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생각이 안 난 유일한 해외여행

by 위키워키

한 달 동안 한국식당에 간 것은 딱 한 번, 삼겹살을 먹었을 때였다. 그 또한 엄청난 가성비를 자랑해서 시도했던 것이지 태국 음식에 물려서가 아니었다. 파스타도 김치랑 먹던 우리 부부가 이리 지조 없이 변한 데는 당연하게도 입에 잘 맞는 태국음식들이 있었다. 주식처럼 먹던 국수와 볶음밥은 제외하고 추려보았다.




1. (볶음) 수끼

배추 등의 채소와 고기, 해산물 등의 메인재료에 얇은 면을 넣고 계란을 입혀 데치거나 볶아낸다. 불맛 나는 수끼를 칠리소스+쌈장을 섞은 듯한 전용소스에 찍어 먹으면 완벽한 조화. 국물식(soup)보다 볶음(fried, stirred) 식이 입에 더 잘 맞았다.
@치앙마이게이트 야시장 '카오파이'

https://maps.app.goo.gl/NJ2hV44vMhiQkpCU7

우리가 가장 좋아했던 치앙마이 게이트 바로 옆 노랑간판 노상 수끼집. 주문할 때 spicy 여부를 물어보시는데 고민 말고 YES! 하면 된다. '화산을 보라'는 이 집의 상호명답게 불맛+얼큰한 맛의 조화가 완전 넘사벽. 이미 유명해져 대기를 엄청 해야 하는 창푸악 수끼보다 만족스러웠다. 우연히 찾아낸 40밧(1600원) 짜리 찐행복.


2. 찜쭘과 무카타

찜쭘은 태국식 샤부샤부로 채소와 고기, 해산물 등을 토기에 담아 끓여가며 먹는 음식이다. 무카타는 원형 그릴 중앙에 고기를 굽고 테두리 쪽 파인 홈에는 육수를 넣어 채소를 데치는, "구이+ 미니샤부샤부" 형태의 요리이다.
@yang noey nimman (찜쭘 & 비비큐 식당)

https://maps.app.goo.gl/UMPnMJWnNraxppe4A

잘 구운 고기를 소스에 찍어먹고(여기에도 수끼 소스가 잘 어울린다), 찜쭘 속 채소나 국물까지 곁들이면 바로 소화 완료.

찜쭘을 조리하는 황토색 토기인 '머딘'과 무카타를 조리하는 그릴은 마트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었다. 현지 친구들이 맨날 쓰던 고농축 육수큐브도 눈여겨보았다가 하나 사왔다.



3. 치킨라이스

닭육수에 지은 감칠맛 가득한 밥을, 삶거나 튀긴 닭과 함께 먹는 요리. 칠리/간장 소스를 뿌려 한층 달고 짜진 치킨라이스를 함께 나온 국물과 먹으면 완벽.
@koyi chicken rice

https://maps.app.goo.gl/j61F7pjunBETnX8k8

우리나라 '치밥' 과도 비슷하지만 덜 자극적이라 한 번 먹고 나면 자주 생각난다. 한 접시에 2000원 정도로 훌륭한 가격도 장점. 양이 많은 편인 우리 부부는 각자 한 그릇 씩에다 튀긴 치킨 한 접시도 추가해서 먹곤 했다.



4. 풍부한 과일

@나이트바자

아침에 일어나 코코넛즙을 한 입 빨아들이면 그 시원하면서도 고소한 맛에 뇌까지 청소되는 것 같았다. 코코넛뿐 아니라 망고, 파인애플, 패션후르츠 등 모든 과일이 한국에서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저렴했다. 날이 더 더워지면 망고 10개에 100밧(4000원) 정도면 살 수 있을 정도로 발에 채인다고. 그저 꿈같은 상황이지만 우리가 누린 과일 세상도 충분히 호사였다.

@선데이마켓

즉석에서 갈아주는 30밧(1200원) 짜리 오렌지주스. 과육이 씹히며 새콤 달달한 맛이 최고였다.

@쿤캐쥬스바

90밧(3600원) 짜리 보울. 망고 100% 퓌레에 모둠 과일이 올라가는데 식사 대용으로 먹어도 될 정도.

@선데이마켓

35밧(1400원) 짜리 무가당 아보카도 스무디. 완전 녹진하고 고소했다.


5. 맥주

@니우네

태국 맥주인 창(Chang), 리오(Leo), 싱하(Singha)를 '맥믈리에' 될 기세로 마셔댔다. 현지 물가대비 비싼 편이나(600ml 한 병 2400원~3600원) 한국에서 태국 맥주를 마시려면 그보다 비싸기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셋다 도수가 비슷한 라거지만 열심히 마시다 보니 우선순위가 갈렸다. 맥주 본연의 구수한 향만 간직한 창이 제일 깔끔하다 느낀 것. 강하지 않은 맛이라 어떤 음식과도 어울렸고 맥주만 마실 때도 부드럽게 술술 넘어갔다. 리오와 싱하는 탄산이 더 세고 특유의 향이 느껴졌는데 과장하자면 설거지 덜 된 컵에 묻은 퐁퐁 같달까.. 근데 남편은 리오와 싱하가 더 좋다고 했다.

팽이 추천한 조합

팽이 '소맥'용 맥주로 리오가 제일 낫다 말해주었다. 시키는 대로 타서 마셔보았더니 뭐 나쁘지 않은 조합이었다. 태국인의 소맥 조합 추천이라니 그 자체로 의미와 재미가 있지만 뭐니뭐니 해도 카스로 조제한 소맥이 제일 맛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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