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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emeetskun May 04. 2020

Julia & Us 23. 베르시 소스 비프스테이크

Bifteck saute Bercy.  진국이란 이런 것 

https://brunch.co.kr/@geemeetskun/23

베르시 버터에 이은 실제 스테이크 조리기. 보통은 무슨 스테이크에 소스를 끼얹어 먹는 일은 잘하지 않는데, 스테이크를 먹는 김에 줄리아 차일드의 베르시 소스 레시피를 한 번 따라 해 보기로 했다. 


스테이크. 어렸을 적 스테이크는 내게 꽤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우선 양이 너무 많았으며, 먹으면 먹을수록 물리고 느끼한 느낌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지금처럼 맛있는 스테이크를 하는 곳도 찾기 힘들었다. 빕스나 아웃백 스테익 하우스, 칠리스 같은 패밀리 레스토랑을 다녔지만, 스테이크를 먹기 위해 간 경우는 별로 없었다. 베이비 백 립을 시켜서 샐러드바와 함께 먹으러 갔을 뿐. 하지만 왜 내가 스테이크를 기피하는지도 한편으로는 의아했다. 그래도 같은 고기인데. 소갈비나 한우는 엄청 잘 먹으면서. 


그런 스테이크에 대한 살짝 부정적인 인식을 깨뜨려 준 곳은 피터 루거라는 뉴욕의 스테익 하우스가 아닌가 싶다. 스테이크 하나만으로 (지금도 유지하는진 모르겠지만) 미슐랭 스타를 따낸 뉴욕 스테이크 하면 가장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곳이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울프강 스테이크하우스도 피터 루거에서 일하던 종업원이 나와서 차린 곳이다). 뭐 우리나라로 치면 의정부 평양면옥 정도 랄까? 무심하게 던져주듯이 주던 스테이크의 맛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겉면은 바싹 익혔지만 속은 부드럽고 꽉 차 있던 육즙. 제주 오겹살만큼 두꺼웠던 베이컨. 그 후 예약이 너무 어려워 가진 못했지만, 아직도 그 날의 임팩트는 잊을 수 없다. 그리고 그런 비슷한 스테이크를 만들기 위해서 유튜브도 보고 이것저것 시도를 많이 했었는데, 아직도 고기의 부위나 두께에 따라 조금은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알면 알수록 더 어려운 것 같은 느낌이랄까? 어제 만든 다른 스테이크는 심지어 온도계까지 꽂았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덜 익히기도 했다. 엄한 곳의 온도를 잰 거지 한마디로.


어쨌든, 이 날 스테이크는 결론적으로 내가 구웠던 스테이크 중 가장 성공적으로 구운 스테이크 중 하나였고 고기의 질을 떠나서도 거의 제일 맛있었다. 


준비물:

- 스테이크용 고기 (등심, 안심 다 좋지만 개인적으론 스테이크는 두꺼워야 맛있다). 

- 베르시 버터 

- 화이트 와인 반 컵

- 소금, 후추

- 파슬리

- 샬롯 두 큰 술 정도 (더 있어도 됨) 

- 소고기 육수 (부이용) 없으면 그냥 물

나는 New York Strip (채끝)을 사용했다. 스테이크의 꽃은 개인적으로 포터하우스라는 티본스테이크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등심과 안심이 T 자 뼈를 중심으로 양분되어 있는 부위. 미국에서도 은근히 구하기 힘들다. 요즘 보아하니 한국에서는 온라인 정육점으로 구할 수 있는 듯. 이건 프라임은 아니고 초이스 정도였던 것 같다. 대단한 마블링이 있고 그런 건 아니지만 이냥 저냥 고기를 뜯고 싶은 내겐 괜찮은 초이스. 

만들고 냉장보관 해 두었던 베르시 버터를 다시 꺼낸다.

소금과 후추로 충분히 밑간을 해 줘야 한다. 그래야 덜 느끼하고 간도 어느 정도 맞다. 많다 싶을 정도로 밑간을 해도 괜찮다.


그럼 기름을 두르고 거의 연기가 나랑 말랑 한 시점에 고기를 놓는다. 고기를 팬에 놓았을 때 "촤아~" 하는 소리가 들려야 정상이고 아니면 더 달궈야 한다. 


참고로 스테이크는 발화점이 높은 기름을 쓰는 것이 좋다. 그래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쓰는 건 기름이 너무 빨리 타버리기 때문에 비추다. 더군다나 올리브 오일만의 그 향긋함이 다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돈 아깝다. 이걸 스테이크 굽기 시작한 지 몇 년 만에 깨닫다니 안타까울 따름. 

대충 면마다 1분씩 구워준다. 여기서 포인트는 겉면이 거의 탈락 말락 할 것 같이 구워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걸 시어링이라고 하는데 탄 건 아니다 실제로는.

그 사이 버터를 조금 녹여준 뒤,

버터를 넣고 끼얹어 준다. 베이스팅이라고 하지만 그냥 숟가락 갖다가 끼얹는 기술이다. 그럼 버터가 스며들어서 좀 더 좋은 풍미의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다.

스테이크의 굽기를 파악하는 방법은 뭐 여러 가지가 있다고는 하지만 아마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온도계를 쓰는 것이다. 물론 이 날은 온도계를 안 쓰고 그냥 감으로 했다. 눌러서 그냥 생고기 누르듯이 쑥 들어가면 그건 아직 덜 익은 거고, 눌렀을 때 약간 "탱" 하다 싶으면 뺐던 것 같다. 


어쨌든, 고기를 빼서 레스팅을 시킨 후 샬롯과 소고기 육수를 좀 부어준다. 아, 이게 바로 진국이지.

진국에다가 베르시 버터를 뭉텅뭉텅 더 넣어줘서 졸이고 걸쭉한 농도로 만든다. 이때 팬에 묻은 진국 덩이들을 소스에 잘 배어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완성된 스테이크에 소스를 얹고 파슬리도 좀 얹어준다. 개인적으로 파슬리보다 고수를 얹는 게 생각보다 굉장히 별미다. 










완성된 스테이크.


중간 부분이 시어링이 안 된 게 조금 아쉽지만 이 날 너무 연기 많이 나는 게 싫어서 불을 좀 약하게 했더니 이렇게 됐다. 좀 아쉬운 부분.

샬롯이 향이 좋아 진국 육수와도 궁합이 잘 맞는다. 같이 먹으면 고기의 느끼함도 어느 정도 잡아주는 편.

아스파라거스와 감자도 좀 굽고..

다음에 올라올 컬리플라워 요리도 함께.




그럼 과연 굽기는?





미디엄 레어-미디엄 정도로 된 것 같다. 어제 했던 스테이크가 거의 블루 수준이었는데, 그거보다 훨씬 알맞게 된 것 같다. 

    소스에 계속 찍어먹게 된다. 


손이 많이 가는 요리긴 하지만 정성 값을 하는 소스. 시간만 더 있으면 스테이크 구울 때 무조건 이렇게 해서 먹을 것 같은데, 귀찮은 나를 탓해야지. 어제 먹었는데도 스테이크 또 먹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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