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박자박한 걸음이 멈춘 횡단보도에, 초록색 신호등이 깜박깜박 불을 밝히며 길을 열어줄 때,
횡단보도를 건너고 정류장에서 셔츠 깃을 가지런히 하는 사이 탑승해야 할 버스가 흑기사처럼 들어올 때,
이런 기분 좋은 일들이 연달아 생기면 조심스러운 마음에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반면,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손에서 미꾸라지 등짝이 빠져나가듯 1층을 훑고 2층으로 직행하는 엘리베이터를 만날 때,
열심히 달렸지만 꼬리를 털며 달아나는 버스 꽁무니를 바라볼 때,
닭 쫓다 지붕 쳐다보는 댕댕이 모양처럼 될 때가 있다.
살다 보면 이득을 본 것처럼 기분 좋은 날과 손해 본 것처럼 아쉬운 날이 찾아온다. 날실과 씨실이 빚어내는 일상에 시시때때로 우연이 올라타기 때문이다.
꼬맹이가 날린 종이비행기가 신발끈을 묶는 내 머리 위에 앉았다.
어릴 적 우편배달부 아저씨의
"편지요" 하던 말 끝에 툭 떨어진 편지처럼,
네 안부도 오면 좋겠다, 우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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