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내가 갈매기를 좋아해서 신기하다고 했다. "으잉 귀엽잖아." 했더니 여긴 비둘기보다 갈매기를 싫어한다고 한다. 한국은 비둘기보다 갈매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알고보니, 갈매기는 먹을 걸 뺏어가는데 비둘기는 아무런 해를 안 끼치니 그렇다고 한다. 갈매기가 감자튀김, 버거를 물어가는 일이 생기다니, 감자튀김은 그렇다쳐도 버거는 상상이 안 된다.
오늘은 아침 먹고 서점 가서 책 읽었다. 그러곤 낮 동안 내내 호텔 방에서 창 밖을 보고 앉아있었다. 점심은 오렌지 주스로 대신하고, 저녁은 친구와 피자를 먹었다. 점심을 안 먹어서 그런가, 저렴한 가격에 먹어서 그런가, 피자가 마음에 들었다. 그냥 1인용 파스타도 20파운드하는데, 둘이서 먹은 피자가 20파운드하다니 좋았다.
예전 사진 보니까 걔랑 피자도 먹었던데. 피자를 무슨 수로 이쁘게 먹었지. 친구 앞에서는 점심 굶었다고 폭풍 흡입했는데, 아마 어지간히 천천히 먹었을 것이다. 내가 봐도 좀 입에 다 묻히고 난리나며 먹는다.
워딩 바닷가 바로 앞 호텔 잡은 건 정말 잘했다. 어제오늘 워딩 밖을 못 벗어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바닷가는 충분히 눈에 담았다. 한국도 이런 바다 보려면 서울에서 2시간은 가야한단 걸 기억하며, 나가서 못 걸어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노력했다.
날씨가 안 좋을 땐 에너지가 있어서 이곳저곳 돌아다닐 수 있었다. 어제오늘은 발바닥이 이미 사망했지만, 날씨가 좋으니 앉아서 바닷가만 봐도 되었다. 그렇게 따지면 날씨 운이 좋았다. 오늘도 5천보밖에 안 걸었다.
내일 이제 한국 돌아간다. 막판 힘내서 런던 돌아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