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목소리, 즉 VOC(Voice of Customer)는 기업에게 단순히 귀찮은 불만 사항으로 여겨지기 쉽다. 그러나, 반복되는 VOC는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기업 운영의 본질적인 문제를 드러내는 경고 신호다. 해결되지 않은 VOC는 기업의 신뢰도 하락과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고객 이탈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불만을 해결하려면 데이터를 넘어서 고객과의 깊은 소통과 프로세스의 점검이 필요하다.
반복적인 고객불만이 쌓이면 경영진은 해결되지 않는 이유를 추궁하고, 현장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각자의 입장에서 변명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렇게 반복적인 문제가 발생할 때는 표면적인 이유 외에 그 이면을 파악해봐야 한다. 반복적인 VOC는 그 자체만으로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VOC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은 그 시작점이 될 수 있다. 고객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단어와 표현, 불만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시점과 상황, 불만을 제기한 고객군의 특징 등을 세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이러한 분석은 문제의 핵심 단서를 제공하고, 고객 불만의 주요 원인을 좁혀가는 데 도움을 준다.
일반적으로 반복적인 VOC는 크게 3가지 유형에서 주로 발생한다.
첫 번째는 서비스 불만 유형으로 고객 센터 상담사의 응대 태도, 문제 해결 속도, 안내 부족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불만의 근본 원인은 상담사의 역량이 아니라 프로세스 상의 문제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프로세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상담사들이 최선을 다해도 고객 불만을 막을 수 없다. 상담사들의 응대 태도는 이제 어느 업종이나 비슷할 만큼 서비스 품질이 비슷한데, 프로세스 상에서 해결되지 못한 불만이 서비스 불만을 이어질 수 있기에 잘 살펴야 한다.
두 번째는 근원적인 상품과 서비스 품질 문제로, 고객 서비스 시간 약속 미준수, 제품 품질 문제, AS 지연 등이 포함된다. 특히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 불만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
세 번째로 프로세스에 대한 불만인데, 이 부분은 CS기획자들이 가장 중점을 가지고 봐야 할 문제이다. 불합리한 정책이나, 복잡한 절차 등으로 인한 고객의 불편이 증가하는 것을 해결하는 것이 VOC를 제대로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과거 필자가 겪었던 가장 흔한 불만 사례를 한번 살펴보겠다. 당시 회사에서는 고객 유치 시 제공되는 사은품 관련 불만이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었다. "사은품이 제때 도착하지 않는다"라는 VOC가 가장 빈번했는데, 이를 분석한 결과, 문제는 사은품 배송 프로세스와 고객 기대 관리 간의 불일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고객이 설치를 하고 나서 전산상 완료처리가 되면, 사은품 발주가 되고 고객에게 배송되는 시스템이었는데 고객은 설치 후 바로 받기를 원했고 회사에서는 서비스 완료 처리가 된 이후에 배송이 되는 시스템이기에 불일치가 날 수밖에 없었다. 당시에 배송을 우리가 직접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고객에게 접수 당시에 사은품에 대한 배송 프로세스를 설명드리고, 언제쯤 받게 될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드렸다. 고객의 기대와의 불일치를 줄이니 민원 수치가 대폭 낮아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프로세스를 바꿀 수 없으면 고객에게 정확한 정보 제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복적인 VOC는 단순한 데이터 분석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보다 실질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의 접근법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는 것이다. 데이터로만 보지 말고 문제가 발생한 고객의 상담 정보를 직접 들어보는 것만으로도 실재하는 문제점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고객이 직접적으로 상담을 통해서 하지 않은 속내를 알기 위해서 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심층인터뷰이다. 심층 인터뷰는 고객의 불만을 깊이 이해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도구이다. 특히 반복적으로 불만을 제기한 고객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면 문제의 구체적인 맥락과 고객의 기대를 보다 명확히 알 수 있다.
보다 많은 고객의 의견을 수집하려면 고객조사를 병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프로세스상의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NPS(Net Promotor Score, 순 추천 지수) 방식을 시도해 보면 좋다. NPS(Net Promoter Score)는 고객 충성도를 측정하는 데 사용되는 강력한 지표이다. 그런데, 필자는 NPS를 고객 조사에 활용하여 크게 효과를 봤었고, 지금은 꽤 많은 기업에서 활용하고 있다.
NPS를 각 고객의 프로세스단에서 시행하게 되면, 고객 여정 전 과정에서 어느 단계에서 경험이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지의 파악이 가능하다. CRM데이터 정보를 가지고 활용해 보면 아주 유의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때로는 문제를 더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 고객의 경험을 재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미스터리 쇼핑(Mystery Shopping)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실제 고객이 겪는 문제 상황을 직접 체험하고, 서비스 프로세스를 단계별로 점검하면서 숨겨진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미스터리 쇼핑의 경우는 유통업에서 자주 활용되는 방법으로, 직접 구매를 해서 받아보는 단계를 통해서 고객의 경험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짝퉁으로 의심되는 판매자의 제품을 구입해서 검수하는 데 활용하기도 한다. 특히, 항공사들은 미스터리 쇼핑을 활용해 공항서비스와 기내 서비스를 평가하고 있다. 고객을 가장한 평가자들이 직접 탑승해 고객 응대, 기내 청결, 기내 서비스 등을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직원 교육과 서비스 개선을 추진한다.
미스터리 쇼핑이 쉽지 않은 곳에서는 동행 체험도 효과적이다. 기사와 함께 고객 댁내에 함께 방문해서 작업하는 동안 기사의 움직임과 더불어 고객의 행동을 잘 관찰해 보면 개선해야 할 포인트들이 보인다. 왜 현장 접점이 매뉴얼대로 움직이지 않는지는 동행해서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현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다양한 케이스들이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설계해야 한다.
또한 내부 프로세스를 철저히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객 불만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종종 내부 시스템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고객 상담 스크립트를 검토하거나 VOC 대응 히스토리를 분석해 기존의 해결 방식이 충분했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기업 내부의 병목 현상을 파악하고,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
고객은 단순히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아니라 해결의 주체로도 참여할 수 있다. 고객과의 공동 워크숍은 이를 실현하는 좋은 방법이다. 특정 고객군을 초청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개선 방향을 함께 설계하는 과정을 통해 고객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다. 이러한 협력적 접근은 고객에게 참여감을 주고, 기업의 신뢰를 쌓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과거 CJ홈쇼핑에선 현고이사(賢顧以思, 현명한 고객이 회사를 움직인다)라는 고객 모니터단을 운영했는데, 이 프로그램은 고객이 직접 상품과 서비스를 평가하고 개선점을 제안하는 역할을 맡았다. 특히, 상품 반품 경험이 많은 고객을 '현고이사'로 선정하여, 그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품의 부족한 점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개선하는 데 활용했다. 이러한 고객평가단 운영을 통해 당시 CJ홈쇼핑은 프로세스를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 있었다.
반복되는 VOC는 문제의 신호이자, 개선의 기회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그 이면에 숨겨진 맥락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고객과 대화하며, 프로세스를 점검하고, 고객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기업은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VOC는 고객의 불만이 아니라, 기업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VOC는 고객의 요구와 기대를 이해하고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여 비즈니스 개선과 고객 신뢰 강화를 이루는
기업 성장의 중요한 밑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