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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AI도 고객의 언어로 설계하라

by 오경희

요즘 AI는 우리의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그러나, 아무리 똑똑한 AI프로그램이라도 결국은 시스템의 하나이다. 설계 단계에서 고객의 언어로 설계되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고객과의 현장 접점(MOT, Moment of Truth)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많은 이들이 MOT라고 하면 상담사나 현장기사 또는 대면창구를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고객 여정 속에서 수많은 접점이 존재한다. 특히 비대면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콜센터 외에도 검색창, 홈페이지, 모바일 앱, ARS/IVR, 챗봇, 채팅창, 문자메시지, 알림톡, 음성봇 등 디지털 접점이 MOT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고객응대 시스템은 기업의 서비스 효율성과 고객 만족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전략적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챗봇, 음성봇, 셀프서비스 등은 고객 경험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지만, 도입 초기부터 전략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오히려 고객 불만을 키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고객응대 시스템은 기업의 서비스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챗봇, 음성봇, 셀프서비스 등의 기술은 고객 경험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지만, 도입 초기부터 전략적으로 잘 접근해야 한다.


AI 시스템 도입의 목적은 고객 경험 향상과 운영 효율성 증대이다. 이를 위해서는 AI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생각해야 한다.

- 고객이 가장 자주 겪는 불편 사항은 무엇인가?

- 현재 고객 응대 프로세스에서 AI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반복적이거나 단순한 업무는 무엇인가?

- AI가 고객 문제를 해결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은 어디인가?

고객의 입장에서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신속하고 정확한 응대가 가능한 방향으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필자가 고객부서장으로 부임했을 당시 가장 먼저 마주한 과제는 챗봇 활성화였다. 당시 IT부서 주도로 챗봇이 도입되었지만, 고객의 질문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했고, 이용률은 저조했다. 파악해 보니 문제는 명확했다. 고객의 언어가 아닌, 상상 속의 시나리오로 챗봇을 설계했기 때문이었다. 채팅 상담이 구축되기 전이었던 당시 우리 회사에서는 챗봇 설계에 상담 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나리오를 설계했는데, 채팅의 언어적 특성과 어투를 반영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고객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채팅을 통한 상담을 기반으로 챗봇을 설계했다면 겪지 않을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고객들의 대화는 음성과 채팅의 패턴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AI는 지속적인 학습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시스템을 도입하고 나서는 학습자가 있어야 하는데, 당시 AI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낮음으로 인해서 후처리에 대한 인력 준비 등이 미흡할 수밖에 없었다.


AI 기반 고객 응대 기술은 매우 다양하다. 각 기술의 특성과 강점을 이해하고,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고객 특성에 맞춰 적절한 솔루션을 선택해야 한다. AI 시스템은 데이터에 기반하여 학습하고 작동한다. 따라서 데이터 품질 관리가 성공적인 도입의 핵심 요소이다. 데이터가 정확하지 못한 잘못된 데이터는 AI의 성능 저하를 초래할 수 있고, 오히려 업무에 저해가 될 수 있다. 또한 고객 정보 보호를 위한 강력한 보안 프로토콜을 적용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필요한 데이터의 범위를 잘 지정하고 있어야 한다. 고객 행동 데이터, 문의 이력, VOC(Voice of Customer) 데이터 등 다양한 데이터 확보가 되어 고품질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AI 시스템에 공급되도록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유지해야 한다.


AI 시스템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인터페이스는 직관적이고 편리해야 하는데, 간결한 대화 흐름으로 복잡한 과정 없이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하고, 자연어 처리(NLP)가 매끄럽게 되어서 고객의 자연스러운 표현을 이해하고, 적절한 응답을 생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AI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신속하게 인간 상담사로 연결될 수 있도록 에스컬레이션 설계를 해 두어야 한다. 즉, 이용 편의성을 높이고, 고객이 AI 시스템에 긍정적인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AI 시스템은 기존의 고객 관리 시스템(CRM) 및 콜센터 운영 체제와 통합되어야 한다. 다양한 시스템 간 원활한 데이터 교환을 지원할 수 있도록 API가 연동되어야 하고, 확장성과 유연성을 고려한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시스템 성능과 응답률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링 도구가 있어야 한다. AI를 위한 QA도 구성되어야 한다. 기술 통합은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데이터의 일관성을 보장한다.


AI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에도 고객 피드백을 수집하여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고객의 의견과 불만을 분석하여 AI 응답 품질을 개선하고, 다양한 대화 방식을 테스트하여 최적의 솔루션을 도출해야 한다. AI 알고리즘과 데이터베이스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것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고객 중심의 지속적 개선이 AI 시스템의 성공적인 운영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AI 시스템 도입 이후에도 정기적인 피드백 수집과 알고리즘 개선은 필수이다. 고객의 반응을 분석하고, 응답 품질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며, 시스템 자체를 끊임없이 업데이트하는 것이 성공적인 AI 고객 시스템 운영의 핵심이다.


도입 비용 역시 단기 ROI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 초기 구축 비용 대비 장기적인 비용 절감 효과에 대한 예측을 잘해야 한다. 무리한 비용 절감 효과를 가지고 프로그램 도입을 추진할 경우, 당장 다음 해부터 스스로 목을 졸릴 수 있다. AI시스템 도입을 통한 상담사 업무 경감 및 생산성 향상이 가장 큰 타겟인데, 이에 반해서 AI시스템을 학습하고 운영하는 인력에 대한 증원도 상대적으로 살펴야 한다. 그러나, 단지 생산성에만 포커싱을 해서는 투자 결정이 어렵다. 시스템 도입을 통한 고객 만족도 향상에 따른 매출 증가 요인을 잘 반영하도록 살펴야 한다. 구체적인 ROI(Return on Investment) 계산을 통해 설계할 때에야 경영진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 기반 고객응대 시스템 도입은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전략이다. 고객 중심의 목표 설정, 적합한 기술 선택, 데이터 관리, 사용자 경험 설계, 기술 통합, 지속적 개선, ROI 분석, 윤리적 고려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도입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기업은 효율성과 고객 만족도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중에 하나라도 소홀히 하게 되면, 오히려 많은 비용을 들이고도 어쩌지 못하는 계륵과 같은 시스템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AI는 고객의 데이터를 다루는 만큼 윤리적 고려와 신뢰 구축이 핵심이다. 고객에게 AI가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투명하게 고지하고,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한 법적 규제를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AI는 사람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기술이어야 한다.


AI 시스템은 도입 자체보다,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하며 진화시키느냐에 따라 고객 경험의 질이 완전히 달라진다. 고객의 언어로 설계되지 않은 AI는 결국 고객과의 접점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제대로 설계된 AI는 기업의 가장 강력한 고객 접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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