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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CS 지표의 올바른 해석과 활용

by 오경희

"오늘 응대율은 95%입니다."


이 응대율은 무엇을 의미할까? 고객중심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표를 잘 활용해야 한다. 지표경영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고객의 언어는 정성적이지만, 고객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정성적 데이터를 정략적 지표로 바꿔서 고객의 의향을 읽을 수 있어야 하고, 각 지표 간의 상관관계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CS영역의 지표는 회사의 운영 상태를 파악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핵심 도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숫자만을 바라보거나 잘못 해석하면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특히, 통계에 대한 맹신은 데이터의 함정에 빠져서 판단력을 흐리게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콜센터의 응대율, FCR(First Call Resolution, 고객의 첫 번째 문의에서 문제가 해결된 비율), AS 발생률 등의 주요 지표는 무엇을 의미하며, 이를 어떻게 올바르게 해석해야 하는지 살펴보겠다. 또한, 통계적 데이터를 제대로 이해하고 거짓된 해석을 구별하는 방법도 함께 다루어 보도록 하겠다.


콜센터 지표 중 가장 많이 활용하는 응대율은 콜센터에서 고객의 전화를 일정 시간 내에 응대한 비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20초 내 응대율 80%"는 전체 고객 전화 중 80%를 20초 이내에 받았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렇다면, 관리자는 '오늘 1,000명의 고객이 콜센터에 전화를 걸었고, 모든 콜 중에서 80%를 20초 내에 받았군'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자면 응대율은 고객이 상담사에게 연결을 요청한 콜 중에서 연결된 콜의 비율이다. 고객이 회사에 전화를 걸어서 ARS 안내를 다 듣고 상담사 연결은 '0'번이라는 멘트를 듣고 난 이후에 연결된 비율이라는 말이다. 고객이 전화를 걸면, 이 신호는 공중전화망(PSTN) 또는 인터넷을 통해 회사로 전달된다. 그리고 나면, 교환기(수신된 전화를 내부적으로 분배하는 장치로, 외부에서 걸려온 전화를 내부의 적절한 부서나 상담사에게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에서 CTI(Computer Telephony Integration, 컴퓨터와 전화 통합 시스템) 서버로 전달되고 이후에 IVR(Interactive Voice Response) 또는 ARS(Automatic Response System)을 통해서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하도록 유도하며, 기본적인 문의는 셀프로 처리될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입금 계좌 조회나 주소 안내 등과 같은 간단한 정보가 이에 해당되고, 통신사 같은 경우는 기계 리셋을 원하면 해주기도 한다. 이를 통해 상담사 연결을 하지 않고도 직접 처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러고 나서도, 상담사 연결을 원하는 경우 대부분의 경우 '0'번을 누르고 난 이후부터가 응대율의 모수에 포함되는 콜이다. 이렇게 연결된 콜은 상담사가 CTI서버를 통해 제공되는 고객 정보를 활용하여 상담을 진행한다. 요즘에는 여기에 AI시스템이 붙어서 상담사의 상담보조 역할을 지원한다.


그렇다면 20초 내 응대율은 무슨 뜻일까? 전화를 해서 20초 만에 연결되었다는 뜻이 아니라, '0'번을 누르고 나서 상담사에게 연결되는 동안 전화벨이 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지금 글을 읽는 독자들도 대부분 경험해 봤을 텐데, 사실 ARS를 통해서 상담사연결까지의 시간이 무척이나 길다. 그렇다고 ARS를 건너뛰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요즘은 미리 홈페이지에 ARS 구조도를 올려두기도 하고 보이는 ARS를 통해서 고객의 편의를 높이는 노력도 한다. 전화를 걸어서 상담사에게 연결되기까지의 시간은 1분을 넘기지 않도록 설계를 해야 한다. 그리고, 메뉴들이 빙글빙글 돌지는 않는지 제대로 점검하지 않으면 상담사 연결을 원하고 '0'번 메뉴를 찾는 고객들이 ARS시스템에 갇혀버릴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응대율은 100%로 하지 않을까? 어떤 회사는 대표가 '100%로 응대해'라는 말 한마디에 100%로 한다고 한다. 행복한 고민이지 않을 수 없다. 위의 회사는 효율은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응대율이 100%가 되려면 어떤 시간대라도 여유 상담사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응대율.jpg

