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이 짓는 하루 그리고 이야기

by 김영재

최근 새 구두를 맞출 일이 생겨 신발이 사람에게 주는 묘한 영향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구두를 자주 신는 편이 아니지만, 막상 구두를 고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갖춰 입는다’는 생각이 스며들었다. "깔끔하게 닦인 가죽과 단정한 실루엣을 볼때, 나도 모르게 어깨를 펴고, 걸음걸이조차 조심스러워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말이다. 그렇다고 운동화나 크록스같이 편한 신발을 신는다고 해서 태도가 느슨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신발 하나가 사람의 자세나 태도에 미묘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흥미로웠다.


신발은 단순한 패션 아이템이 아니라, 그날의 기분과 태도를 결정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아침에 어떤 신발을 신느냐에 따라 하루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무심코 운동화를 꺼내 신는 날은 가벼운 발걸음과 함께 자유로운 기분이 들고, 구두를 신는 날은 자연스럽게 어깨가 펴지고 조심스러워진다. 이는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 우리가 신발에 담긴 의미를 내면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신발은 시간이 쌓일수록 그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간다. 오래 신은 구두의 닳은 굽, 운동화에 스며든 작은 얼룩, 비 오는 날의 흔적이 남은 부츠까지. 신발은 우리가 어디를 걸어왔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일까, 어떤 사람들은 신발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도 말한다. 단정한 구두를 신은 사람에게서는 책임감이, 편한 슬리퍼를 신은 사람에게서는 여유가 느껴진다. 결국, 신발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함께 걷는 동반자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걷고, 그 걸음들이 쌓여 살아온 흔적이 된다. 그리고 그 발걸음이 머무는 자리마다 우리의 신발도 함께한다. 신발을 통해 태도를 다잡고, 스스로에게 기대하는 모습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것. 결국, 신발은 단순히 발을 보호하는 도구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세상을 마주할지 결정하는 작은 신호인지도 모른다.


신발은 결국 우리를 어디론가 데려다주는 것, 어떤 길을 걷고 싶은지, 어떤 모습으로 서 있고 싶은지를 신발을 통해 결정하는 셈이다. 때로는 편안함이 필요하고, 때로는 단정한 태도가 필요하다. 그렇게 신발을 고르면서 우리는 자신에게 묻는다.


'오늘 나는 어떤 신발과 함께 이야기를 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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