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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외부 전문가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라

by 오경희

기업이 고객 중심 경영을 실현하고자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내부 VOC 데이터와 프로세스 점검일 것이다. 그러나 실효성 있는 고객정책을 설계하고 이를 실행하면서 힘을 받기 위해서는 내부의 귀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들만의 리그'라는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를 극복하려면, 외부 고객의 힘을 ‘전략적으로 빌려오는 구조’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방송국에서 운영하는 '옴부즈맨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자사에서 방영한 콘텐츠를 스스로 평가하고, 시청자의 의견을 반영해 문제를 짚고 개선방향을 모색하는 일종의 자기반성형 콘텐츠다. 참고로 방송법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방송사는 시청자위원회 설치 및 시청자 의견 수렴 프로그램(예: 옴부즈맨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자율적 활동이 아닌, 제도적으로 외부의 평가를 반영하도록 하는 장치인 셈이다. 지루하다는 평도 있지만, 이 프로그램의 존재는 '내부가 스스로를 감시하고 있다는 상징성'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기업에도 이러한 외부의 시선을 반영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일부 기업은 고객 모니터링단, 소비자 평가단, 자문단, 심지어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나 이용자보호위원회 같은 형식의 외부 위원회를 구성한다. 이름은 달라도 목적은 동일하다. 바로 외부의 시선으로 내부 정책의 허점을 짚고, 고객 경험의 사각지대를 점검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문단은 단순한 들러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형식만 갖춘 채, 회의만 하고 끝내는 방식으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고객정책을 설계하거나 리스크를 점검할 때 이들의 목소리를 ‘외부 검증’의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내부 직원이 지적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나 고질적 불만 요인을 외부 위원이 오히려 객관적으로 제시해 줄 수 있다.


필자가 근무하던 회사는 방송사업자였기에 시청자위원회를 법적으로 운영해야 했는데, 이를 매우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각계각층에서 모인 위원들과 분기마다 회의를 진행했고, 이 회의는 단순히 시청률이 떨어진 프로그램을 비판하는 자리가 아니라, 우리 조직이 놓치고 있는 시청자와 고객의 시선을 되짚는 자리였다. 위원들이 적극적인 참여를 할 수 있도록 내부에서 사전에 회의 안건을 정리하고, 필요시에는 개선조치 보고까지 연계해 위원회의 실효성을 높였다.


비슷한 사례로, 지자체에서도 유사한 위원회 구조를 운영한다. 필자도 과거 구청에서 운영하는 ‘통합방위협의회’라는 곳에 위원으로 참여한 경험이 있다. 이 협의체는 경찰서장, 소방서장, 군부대 관계자, 지역 의회 의원, 통반장 대표, 민간 단체장 등 다양한 분야의 지역 대표들이 모여 관할 지역의 재난, 방위, 안전 문제를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하면서 네트워킹도 진행하는 공식적인 기구다. 비상시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정기 회의를 통해 지역사회의 취약점을 점검하고 공동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활용된다. 다양한 관점이 모이는 이 협의회는 행정기관이 놓치기 쉬운 현장의 시선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기업이 외부 자문단을 운영하는 방식과 매우 유사하다.


플랫폼 기업 카카오의 사례도 있다. 2022년 10월,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카카오톡, 카카오페이, 카카오T 등 주요 서비스가 장시간 중단되는 사고가 있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서비스 장애를 넘어 사회 기반시설 수준의 플랫폼 리스크로 주목받았다. 이후 정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민관합동 조사위원회를 꾸려 원인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카카오도 자체적으로 긴급 대응 TF를 구성하고, 독립적인 외부 자문단 구성을 추진하였다. 이처럼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한 조사와 대응 프로세스는 국민 신뢰 회복의 기반이 되었고, 기업의 위기 대응에서 외부 시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경우는 기업에서 발생한 리스크가 국민 생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정부가 적극 개입한 사례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기업이 먼저 나서서 외부 전문가 그룹을 구성해 둔다면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외부 위원회는 위기 상황에서 든든한 우군이 되어주기도 한다. 정책적 논란이 발생했을 때, 외부 위원들의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시선이 기업의 입장을 대변해 주는 역할을 한다. 평소 신뢰를 쌓아둔 위원이 기업의 고객정책이 충분히 고민된 결과임을 설명해 줄 수 있다면, 소비자단체나 언론과의 충돌을 줄이는 데도 효과가 있다.

소비자 모니터링단 역시 매우 유용한 도구다. 신상품을 출시할 때, 고객 여정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실사용자 입장에서 피드백을 받고, 이를 통해 프로세스 개선으로 연결할 수 있다. 이들은 단순한 평가자를 넘어, 고객의 시선으로 동선 흐름, 정보 인지의 오류, 가격에 대한 심리적 부담, 불만이 터지는 접점을 구체적으로 짚어준다.


고객과의 소통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다양한 채널에서 들어오는 소리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외부의 눈으로 자문받고, 내부의 손으로 개선하는 순환 구조 안에서 완성되는 것이다.

고객은 기업이 정한 정책의 수용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정책의 공동 설계자일 수도 있다. 기업은 고객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외부 시선을 내부 변화의 기제로 삼아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고객 중심 경영의 실천이며, 고객의 시선이 닿는 곳에서 진정한 혁신은 출발한다.


결국 고객정책은 내부 데이터, 현장 피드백, 외부 자문 이 세 가지 축이 균형을 이룰 때 실효성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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