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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서비스 표준화는 왜 필요한가?

by 오경희

상급자 연결, 감정노동 보호와 같은 강성 민원 대응 이야기를 하다 보면, 고객에게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원칙이 생각보다 복잡하게 다가온다. 너무 기계적이면 불만이 생기고, 너무 유연하면 형평성 시비가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남편에게서 들은 일화가 이 고민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남편이 회사 근처 단골 식당에 오랜만에 들렀다가 생긴 일이다. 원래 먹기도 잘 먹고, 인사를 잘하는 스타일이라 사장님들이 기억을 잘해주시는 편인데, 이날도 단골손님 오랜만에 왔다고 반가운 마음으로 사장님이 계란 프라이를 서비스로 하나 해주셨다고 한다. 문제는 옆 테이블이었다. 왜 자신에게는 안 주느냐며 클레임을 걸었다는 것이다. 사장님은 “이 분은 단골이라 반가워서 드린 것뿐”이라며 답변을 했고, 그 손님은 같은 돈 내고 차별을 받는다며 상당히 불쾌해했다고 한다. 남편은 본인 때문에 분란이 생긴 것 같아 밥 먹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고 한다.


만약 당신이 그 자리의 사장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고객님, 저희 가게는 원래 계란 프라이는 제공하지 않지만, 저분은 오랜 단골이라 반가운 마음에 드렸습니다. 오늘은 고객님께도 서비스로 하나 드릴게요. 다만, 매번 제공되는 메뉴가 아니어서 다음에 드리지 못하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앞으로도 자주 와주세요.”

이게 정답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렇게 설명하면 당장의 갈등은 줄일 수 있다. 어쩌면 그 고객의 마음이 그걸로 해결이 되었을 수도 있지만, 이미 틀어져 버렸을 수 있다. 남편에게는 특별한 서비스였지만, 그 고객은 차별에 대항하여 받아 낸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식당뿐 아니라, 고객 서비스 전반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특정 고객에게 조금 더 해준 일이 오히려 형평성 시비로 번지고, 설명이 길어질수록 감정의 골은 깊어진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차별화가 문제를 일으키는 게 아니다. 기준 없는 행동이 문제를 만든 것이다. 그래서 서비스를 표준화시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일이다.


서비스 표준화란, 누구를 만나든 같은 상황에서 동일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기준과 절차, 즉 고객정책을 마련하는 일이다. 이는 조직 운영의 효율성과 고객 신뢰의 바탕이다. 표준화된 고객정책이 없는 곳에서는 고객 경험이 들쑥날쑥하다. “어떤 직원은 해줬는데 왜 당신은 안 해주냐”는 말은, 결국 표준이 없다는 뜻이다. 표준화가 되지 않은 조직은 늘 직원 탓, 감정 탓, 분위기 탓이 따른다. 반면, 기준이 명확한 조직에서는 고객도 납득한다. “이건 이 회사의 정책이구나”라는 이해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동일한 사례에는 동일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직원들이 같은 기준으로 일할 수 있도록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직원마다 응대 방식이 달라지고, 고객은 “누구는 해줬는데 나는 왜 안 돼요?”라는 반발을 하게 된다. 정책을 고객에게 어떻게 전달하고, 어떤 프로세스를 따라 처리할 것인지가 서비스 매뉴얼이다. 고객 정책과 서비스 매뉴얼은 그래서 함께 가야 한다. 고객 정책은 어떤 서비스를 어떤 조건에서 제공할지를 정하는 기준이고, 서비스 매뉴얼은 그것을 누구나 일관되게 실현할 수 있도록 설계한 실행 지침이다. 모든 직원이 같은 기준으로 판단하고 응대할 수 있어야, 고객은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느낀다.


표준화는 또 하나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로 차별화를 가능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기준이 있어야 예외가 보인다. 모든 게 다 예외라면, 사실 그건 아무 기준도 없는 것이다. 예외를 허용하려면 기본이 명확해야 한다. 고객의 감정을 고려해 조금 더 해줄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하고 싶다면, 먼저 시스템 안에서 일관된 응대가 가능해야 한다. ‘공정하게 똑같이 해주면 되지, 뭐가 문제냐’고 쉽게 말할 수 있지만, 사실 이 문제는 고객 서비스에서 ‘표준화’와 ‘개인화’ 사이의 복잡한 줄타기를 보여주는 사례다. 서비스 표준화란, 누구나 같은 상황에서 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것은 조직 운영의 효율성과 고객의 신뢰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표준화는 동시에 또 하나의 문제를 낳는다. 고객은 절대 같지 않기 때문이다. 감정도 다르고, 배경도 다르고, 상황도 다르다. 그래서 때로는 표준을 지키는 것보다, 예외를 인정하는 편이 더 공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에 완전히 같은 사례는 없다. 고객마다 상황이 다르고, 요구가 다르며, 감정도 다르다. 그래서 조직은 ‘예외 규정’을 반드시 마련해 두어야 한다. 예외가 무한정 허용되면 혼란이 생기고, 예외가 완전히 차단되면 유연성이 사라진다. 핵심은 예외를 허용하되, 그 기준을 명확히 하라는 것이다.

또한 직원들이 재량을 가지고 처리할 수 있도록 ‘권한의 범위’를 지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정 금액 이하의 보상은 현장에서 바로 결정할 수 있게 하거나, 상위 부서의 승인 없이 해결할 수 있는 항목들을 명확히 해 두는 것이다. 그래야만 고객에게 “담당자 바꿔주세요”라는 말을 듣지 않게 된다.


서비스의 표준화는 고객을 규격화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불만이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향하도록 설계하는 일이다. 어떤 직원에게 걸려도 같은 수준의 응대를 받을 수 있다면, 고객은 더 이상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반대로, 고객이 시스템보다 직원을 탓하기 시작하면 조직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것이 바로 서비스 표준화의 핵심이며, 조직이 고객 앞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한 기본 장치다.


일관성과 유연성, 원칙과 재량, 매뉴얼과 마음. 이 모두를 균형 있게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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