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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ntle Latte 젠틀라떼 Jan 08. 2019

[퇴사일기 #14] 난생처음 프리랜서

미래의 프리랜서를 연습해보다

  퇴사 후 전 직장 K사의 상사분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사내방송 프로그램의 기획과 시나리오 작업을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업무량은 많고 인력이 부족해 회사를 잘 아는 외주인력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가진 게 시간뿐이었기에 흔쾌히 수락했고, 난생처음으로 아르바이트 시급이나 월급 이외의 소득을 얻었다. 말하자면 프리랜서로서 돈을 벌었다. 프로젝트 기간이 유럽여행과 겹쳤던 관계로 휴식 중이나 도시 간 이동 중에도 틈틈이 일을 했다. 니스에서 파리로 향하는 TGV 안에서는 내내 노트북에만 집중했다. 한국과 시차가 달라 커뮤니케이션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고, 일 때문에 여행 스케줄 중 일부를 포기하는 경우도 생겼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여행과 일을 동시에 하는 삶은 과거부터 가끔씩 그려본 모습이었다.


  K사의 사내방송과 더불어 기업의 홍보영상이나 홍보전략 기획을 도와주는 일들을 간간히 했다. 직장인 시절의 소득에 비할 순 없었지만 소속 없이 경제활동을 한다는데 의미가 있었다. 프리랜서의 삶은 장단점이 확실하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좋아하거나 잘하는 일을 할 수 있다. 능력만 있다면 본인의 선택에 따라 돈과 시간이라는 자산의 밸런스를 조절할 수도 있다. 다만 어느 정도 정착하기까지는 수입이 상대적으로 적고 일정치 못하다. 정해진 시간에 일하고 정해진 월급을 받는 직장인과는 많이 다르다. 운 좋게 프리랜서로 살았지만, 의도하지 않았고 목표한 바도 아니었기에 일을 늘리거나 정착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지만 훗날 다시 프리랜서가 되어야만 한다는 생각에 미리 좋은 경험을 했다고 여겼다.

  누구나 퇴사를 한다. 잠시일 수도 있고 영원일 수도 있다는 차이만이 존재한다. 직장생활이 아니어도 충분히 누리며 살 수 있다면 모를까, 그런 일부를 제외하고는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 하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그래서 우리 모두 언젠가는 프리랜서가 되어야 한다. 프리랜서로서 경제활동을 하려면 회사 직무에서 전문성을 발전시키거나 직무 외의 전문분야를 정해 역량을 높여야 한다. 나의 경우 홍보업무를 하며 10년 가까이 글을 써왔고, 글쓰기를 워낙 좋아했기에 관련 일을 할 수 있었다. 프리랜서에 대한 수요가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디자인이나 디지털 마케팅, 어학 같은 영역도 프리랜서로 진출할 기회가 많다. 직무를 살릴 기회가 충분하다. 반대로 일부 직무에서는 전문성을 살려 프리랜서를 하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엔 직무 외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야 한다. 요즘 각광받는 크리에이터가 좋은 예다. 아프리카TV를 시작으로 유투브와 틱톡에 이르기까지 1인 미디어로 성공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1순위로 꼽힐 만큼 영향력도 대단하다. 쉽게 돈을 번다는 시기 어린 시선도 있지만, 자신만의 컨텐츠로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분명 그만한 노력과 능력이 있다. 운이었을지언정, 그 역시 능력이다.


  내 주변에도 프리랜서로 성공한 사람들이 있다. 광고기획자인 지인의 경우 회사를 나온 이후 훨씬 많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능력이 있는 데다 회사 재직 시절부터 클라이언트와 신뢰를 잘 쌓은 덕분이다. 일을 할 때는 열심히 하고 여행도 자주 다니며 인생을 즐기는 모습이 멋지다. 다른 한 지인은 프리랜서로 일하다가 사업이 커지며 기업을 차렸다. 조직에 몸담는 것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스스로 주체적으로 경영을 하니 재미가 있다고 한다. 이들을 보며 지금은 직장인으로 살고 있는 나 역시 아주 작은 몸부림을 시작했다. 브런치를 오픈해 글을 쓰고, 인스타그램 계정을 새로 오픈했다. 현시점에서는 매우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훗날 작가와 인플루언서로서의 삶을 살기 위해 소소하게 포스팅을 하고 있다. '문송' 출신으로서 소속과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오래도록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은 나만의 컨텐츠를 만드는 일이라는 판단에서다. 아직 어설프지만 꿈은 원대한 도전이자 실험이다.


  인생의 어느 순간에 어떤 기회와 위기가 우리 앞에 나타날지 알 수 없다. 그래서 항상 회사를 떠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그 준비 중 하나의 선택지가 프리랜서다. 나는 과연 프리랜서로도 먹고 살 수 있을까? 아니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까?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주기적으로 던져봐야 한다. 그리고 만약 자신이 있다면 회사에 굳이 얽매일 필요는 없다. 시선을 넓게, 멀리 두고 준비하면 직장인 이후의 삶이 보다 풍요롭고 행복해질 수 있다. 누구에게나 프리랜서를 고민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그때를 준비해야 하는 건 당장의 보고서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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