀히 보면 휴식은 아니다. 그래도 호텔 컨디션이 훨씬 좋아져서 뿌듯했다. 역시 앞으로는 아랫 동네를 베이스 캠프 삼고, 런던은 하루만 당일치기하는 게 좋아보인다.

내일모레는 라이프 드로잉 클래스를 예약했다. 토토로 연극도 직전에 예약했다. 이게 영국이 좋은 이유다. 이미 많이 해봤기 때문에 즉흥으로 뭔가를 예약하기 쉽다. 처음 라이프 드로잉을 해봤던 건 2023년 12월 파리에서였고, 그때 너무 좋았어서 영국에서도 알아보고 갔었다. 이런 건 한국에 절대 없을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 필. 그 날이 걔가 나를 차단한 다음날인가 다다음날이었어서 중간에 나왔다. 중간에 나와서 버스 타고 가면서 오열했던 거 나 아직 생생해요.

그 기억도 이제 덮자.


여기 나온 한국 놈이 바로 그 놈이다. 이런 거 보면 나도 어지간히 짜증 났던 거 같은데, 티피컬 한국인이라 생각한 거 같은데, 너무 미화된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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