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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비 Nov 14. 2023

자기확신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오디션 또는 면접을 준비하면서 든 생각

자기확신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물론 어떤 성과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오는 자신감이 있을 수도 있으나, 그런 대가성 자기확신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아마도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에 가깝다.


배우는 더더군다나 근거 없이도 자신의 존재감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그게 그 사람만의 매력과 아우라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타고난 게 아니더라도 오래 갈 수 있는 고유성 같은 것이다.


면접관들 앞에서 나의 상상과 감각에 대해 전달하는 자리가 오디션인데,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에 대한 탐색과 선택은 오롯이 내 몫이다.


연기훈련을 하면서 좋았던 점은

그 누구도 나에게 내가 하는 훈련이 틀렸다고 말할 수 없다는 점이다.

내가 하는 나의 상상은 오롯이 나만이 겪은 것이고, 내가 느끼는 감각은 오롯이 나만이 느낀 것이다.

훈련의 과정은 전적으로 내가 주체가 되고, 내가 얻을 수 있는 만큼 얻어가는 수련과도 같은 과정이다.

훈련하는 시간동안 어떤 주제에 대해서 몰입하는 것은 결국 내 몫,

몰입하지 않고, 얻어가려 하지 않고, 두려워서 피하려고 한다면 그 결과는 내 몫인 것이다.


그러니 그 성과라 불리울 수 있는 것도 온전히 나의 기준이 된다.

자기확신이 성과로부터 쌓여진 것이라 한다면, 그 성과는 타인의 인정이 아닌 스스로의 만족감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므로 나는 누구의 앞에서도 틀릴까봐 조마조마할 필요도,

비난을 들을까봐 주저할 필요도,

어떤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바라본 대사와 작품은 이런 것이고, 내가 해석한 캐릭터의 대사는 이런 것이기 때문에,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상상과 감각을 그 캐릭터 안에 담아서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전달하면 된다.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의 문제가 아니다.

의견은 어차피 다양하고,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저 '나'라는 사람을 보여주면 된다.

그것이 자기 확신이다.

누군가와 비교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내가 가진 상상력과 감각과 관점에 대한, 나 자신을 향한 애정과도 같은 것이다.


훈련을 통해 내가 발현한 나의 상상과 감각과 시각은 내게 너무 소중하다.

이 세상에 둘도 없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가 내가 가진 것이 소중하다는 걸 알아보고, 귀하게 여기는 것이 출발점이다.

나의 이 애정어린 것들을 오디션 또는 면접 현장에서 한 번 보여주는 것.

나는 나를 말하려고 그 자리에 간 것이다.


누군가의 마음에 들고자 할 필요도 없다.

내 자리가 아닌 것에 대해 간절히 욕망할 필요도 없다.


꾸준히 무언가를 하고 있고, 여전히 버티고 있다면

언젠가 내게 맞는 자리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역할을 꼭 하고 싶고 갖고 싶다는 건, 희망과 바람일 뿐

거기에서 그쳐야지,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거기에서 오는 좌절감과 자격지심 같은 것들이

나를 해하게 두면 안 된다.

나의 고결한 고유성이 모자라서도 아니고, 부족해서도 아니다.

작품이라는 것은 제작자 등 여러 명의 작업자들이 공동으로 창조해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 사람들의 시각에서 내가 그 자리에 적합할 것이라는 선택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 시각과 선택은 나와 다를 수 있다.

당연히, 여러 가지 의견이 있으므로.

내가 선택되지 않는다하더라도 나는 다른 선택지를 택하면 되는 것이고, 누군가가 나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는 열려 있다.

내가 최선을 다했다면, 내가 바라는 어떤 일이 성사되지 않았더라도 그건 나의 잘못이 아니다.


애써 남들에게 잘 비춰지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나의 이야기, 나의 역사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면접이나 오디션장은,

나 이런 사람이에요, 내가 생각할 때는 나 꽤 괜찮을텐데?

라고 제안하는 자리이다.


서로의 관점이 어느 정도 일치한다면 일이 성사가 되는 것이다.


다만 오디션장에서 불합격이 되고 난 뒤에 자존감이 떨어지는 이유는

구체적인 피드백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불합격한 이유는 알 수 없다.


그 이유를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려는 시도는 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온갖 나의 허점들을 스스로가 파헤치려 하다보면 내가 나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그 누구도 주지 않은 상처를 스스로 주게 되는 것이다.


내가 불합격한 이유보다도 내게 더 맞는 자리를 찾아 알아보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또는 내가 여태 해 오지 않은 방식으로 훈련을 해 보는 새로운 시도가 좋다.


불합격에 이유가 있다면 내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거나 내게 더 맞는 자리에 가기 위한 것일 거라 생각한다.


그러니 오늘도 되새긴다.

믿어, 너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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