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인기 돈가스 연돈,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제주도, 그리고 돈가스. 이 두 가지가 합쳐지면 '연돈'이 바로 떠오른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이렇게나 파급력이 클 줄이야. 조심스럽게 밝히자면 골목식당은 보지도 않은 채, 연돈의 유명세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줄을 서려면 텐트를 치고 기다려야 한다는 걸 보며, 저렇게까지 웨이팅을 해야하나 싶었다. 아무거나 잘 먹는 막입이라 맛집에 대한 간절함이 딱히 없기 때문일까. 그리고 연돈을 만난 순간, 그동안 내가 알던 돈가스는 모두 바스락거리며 사라져버렸다.
원래 돈가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고기와 튀김의 국룰 조합인데도 불구하고 왜 별로냐 하냐면, 다 먹고나서 특유의 물리는 느낌이 퍽 거슬리기 때문이었다. 연돈 붐이 일었을 때도 가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가게 된 이유는 동반인 때문이었다. "남자는 돈가스, 여자는 떡볶이"라는 공식이 있다고 한다. 일반화 하는 공식은 안 좋아할 뿐더러, 떡볶이를 좋아하지 않는 여자인 친구가 있기 때문에 무작정 맞는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일단 우리 커플에게는 잘 맞더라. 나의 남자친구가 돈가스를 너무 좋아하고, 반대로 나는 떡볶이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다.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하는 동안 열흘 동안 남자친구가 놀러왔다. (이정도면 혼자서 한 달 살기는 아닌 듯하다.) 돈가스에 환장하는 남자친구는 연돈을 먹어보는 것이 생에 소원이라고 하였고, 그정도 소원 못 들어줄까 싶어서 테이블링 예약을 시도했다. 여러 차례 티켓팅 및 수강신청 경력으로 자만하면서 맛집 정도야, 라는 안일한 태도로 예약을 했다. 네이버 서버 시계를 켜지 않은 게 나의 패배 요인이었다. 휴대폰 시계가 8시를 가리키자마자 눌렀는데 1초컷으로 털리고야 말았다. 처참한 패배였다.
다음 날, 이번에는 둘이서 네이버 서버 시계를 켜두고서 시도해보았다. 나는 14시, 상대는 15시를 예약하기로 했다. 59초가 눈으로 보이자마자 손가락은 이미 예약하기 버튼을 눌렀다. 메뉴도 빠르게 치즈돈가스 하나, 등심돈가스 하나를 인원수에 맞게 누르고서 마지막 확인하기 버튼을 누르던 그 순간.
참고로 이번만 성공했고, 다음부터는 모조리 광탈당했다. 이때의 경험을 살려서 팁을 몇 가지 써보자면 다음과 같다.
[연돈 티켓팅 미세팁]
1. 서버 시계를 켜고서 59초에 누른다. (너무 일찍 누르면 아직 시간이 아니라고 떠버린다.)
2. 치즈까스 1개와 등심까스 1개의 위치를 기억해야 한다.
3. 은근히 눌러야 할 게 많다. 첫날은 연습 및 위치 기억을 위주로 해야한다. 기대를 갖지 말자.
4. 인원수가 많을수록 눌러야 하는 양이 많기 때문에 힘들다. 인원수를 각자 두명씩 나눠도 좋다.
5. 그나마 인기가 없는 시간대를 노리자. 오후 2시나 오후 3시, 아니면 저녁 타임이 좋다.
시간당 테이블수가 정해져있다. 많이 있지는 않으니, 불티나는 티켓팅이 될 수밖에 없었다. 카카오톡 메시지 온 걸로 확실하게 관리를 하고 있다. 들어가면 음료수나 카레도 추가로 시킬 수 있다. 우리는 1번 테이블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혹시 첫번째로 예약 성공했다는 뜻일까? (그냥 나의 기대일뿐....)
장담하건데 가격 대비 이보다도 완벽한 돈까스는 없을 것이다. 등심 구천 원 치즈 만 원의 가격이라니. 게다가 이 퀄리티로. 싫어하는 그 특유의 물림이 전혀 없었다. 소스도 다양했다. 우선 본연의 맛을 즐기기 위해 아무것도 찍지 않고 먹어야 하고, 그 다음으로는 소금에 찍고, 특제 소스에 찍고, 마지막으로는 수제 카레에 한움큼 듬뿍 담아 먹어야 한다. 각각 소스에 따라 돈가스의 맛이 조화롭게 잘 어우러진다.
또한 연돈은 튀김옷이 예술이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그 튀김옷과는 전혀 다르다. 빵가루 한 올 한 올이 살아서 입 안에 돌아다니는 것만 같았다. 씹을 때마다 바삭, 하는 그 식감이 글자 그대로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내가 알던 튀김까지도 모조리 넉아웃 시켜버리는 빵가루의 위대함이란. 고기도 육즙이 가득해서 부드럽게 씹혔다. 고기의 육즙이 튀김 안에서 여즉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돈가스의 동그란 원형 안에 치즈가 가득 고여 있었다. 치즈돈가스를 만드는 게 모두 수작업이랬다. 그래서 한 테이블 당 하나밖에 되지 않는다. 치즈돈가스를 집어가다가 그만 (다행히도) 내 접시에 흘렸는데, 액체마냥 모짜렐라 치즈가 줄줄 흐르더라.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치즈를 젓가락으로 열심히 옮겨 담았다. 혹여나 굳을세라 바로 입 안으로 넣었는데, 고소함과 담백함이 확 올라왔다. 쭉쭉 늘어나는 것이 치즈로 줄넘기를 해도 될 법도 했다.
돈가스는 여전히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지만, 그럼에도 연돈은 몇 번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갈 수 있을 법했다. (물론 연돈이 허락만 해준다면... 테이블링 예약 다시 성공할 자신은 없다.) 제주도 최고의 맛집은 역시 연돈인가. 연돈을 다 먹으면 옆에 빽다방이 꽤 고풍스럽게 자리잡고 있다. 연돈 돈가스볼이라는 것도 옆에서 팔고 있는데 이건 맛이 좀 미묘하다. 돈가스 만두 같은 느낌... 5개씩 포장하는 걸 사기보다는, 그냥 단품으로 하나 먹어보기를 추천한다.
이상, 연돈을 추억하며. 확실히 텐트에서 기다리는 것보다는 티켓팅 어플을 쓰는 게 더 좋긴 한 듯하다. 문제는 손이 느린 사람들은 자리를 잡지 못한다는 거다. 추첨제로 한다면 그나마 기회가 균등할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다. 여러분들에게도 희망이 깃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