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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콤보 Mar 22. 2022

왜 정권이 바뀌어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가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소폭 하락했다고 한다. 잠시나마 공무원 생활을 했던 나의 추억을 떠올라 망설이다 오늘의 글감으로 채택되었다. 


필자의 글 '강요받은 선택'에서도 알 수 있지만 공무원이란 직업을 선택했던 건 가족의 바람이 컸다. 내가 원하는 길이 딱히 없었고, 어떤 길이 있는지도 탐색할 기회도 없이 대학교 2학년 시절부터 9급 공시 준비를 시작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한 달이 남았을 즈음 임용이 되어 서기보로 근무를 하기 시작했다.


공직사회는 발 먼저 뻗는 놈이 임자라고 소방공무원인 고모부의 말씀에 공감하며 학업을 마치기도 전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때는 바로 스물여섯.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하니 옳고 그름에 대한 잣대가 느슨해서 비판적으로 사회생활을 할 수 없었다. 물론 그른 것임을 알고 있다한들 얼마나 저항할 수 있었겠냐마는...


주로 문제는 새 정부 초기에 일어난다. 국장부터 말단 계약직 직원들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바뀐 이것저것에 코드를 맞춰야 해서 그렇다. 이명박 정부 초기 공보 파트에서 말단급에서 일했던 나도 그래서 힘들었다.


한 번은 같이 일하던 계약직 사무관(5급 대우)이 과장(4급)에게 뺨을 맞은 적이 있다. 홍보 전문가로 일하고 있던 사무관은 당일 조간신문에 해당 기관의 홈페이지가 이런이런 이유로 문제가 많다는 기사가 게재되고, 이를 언론 모니터링을 하던 본인이 바로 알게 되어 과장에게 보고하던 차에 일어난 일이었다. 


과장은 "내가 너 때문에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XX"이라는 욕이 섞인 말과 함께 힘껏 뺨을 갈겼다. 나도 당시 근무를 하고 있던 이른 아침이었는데, 깜짝 놀라면서도 이 조직에선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구나 수긍하며 금방 무슨 일이 있었냐며 지나가긴 했지만 잊히지 않는 공무원 재직 시절의 3대 쇼킹 에피소드 중 하나다. 


기본적으로 민간보다 공공의 영역은 늦다. 조직문화도 일반 회사와 5년, 선도하는 회사와는 약 10년 정도 차이가 나는 거 같다. 그렇기에 가끔 공무원 15년 차에 접어드는 누나와 이야기를 하면 아직도 조직원들의 생각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거 같은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느끼기도 한다. 


하긴 내가 근무하던 시절엔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우던 상사가 있었고, 사적목적으로 업무가 주어지기도 했고, 해서는 안될 일도 지시와 회식 강요, 술 강요 문화에 저항할 생각을 못했다.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을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몇 년 전 신재민 기재부 공무원의 조직 내부고발 이후 한동한 힘든 시기를 지난 것을 보면 또 그렇지 않을 거 같기도 하다.


사실 공무원 시절 이야기를 하자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언젠가 휘발되기 전에 기록으로 남겨두어야겠지만 그보다 먼저 이번 주말엔 신재민 전 사무관이 말하는 박근혜와 문재인의 행정부 이야기라는 "왜 정권이 바뀌어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가"라는 책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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