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그걸 회사가 모르고 있다고요?"
가끔 콜센터에 방문해서 간담회를 하다보면 회사는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불편을 콜센터 직원들은 너무 당연하게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콜센터 상담사들은 하루에 대략 50콜에서 80콜의 전화를 받으면서 고객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듣는 최전선으로, 고객의 불만, 요구사항, 그리고 서비스의 문제점들을 빠르게 인지할 수 있는 중요한 곳이다. 물론 업태에 따라 더 많이 상담하는 곳도 있고, 더 적게 상담하는 곳도 있지만 필자가 근무했던 곳에서는 평균적으로 신입 상담사는 50콜, 기존 상담사는 80콜 정도를 하루에 소화했다.
콜센터 직원들은 다 알고 있는데, 회사는 왜 모를까?
콜센터에서 수집한 VOC는 다수의 채널을 통해 전달되며, 그 과정에서 필터링되거나 왜곡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중간 관리자가 정보를 수집하고 보고할 때 일부 내용을 생략하거나 중요성을 축소하거나 상위 관리층이 콜센터의 VOC를 전략적으로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해 반영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VOC는 콜센터 상담 기록, 고객 설문, 이메일, 소셜 미디어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로 수집하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분석하는 시스템이 부실할 경우, 중요한 정보가 누락될 수 있다. 많은 정보가 수동으로 처리되거나 적절한 분석 도구 없이 단순 집게 방식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면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실제 VOC는 어떻게 취합되고 있을까?
VOC를 관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기울여지지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존재한다. 필자가 근무하던 회사에서는 하루 평균 25,000콜이 인입되었는데, 상담 내용을 확인하는 기본적인 방식은 상담 코드였다.
VOC는 대부분 코드로 정리되는데, 어떤 내용을 상담이력에 적더라도 회사가 정의한 코드안에 1/n값으로 출력되는 것이다. 1차적으로 코드는 접수코드와 처리코드가 기본을 이루게 되는데, 고객이 여러 불만을 얘기한 후에 AS접수를 하게 되면 AS접수 코드로 하나의 상담이 처리가 된다. 그러면 고객이 제안한 내용들은 어떻게 될까? 회사에 따라서는 제안VOC나 기타 다른 이름을 통해서 또다른 코드가 달리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상담이력에 특색없이 담기게 될 확률이 높다.
그러면 이런 정보는 어디에서 공유될까? 콜센터 상담사들은 팀미팅을 하거나 함께 식사를 하면서 그날의 이슈들을 나눈다. 그건 정말 그냥 그들끼리 나누는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가 취합되어서 본사의 담당자에게까지 전달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현장 직원들과의 간담회는 참으로 중요하다. 때로는 중간에 유실되지 않도록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동석 근무를 통해 현장의 실상을 직접 경험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경영진이 직접 콜을 받으면 해결될까?
때때로 홍보팀에서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대표”라는 퍼포먼스를 위해 경영진이 직접 고객의 전화를 받아보는 이벤트를 기획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생각보다 위험할 수 있다. 현대의 상담 업무는 상당히 전문화되어 있으며, 전산 작업이 복잡하고 관리 시스템이 정교하게 구축되어 있다. 경영진이 단순한 이벤트로 전화를 받았다가 전산상에서 실수라도 하면, 이후 후속 조치로 인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진정으로 VOC를 이해하고 반영하려면,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콜센터 직원들이 겪는 프로세스의 문제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해결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이렇게 본인들끼리 알고 있는 프로세스의 문제점이나 이슈가 왜 회사에 알려지지 않는걸까?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본인들에게는 너무 익숙한 이슈여서 당연히 회사가 알고 있을거라 생각하고 있고, 여전히 방치하고 있는 회사가 너무 기가막히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콜센터 직원들이 듣는 정보를 어떻게 하면 누락시키지 않고 잘 전달할 수 있을까?
VOC 데이터를 수집하고 상위 계층으로 전달하는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간 관리자가 정보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왜곡되지 않도록 VOC 보고 시스템을 자동화하거나 디지털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시간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도입해 중요한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고, 상위 관리자에게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경영진과 중간 관리자들에게 VOC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콜센터에서 발생하는 고객의 목소리가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회사의 전략적인 방향을 설정하는 데 중요한 지표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자각시켜야 한다. VOC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직원은 그 많은 데이터 속에서 함의점을 찾아낼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콜센터와 같이 현장 접점에서 간담회를 하고 난 이후에는 이후의 후속 조치가 중요하다.
실제로 간담회를 하고 나면 1/3 정도는 회사에 정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매뉴얼화되어 현장에 전파되지 않았거나, 해석이 달라서 오해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 그 책임을 콜센터에 돌리는 경우가 있는데, 정책부서에서는 모니터링의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음을 인지하고 개선에 힘써야 한다. 그리고 1/3 정도는 지금의 회사 수준에서는 해결할 수 없거나 해결하는데 시간이 꽤 걸리는 이슈일 수 있다. 나머지 1/3정도는 소소하고 자잘한 이슈여서 금방 해소가 가능할 수 있다.
이때 후속조치에 대한 피드백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1/3은 원래 정책이 어디어디에 있었는데,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음을 시인하고 덕분에 전파 프로세스를 개선했음에 감사를 표하고 공지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당장 해결이 어려운 1/3은 왜 해결이 어려운지 또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를 체크하고 역시 공지한다. 그리고 시간이 걸려서 해결된 내용은 해결되었음을 공지해야 한다. 가끔 이렇게 해결한 이슈를 그냥 전산해결 또는 새로운 프로모션 등으로 공지하고 끝날 경우 이직율이 높은 콜센터에서는 본인들의 의견이 반영되었는지 모를 수 있다. 그러니 꼭 게시를 하고 꼭 언제 나왔던 의견이 어떤 프로세스를 타고 해결이 되었는지를 밝히도록 해라.
그리고 자잘한 이슈는 당연히 빠르게 해소하고 공지해야 한다. 대부분 간담회는 여러 조직에서 시행하는데 그 피드백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험이 쌓이면 현장 접점의 직원들은 그러면 그렇지라면서 실망만 하게 되고 간담회나 인터뷰 등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선이 생길 수 있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콜센터와 같은 접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회사의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있다.
신상품이 나오고 잘 안팔리면 왜 안팔리는지도 접점 직원들이 가장 잘 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그 문제가 클레임으로 되돌아 올 것이 무서워서 접점 직원들이 판매를 꺼리고 오히려 고객의 구입을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단 이것은 콜센터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느 자동차 회사에서 교육 담당자와 만났을 때 들었던 이야기다. 신제품 출시시에 접점 직원들이 판매를 가장 꺼린다는 얘기를 들려주었더니, 본인 회사의 영업사원들이 전기차 판매를 꺼리고, 전기차를 구매하러 온 고객들에게 오히려 기존의 가솔린이나 하이브리드차량을 권유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고 한다. 결국 다 같은 맥락에서 현장 접점에서는 오래된 학습으로 인해서 초기 클레임 부담을 겪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들의 목소리가 조직 내에서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면, 기업은 중요한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다. VOC 데이터의 체계적인 관리, 중간 관리자 필터링 최소화, 경영진의 VOC 교육, 그리고 후속 조치의 철저한 이행이 필수적이다. 기업이 진정으로 고객 중심 경영을 실현하고 싶다면, 콜센터에서 나오는 작은 목소리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결국 VOC는 고객 불만이 아니라, 기업 성장의 필수적인 자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