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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콤보 Jan 05. 2021

그녀의 전화 목소리가 이상한 날

퇴근 후 저녁시간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그녀와의 30분남짓의 통화

평소와 다르게 조금 생기 없던 그녀 목소리가

뭔가 찝찝했지만 크게 신경 쓰이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무렇지도 않지도 않았다


재미없는 나의 일상 이야기에도 크게 웃어주던 그녀였는데

오늘은 러닝하다 오줌보가 터질 거 같았지만 노상 방뇨하지 않고 참다가 5km가 넘는 공중화장실에 갔다는 이야기에만 웃으며 반응했다.


이윽고 통화 말미에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내자 난 심기가 불편해졌다


"오빠, 오빠가 오해할까 봐 이야기 안 하려 했는데..."


아.. 뭔가 심상찮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나의 연애사에 이렇게 시작하는 말은 유쾌했던 적이 없었다..

더 듣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그녀의 고민은 나에게 전달이 되었다.


무엇이 그녀를 고민에 빠지게 했을까...


그녀의 동생네에 찾아가서 자정까지 이어지는 유쾌한 술자리와 1박 후 아점까지 함께하고 돌아온 게 바로 어제 일인데..

충분한 점수를 땄다고 생각했던 건 착각이었나 보다


그동안 나의 어떤 말과 행동이 너를 흔들었을까?

확신을 주려는 표현이 부족했던 건 내가 자신이 없어서 일까?

단지 나의 절제된 표현 때문이었을까?


너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마치 냉정과 열정사이의 남자 편 소설을 읽고 여자 편 소설을 읽을 때처럼

내 행동과 말들이 부족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조금 들었어.

물론 너에게 남자편을 읽히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2021년,

대한민국, 

내집 없는 서울청년에겐

애인에게 결혼에 대한 확신을 주는 것조차 절제되었나 보다..


네가 준 아끼던 캐릭터 필기구가 회사 책상 펜꽂이에, 

네가 사준 귤 한 박스가 아직 다 먹지도 못해 냉장고에 있는데..


고맙고 따듯하고 애틋한 감정이 밀어칠때마다 사랑한다고 너에게 고백했었는데 

내가 했던 것보다 너에게 들었던 횟수가 적었던 그 따듯한 감정의 말 때문일까?


나를 절제시킨 건 나일까? 너일까? 작금의 부동산일까..

오늘 다시 나누기로 한 너와의 통화에 앞서 이리저리 끄적이게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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