대부분의 콜센터의 인입은 위와 같이 들쭉날쭉하게 들어오기 때문에 대부분의 데이터가 위의 표와 같이 나타난다. 피크타임에 인력을 맞추면 다른 시간대에 여유상담사가 너무 많아져서 비효율이 생기고, 다른 시간에 맞출 경우에는 응대율이 나빠짐과 동시에 버블콜(중복적으로 들어와서 실제 전화 거는 고객수보다 반복적으로 걸려오는 콜 수)이 많아지면서 지표의 하락과 동시에 고객의 불만이 증폭된다.

이렇게 버블콜이 많아지면, 고객의 불만율이 늘어나면서 실제 응대 시간도 길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콜센터에 정직원 외에 파트타임 근무가 많은 이유이다. 최근에는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보다 유연한 콜 응대율을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생겼다.


과거 필자가 책임자로 근무했을 당시, 응대율 목표를 92%로 설정했었다. 이 수치는 고객의 불만을 최소화하면서도 인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적정한 수준이었다. 응대율을 구성하는 요소는 인입콜 수, 응대콜 수, 대응 인력, 그리고 시간당 응대콜 수 등이 반영되는데, 전체 비용관리 측면에서도 기준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는 각 업태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관리자들은 데이터를 잘 관찰해서 그 값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이제, 응대율을 이해했다고 치자. 응대율을 내기 위해서는 인입콜, 응대콜, 대응인력이 나오고 시간당 응대콜수가 나온다. A는 12 콜을 한 시간에 받았고, B는 8 콜을 한 시간에 받았다. A는 B보다 우수하다고 할 수 있을까? 필자가 근무하던 회사의 상담사는 하루에 평균 70 콜~80 콜 정도를 소화했는데, 클레임을 전문으로 하는 상담사는 25~30 콜을 소화했다. 업무 처리의 성격에 따라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상담사들이 모든 전화를 한꺼번에 받았다. 당시의 하루에 상담사가 처리하는 콜 수는 평균 60 콜이었다. 상담사들의 콜 처리를 올리라는 경영진의 요구에 당시 운영팀 팀장이 시행한 방법은 인입콜을 구분하는 것이었다. 1차 상담사가 받아서 콜이 길어질 수 있는 내용은 2차로 나누고 그중에 민원성 콜은 클레임 처리 담당자가 받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상담사의 하루 처리 콜은 82 콜로 130% 이상 높아졌다. 이 경우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1차적으로 부정적으로 평가해 보자.

상담사의 숫자는 100명에서 70명으로 줄었고, 2차 상담사 및 클레임 상담인력이 30명이 되었다. 6,000 콜 받던 조직이 5,740 콜을 받는 조직으로 바뀌었다. 1차 상담에서는 콜을 많이 받는 직원들을 칭찬하다 보니, 길어질 소지가 있는 콜이나 귀찮은 내용의 콜은 2차나 클레임으로 넘겼고, 2차 상담이나 클레임 인력들은 왜 무작위로 넘기냐면서 피드백을 하기도 하고 이게 2 차콜인지 클레임콜인지 다투는 일이 생겼다. 고객입장에서는 조금 복잡해지는 내용은 전문상담사라는 이름으로 2차나 클레임 상담으로 넘어가는 일이 생겼다.


그럼 긍정적인 요인은 없을까?

사실 회사의 업무가 복잡해지면 분업화를 요구하게 된다. 1차 상담사가 모든 업무를 처리하기에는 약 2주에서 1개월의 교육을 받더라도 제대로 된 상담이 어렵다. 일반적으로 2주 교육 후 3개월 정도는 신입 상담원으로써 특별히 케어받으면서 상담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위와 같이 프로세스를 변경하면서 신입상담사의 생존율이 높아졌다. 3개월 내 퇴사율이 확 줄어든 것이다.


