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apital of coffee is chiangmai! (커피의 수도는 치앙마이예요)."
방콕에서 만난커피숍 사장님이 말씀하셨다.여기가 낫다고할 법도 한데, 치앙마이에서 경험한 훌륭한 커피들이 단지 우리만의 느낌이 아닌 모양이었다.
치앙마이에서는 별 기대 없이 들어간 커피숍들마다 기대 이상의 맛으로 보답해왔다. 태국이 커피로 유명한 나라라는 것을 몰랐기에 우연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세계 15위 원두수출국에 랭크되어 있고 치앙마이 서쪽의 메홍손, 북쪽의 도이창 지역이 특히나유명한 산지라고 한다. 굳이 자랑하기엔 그 랭킹이 생각보다 낮은 게 아니냐 할 수 있는데 수출량이 맛에 비해 미미한 건 사실이다. 내수 충족시키기에도 공급량이 달려 수출까지 할 여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방콕 사장님피셜).
그렇기에 치앙마이에 머무르는 동안 최대한 마셔보자는 생각으로 다양한 커피숍을 돌아다녔다.
* 태국에서 아이스커피를 주문하면 설탕이나 시럽을 넣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덥고 습한 기후로 땀을 많이 흘리는 영향인지는 모르겠으나 "no sugar"를 꼭 요청드리자. 깜빡했다가 빨대를 타고 흘러드는 단 물에 흠칫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숙소 근처에서발견했던 가정집을 개조한 카페. 사장님은 수많은 로컬 원두를 꺼내 하나하나 향을 맡아볼 수 있게 해주셨고, 고민끝에두 가지를고르자일부러 한 잔씩내려주시며맛을비교할수 있게도 해주셨다.차갑게 주문한 경우 얼음이 녹으면서맛이 오염되거나 희석될수 있으니 스텐큐브얼음을 사용하시는 세심함도 보이셨는데,그 덕인지 마셔본 아이스커피 중 손꼽히게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뿐인 마당에서 맛 좋은 핸드드립커피를 마시고 있자니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 같았다. 이렇게나 정성스러운 한 잔이 100밧(4000원)도 채 하지 않는다니.
영어로 소통이 어려웠으나 친구분이 합류하셔서 통역을 해주신 덕에 커피에 대한 사장님의 애정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한국에서 들여온 로스팅 기계를 사용 중이라면서 직접 체험해보겠냐고 제안도 주셨는데 일정 때문에 일어나야 하는 것이 아쉬웠다. 며칠 후 아침에 방문해보니 휴무이신 듯했다. 자유로운 영업시간도 치앙마이 개인 카페들의 인간적 특징이다.
숙소 근처에서 찾아낸 또 하나의 보석으로 유쾌한 아저씨 사장님이 운영하신다. 로스팅 공장을 운영하는 삼촌으로부터 떼오신 원두에 애착이 엄청나시다.
무엇보다아메리카노를 바텐더처럼 아주 빠르게 흔들어 크레마층(?)을 만든 뒤 내어주시는데, 그 맛이 잊히질 않는다. 산미와 고소한 풍미가 동시에 매우 짙게 느껴져서, 카페인에 별 영향 받지 않는 체질임에도 '커피 마시면 잠 깬다'는 말을 비로소 이해할 것도 같았다. 워낙박학다식하신지라 가게에 있다 보면 커피에 대한끝없는 무료 강의도 듣게 된다.
산미 있는 커피를 좋아하는 우리는 치앙마이에서 미디엄 로스팅 커피를 택할 때마다 실망한 적이 거의 없었다. 아메리카노 기준 한 잔에 40~60밧(1600~2400원) 정도로 우리나라보다 저렴했고, 핸드드립으로 마시면 이보다 조금만 더 지불하면 되었다.
개성 있는 카페들이 맛 또한 우수하니스타벅스를 수없이 지나치면서도 단 한 번도 들르지 않았던 게 설명된다..정확히는 들를 새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