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학 개그
걔도 이렇게 히스로 공항 왔다 갔다 했겠구나.
그렇겠지. 걔 포함 수 억 명이...
"대부분의 제 노래는 다 짝사랑이에요. 왜냐하면 데이트해 본 경험이 별로 없거든요." 같은 말로 웃기는 게 딱 영국 유머다. 자학 개그, 이건 미국 쪽이 아니라 딱 다크 한 영국이다. 영국 유머와 미국 유머의 결이 다르다.
내 마음 가지고 자학 개그하는 것에 은근 중독되었다.
기도 주의 사항
세인트 폴 대성당에 초를 켜고 왔다. 입장료가 상당히 비쌌는데, 진짜 30분 보고 나왔던가. 발이 너무 아팠다.. 내가 왜 여길 그동안 안 와봤는지 다시금 깨달았고, 역시 미술관보다 박물관을 좋아한다며, 입장료가 아까웠다. 대성당이라기보다 진짜 박물관 느낌이었달까. 평일이라 사람이 없을 줄 알았더니, 학교에서 현장 학습 나온 애들로 바글바글했다.
그 와중에 초 하나 켜고 온 건 뿌듯하다. 소원은 구체적으로 잘 빌어야 한다. 예전에 영국 살 때, 윈체스터 대성당에서도 엄청 빈 적이 있다. 작년 1월에 아주 제발 제발 제발 걔한테 한번만 메시지 오게 해달라고 빌었다. 이야... 오긴 왔는데 겁나게 뭐라 했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소원은 구체적으로 빌어야 한다.
하늘이 내 편이라면
하늘이 진정 내 편이면, 걔 출퇴근 길에 '가연' 결혼정보회사 전광판이 떡하니 붙어있으면 좋겠다. 예전에 교대역 살 때는, 항상 3호선 타러 내려가는 길에 크게 있었다. 내 이름이라서 그런가, 은근 자주 눈에 띈다.
인간적으로 유튜브 알고리즘에도 내 영상이 뜨게 해줘야 한다. 얼마 전 불꽃축제 쇼츠 영상 다섯 개 중 두 개가 2천 회를 넘었다. 찔리라고(?) 만든 영상 80개 중에 하나라도 쇼츠 탭 넘기다가 휙 안 나왔으면, 하늘이 너무너무너무 무심하다...
그다음은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카페 가서 내 노래가 나오는 거다. 아주 간혹 들은 얘기다.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영상 중에 내 노래가 수록된 것들이 있다. 이건 내가 더 분발하자. 유명해져라.
저 미치지 않았죠? 확실하죠?
계속 드라마 '폭군의 셰프' 시청 중이다. 5화부터 흐뭇흐뭇, 므흣므흣한 장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우악 대박' 했던 장면이 있다. 이거 말이 참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누우니까 똑같다고 생각했다. 원래 사람이 누우면 얼굴이 찌그러져서 좀 더 못생겨 보인다.
아니 내가 '뇌'가 맛탱이가 간 거지, 시력이 안 좋은 건 아닌데. 진짜 맞게 보는 건지 궁금하다. 단도직입적으로, 당사자 어머님도 아드님 하고 저 배우님이 닮게 보이시는지 궁금하다. 아니다, 여자 형제도 인정하는지 궁금하다. 내 기억으로 걔가 여자 형제가 있다. 여동생인지 누나인지 살짝 기억이 안 나는데, '첫째인 줄 알았는데 아니네. 아, 나한테 오빠라서 첫째인 느낌이었나.'라고 생각했던 거 같다. 가족 얘기를 거의 안 했다. 이것도 기억을 정말 짜낸 것이다. 아무튼, 보통의 여자 형제는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하므로 정확하다.
온몸의 전율
걔 덕분에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얻은 게 많다. '아직, 너를' 마지막 후렴을 제외하고는, 실제 공연에서 소름을 느껴본 적이 없다. 영국 노래 메들리를 연습하면서는 소름을 느껴봤다. 보아하니, 그 노래에 엮인 나의 감정이 중요해 보인다. '아직, 너를' 노래도 딱 그 '아직 너를 사랑해서 지울 수가 없는 거야' 파트만 그러하다.
런던 첫 공연 때 그 전례 없는 소름을 느끼며, '내가 마약은 안 해봤어도 지금 간접 체험한 거 같은데' 싶을 정도였다. 단점으로, 이걸 계속 갈망하게 될 것도 알았다.
그 전율, 이건 혼자여서 겪는 것 같다. 그리워하며, 온몸으로 노래하는 내 모습에 불타는 거다. 스스로가 나뭇장작이 되어 타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 느낌이 들 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음정이 흔들리지 않게 중심을 지켜야 한다.
나중에 안정적인 사랑을 하게 되면 어찌 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