콜센터 운영 측면에서는 상담사의 퇴직률을 낮추고, 상담사의 퍼포먼스가 올라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굉장히 잘된 성공사례이다. 그러나, 고객관점에서 보면 이 제도는 아주 불편하다. 지금은 이렇게 전문화된 콜센터가 대부분이어서 상담을 진행하다가 상담 내용이 바뀌면 전담 부서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상담사들에게 부여된 권한 자체를 다르게 두기 때문에 운영에는 효율적이지만, 고객입장에서는 참으로 불편하기 짝이 없다.


오랫동안 고착된 시스템이지만, ARS와 AI가 도입되기 시작하는 이 즈음에는 다시 한번 들여다봐야 하는 프로세스라고 생각한다.


위와 같이 고객 관련 지표는 다양하게 해석이 될 수 있다. 고객이 제대로 상담을 통해 해결하고 나가는 지를 확인하는 FCR (First Call Resolution), 고객 평균 대기 시간, 고객 이탈률, 버블률, 콜백비율 및 처리율 등의 보조지표를 통해서 면밀하게 구멍 나는 데이터가 없는지 살펴야 하고, 통계의 공백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없는 데이터는 없다. 다만, 관리하지 않는 데이터가 있을 뿐이다.


AS관련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경우 AS발생률(접수율)과 처리율을 가장 많이 보고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AS의 경우는 인입율도 상당히 중요하다. 제품의 완결성이 높을수록 AS콜 인입은 발생하지 않는다. 물론 고객의 과실에 따른 AS단순 문의 건이 있어서 기술에서는 억울함을 토로할 수 있으나,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제품일수록 단순 문의도 낮다. 직관적인 UI/UX를 설계하는 것도 기술인력의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지표는 단순하게 하나의 지표만 보지 말고 연계해서 흐름을 잘 봐야 한다. 명확한 목적 설정을 통해서 각 지표가 무엇을 측정하고 어떤 의사결정에 사용될지를 명확히 정의해야 하고, 하나의 지표만으로 평가하지 말고, 관련 지표들을 결합하여 문제를 입체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모든 지표는 VOC와 연결하여 고객의 실제 불만과 만족도를 반영해야 제대로 보인다.


데이터 통계는 평균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 통계 지표 해석 시 평균값이나 작은 표본의 비율에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평균 처리 시간이 5분이라도 일부 고객이 30분 이상 기다리면 이 고객들의 부정적 경험이 회사 평판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작은 표본에서 발생한 높은 비율은 전체 성과를 과장할 수 있다.

또한, 단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론을 내리기보다, 최소 3개월 이상의 데이터를 관찰하여 추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긴급 이슈를 모니터링하는 경우도 있지만,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은 지속적으로 보면서 추이를 관찰하는 것을 추천한다. 콜센터에서 인입콜을 예측할 때는 통상 3년 치의 과거 데이터를 가지고 추정하는 것이 기본이다.


관리자는 단순히 숫자를 수집하고 보고하는 것을 넘어, 데이터를 전략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FCR이 높은 경우 고객 만족도 또한 높은지 확인하며, 단일 지표가 아닌 다층적 접근으로 분석해야 한다. 특히, 숫자가 아닌 고객의 관점에서 데이터를 바라봐야 한다. 예를 들어, 상담사 상담콜 향상이라는 성과는 고객관점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지표의 결과를 평가하기보다, 이를 만들어낸 과정과 영향을 분석하며 개선 방향을 도출해야 한다.

지표는 숫자에 불과하지만, 올바르게 설계되고 해석될 때 고객 경험을 혁신하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관리자는 단순한 통계의 소비자가 아닌 데이터의 설계자이자 해석자가 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진정한 고객 중심 경영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지표는 숫자에 불과하지만, 올바르게 설계되고 해석될 때 고객 경험을 혁신하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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