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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위기를 감지하는 사람들, 내부고객

by 오경희

내부 고객의 목소리는 기업 리스크를 줄이는 조기 경보 시스템이다.


‘고객’은 크게 외부 고객과 내부 고객으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고객'이라 지칭할 때는 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하는 외부 고객을 의미하지만, 내부 고객의 목소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내부 고객이란 바로 우리 회사의 직원들을 말한다. 특히, 외부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최전선에서 뛰는 이들은 단순히 업무 수행자가 아니라, 기업의 전략을 실행하고 고객 경험을 만들어가는 핵심 주체이다. 따라서 내부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를 반영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고객 중심 경영의 필수 조건이다.


내부 고객이 자신의 업무 환경과 조직 문화에 만족하지 못하면 외부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최상의 상태로 제공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회사에 불만족한 직원은 자신의 문제에 집중하느라 고객의 요구를 온전히 이해하고 싶어하거나 충족시키려 노력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만족스러운 직원 경험(EX, Employee Experience)이 고객 경험(CX, Customer Experience)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내부 고객, 즉 직원의 목소리는 조직 내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가장 먼저 인지하는 사람들은 관리자나 임원이 아니라, 고객과 가장 가까운 접점에 있는 직원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함으로써, 기업은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필자가 현업에서 일할 때인데, 회사에서 기대를 갖고 출시한 새로운 제품의 판매 실적이 예상 외로 부진하였다. 특히, 판매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상담사와 AS기사들의 실적이 상대적으로 낮아서 모니터링을 해 본적이 있었다. 결과를 확인해보니 AS 기사들이나 상담 직원들이 해당 제품을 구입하려는 고객에게 오히려 기존의 상품으로 구입하시기를 권유하고 있었다. 이유를 알아보니, 이전에 출시된 유사 제품의 경우 결함으로 인해 많은 민원이 발생했고, 그 경험이 남아 있어 신제품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던 것이다. 결국, 그들은 문제 해결의 최전선에 있었기에 다시는 같은 고생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이후 우리는 신제품 출시 전에 CS 부서가 사전 점검에 참여하도록 프로세스를 개편했고, 접점 직원들에게 직접 제품을 시연해보고 피드백을 주는 프로세스를 마련했다. 이 경험은 “함께 만든 제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고,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더불어, 현장 접점 직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면 직원들은 자신이 조직의 중요한 일부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는 조직 문화와 소속감을 향상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조직 성장에 기여한다. ‘우리를 위한 조직’이라는 메시지는 직원의 동기 부여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렇다면 어떻게 내부 직원의 목소리를 수집할 수 있을까?

직원 만족도 조사는 내부 고객의 목소리를 체계적으로 수집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설문 문항은 단순히 만족도를 묻는 수준을 넘어, 개선 사항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익명성을 보장하면 더 솔직한 의견을 얻을 수 있다.

필자도 처음에 반신반의하면서 시작한 현장 기사들 대상의 설문이, 기대 이상으로 구체적이고 세밀한 피드백이 쏟아져서 깜짝 놀란 경험이 있다. 다소 불쾌한 지적도 있었지만, 우리가 놓치고 있던 문제를 재점검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들은 그동안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단지 피드백을 전할 통로가 없었을 뿐임을 깨달았다.


외부 고객의 VOC 시스템과 유사한 방식으로, 직원들이 문제를 제기하거나 의견을 제안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담 인원을 배치하고, 제안된 의견에 대한 신속하고 투명한 피드백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현장 직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모바일 기반 플랫폼을 제공하고, 지속적인 동기 부여와 활용률 관리가 필요하다.

PRM(Partner Relationship Management) 시스템은 단순한 VOC 수집 창구를 넘어, 직원과 조직 간 ‘공개된 소통 채널’로 기능한다. 업무 요청이 위계에 의해 묵살되거나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는 구조 속에서, PRM 시스템은 누가 제안했든 제안 내용을 기반으로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는 장치로 활용된다. 실제로 필자는 이 시스템을 통해 현장의 푸시 마케팅 문제(소위 '밀어내기')를 제보받은 적이 있다. 접점에서 벌어진 불합리한 판매 압박으로 일해서 벌어진 부정한 사례를 정식으로 알릴 방법이 없어 고민하던 직원이 PRM 시스템을 관리하는 전담직원을 통해 내용을 알려왔고, 이를 계기로 실태를 파악하고 조기 대응할 수 있었다. 당시 우리가 아닌 외부에 이 사실이 알려졌을 걸 생각하면 참 아찔했던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그 제보는 어느 날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라 PRM 시스템을 통한 꾸준하고 공정한 피드백으로 인해 신뢰가 쌓인 결과였다는 점이다.


관리자와 직원 간의 정기적인 1:1 면담이나 소규모 워크숍 역시 정성적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유용하다. 특정 주제를 다루는 핵심 인재 그룹과의 정기 인터뷰는 다양한 관점을 통합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단, 이 방식이 형식적인 프로그램에 그치지 않도록 정기적인 실행과 실질적인 반영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그렇다면, 취합된 내부 고객의 목소리는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까?

반복적으로 이야기하지만, 취합된 의견 중 실행 가능한 내용을 선별하고, 기업의 전략적 목표와 부합하는 제안을 우선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직원이 자신의 제안이 실제 변화로 이어지는 것을 경험할 때, 신뢰와 참여도가 더욱 높아진다. 모든 피드백을 수용할 수는 없더라도, 검토 과정과 결정 내용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선된 결과와 성과는 조직 내에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기여한 직원에게는 보상이나 인정을 제공해야 한다. 이는 긍정적인 조직문화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며, 내부 고객의 지속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


무엇보다 내부 고객을 등한시하면, 그들은 더 이상 '우리 편'이 아닐 수 있다. 평소 소외감과 불만을 품고 있던 직원은 어느 날 회사를 가장 큰 위기로 몰고 가는 내부 고발자가 되기도 하고, 회사를 나가는 순간 진짜 외부고객이 되어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 리스크 중 내부 고발에 의한 타격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 ESG 경영이 강조되는 지금 시대에 내부의 정당한 제보는 사회적으로 ‘정의로운 행동’으로 받아들여진다. 누군가는 ‘직원이 회사를 배신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진짜 문제는 그들이 등을 돌리기까지 아무도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다는 데 있다.


고객 중심 경영의 성공은 외부 고객만큼이나 내부 고객의 만족에 달려 있다. 내부 고객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이를 반영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고객 중심 경영은 단기적인 성과에 그치고 말 것이다. 직원들이 만족하고 자부심을 느낄 때, 이는 곧 외부 고객 만족으로 이어진다.


기업의 진정한 경쟁력은 외부와 내부의 고객 가치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데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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