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로원에 어머니를 남겨두고 차마 발걸음을 돌리지 못하는...
노인주거복지시설인 양로원에 근무했을 때에 잊혀지지 않는 모습이 하나 있다.
멀리서 어머니를 모시고 와서 입소시킨 어느 아드님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때는 계절의 여왕, 5월이 아름다운 자태를 한껏 뽐내는 그런 날이었다.
날씨도 정말 좋았고, 산들바람이 기분 좋게 머리카락을 살랑거리는 그런 날이었다.
사무실 창문 너머 보이는 수풀 속에서는 아침부터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새로 오실 어르신을 맞이하기 위해 아침부터 분주하게 기관의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이곳은 00산 자락에 자리 잡은 양로원으로 빽빽한 도심 속에 자리 잡은 양로원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넓고 공기도 좋았으며, 아름다운 정원에는 꽃이 만발하였다. 조금만 걸어 나가면 텃밭과 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었고, 무엇보다 사계절의 변화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곳이라 아름답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곳이기도 하였다.
장거리 출퇴근하는 나에게는 어려움이 있는 곳이었지만, 눈만 오지 않는다면 정말 좋은 경관을 가진, 그림엽서의 한 장면이 연상되는 그런 곳이었다.
준비를 마친 나는 따뜻한 햇빛이 내리쬐이는 사무실 앞마당에서 한껏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마침 시간이 다 되어 가는지 낡은 크림색 중형차 1대가 먼지를 일으키며 언덕길을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이내 원 내에 도착한 차에서 자그마한 체격의 할머니 한분과 며느리인듯한 40대의 여자 1명이 내렸고, 뒤이어 작은 키에 한쪽 팔에 편마비가 있는 듯한 남자 1명이 내렸다. 나는 다가가서 인사를 하였다. 오늘 오시기로 한 분이신 것을 확인하고는 곧장 사무실로 안내하였다.
낯선 곳에 도착한 이 가족은 사무실로 가는 동안 이곳저곳을 살피면서 궁금함을 숨기지 못하였다.
사무실에서 입소절차를 마치고, 아드님과 어머님을 모시고 원 내 어르신이 다니실 수 있는 여러 곳을 안내해 드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머니의 얼굴에서는 흡족한 듯 조금씩 미소가 보이는 반면, 아드님의 얼굴에서는 불안함과 걱정이 뒤섞인 표정이 사라지지 않았다.
"어여 가, 빨리 가야지. 해 떨어지것어!"
하며 어르신이 아드님을 재촉한다.
"알았어~"
아드님이 어머니의 재촉에 마지못해 대답을 하였다.
현관 밖에서 배웅을 하려고 어르신과 같이 서 있다가 뭔가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주차해 놓은 차로 걸어가는 아드님의 시선이 모친에게 꽂혀서 떠날 줄을 모르다가, 이내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이 보였다. 어르신이 나의 팔을 잡아끌어 얼떨결에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서울서 운전하고 오느라 피곤할 거야... 또 운전하고 올라가야 할 텐데, 왜 저리 꾸물거리는 거여~."
하며 혼잣 말씀을 하시며 돌아서셨다. 아들을 향해 손을 들어가라고 손인사를 하시고는 어르신은 총총걸음으로 당신의 방으로 들어가셨다.
나는 우두커니 두 모자를 번갈아 보며 아드님이 떠날 때까지 그 자리에 한참 동안 서 있었다.
멀치감치 서 있던 아드님은 등을 보이며 들어가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눈물을 훔치고는 바쁘게 운전대를 잡고는 떠나갔다. 저녁노을이 붉게 물드는 시각에 길을 떠난 아드님은 집이 있는 서울까지 부지런히 달려야 했을 것이다.
나는 아까 떠나기 전 아드님이 했던 말이 마음에 걸려 한참 동안 그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내가 죄인이 된 것 같어요. 어머니를 버리고 가는 것 같어요. 꼭 고려장 같이... 양로원에 버리는 것 같잖여."
어머니는 아들의 사업이 어려워지자, 자신의 전재산을 처분하셨다고 했다. 아들의 사업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라고 자신이 가진 전부를 내어주셨고, 자신은 양로원에 가겠노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아들과는 한마디 의논도 하지 않고서...
아들은 어머니가 젊은 나이에 혼자되셔서 자신만 바라보며 뒷바라지 하며 사셨는데, 좋은 모습을 보여드렸어야 하는데, 끝까지 어머니를 홀랑 벗겨먹는 나쁜 자식이 되었다며 자책을 하였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며 떠나간 아들의 가슴속에는 남모를 폭포가 떨어지고 있을 것이다.
마침 그날은 5월 8일 어버이 날이었다.
모자(母子)가 이별하는 모습을 바라본 후, 나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마음이 짜~안 하기도 했고, 돌아가신 어머니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했다.
'버리고 가는 것은 아닌데... 고려장도 아니고... 여기는 그냥 양로원인데...'
사회복지사인 나는 그동안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었는데, 좀 전에 아드님이 남기고 간 말로 인해서 조금은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일부 사람들은 저분처럼 사회복지시설기관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우리 기관에 계시는 어르신 중에 버려진 분은 안 계시는데... 가족들과 의논하여 마지못해 오신 경우는 있었지만, 가족들이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노모의 안부를 확인하고 있였다. 어떤 경우는 돌볼 수 있는 가족이 너무 멀리 있어서 입소하신 분도 계셨고, 오랜 교직생활을 하시다가 사별 후에, 본인의 오랜 염원이라며 기쁜 마음으로 양로원에 입소하신 분도 계셨기 때문이다.
인근 농촌에 사시다가 경제력은 있는데, 인공연골 수술을 하시고 나서 때마다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 힘들어져서 입소하신 부부 어르신도 계셨기 때문이다. 또 요양원에 계시다가 퇴소 판정을 받고 양로원에 오신 분도 계셨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로서 나의 의견을 말하자면, 가족으로 부터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할 경우, 사회복지시설기관의 시스템을 이용하시라고 말하고 싶다. 경제활동으로 바빠서 돌 볼 사람이 없거나, 오랜 케어를 하다 보면, 가족이라도 심신이 지쳐 나가떨어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가피하게 몸이 마음을 따라가지는 못하는 경우에 여러 가지 갈등도 허다하게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방임하지 말고, 전문적인 기술을 갖춘 인력과 준비된 프로그램이 있는 기관을 이용하실 것을 권하고 싶다.
어르신의 경우는, 한 평생 가족들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헌신하고 봉사하신 분들인데 어찌 방임하고 함부로 대할 것인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