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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ntle Latte 젠틀라떼 Jan 17. 2019

[퇴사일기 #15] 도전 식스팩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존재를 찾아서

  퇴사 전, 인생 몸무게를 기록했다. 앞서 [퇴사일기 #3] 야근은 이별을 싣고에서 말한 것처럼 정장 바지의 엉덩이 부분이 두 번, 허리 단추가 한 번 터졌다.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퇴사를 하고 연말과 신년에 술자리가 잦다 보니 몸의 지방층은 더 늘어났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Gym에 등록했다. 식단을 조절하고 하루 2시간씩 주 5일을 운동했다. 그러나 서서히 효과가 나타날 때쯤 유럽여행을 떠났다. 여행의 즐거움 중 절반은 음식이라 생각하는 데다 특히 남부 유럽은 미식이 발달한 곳이기도 했다. 이태리의 피자와 파스타, 프랑스의 에스카르도와 스테이크, 스페인의 타파스, 그리고 와인과 맥주까지. 하루 세끼도 충분하지 않았다. 한 달 동안 흡사 먹방을 찍듯 먹고 마셨다. 많이 걸어 다녀서 생각 보다 살이 많이 찌지 않았지만 다시 인생 몸무게로 복귀했다. 


  여행에서 돌아온 5월부터 다이어트에 매진했다. 백수인 나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 식단을 철저히 지키진 못했지만 누군가와 함께 하지 않는 식사에서는 닭가슴살과 삶은 계란, 아보카도, 양배추를 주로 먹었다. 질릴 때는 콥 샐러드를 만들어 옥수수와 올리브, 호밀빵을 더했다. 그리고 매일 5킬로미터 이상을 뛰었다. 주말에는 10킬로미터로 늘렸다. 공기가 좋지 않은 날에는 트레드밀에서, 좋은 날에는 한강이나 집 근처 산책로에서 뛰었다. 그 결과 5개월 만에 체지방률을 19%에서 12%로 줄였고, 체중을 10kg 감량했다. 극적인 변화는 아니지만 몸을 다시 날렵하게 만들었다. 생애 첫 식스팩을 얻었다. 다만 노안도 함께 얻었다. 다시 회사생활을 하는 지금, 체지방과 체중이 증가하기는 했지만 S사 퇴사 시기 때의 몸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꾸준히 관리하고 있다. 


  운동은 중요하다. 단순히 몸매를 위해서가 아니라 건강해야 일도 할 수 있다. 몸이 둔하면 생각도 둔해진다. 물론 일반화하는 것은 아니고 개인적인 경험이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몸을 움직이는 시간이 줄어든다. 상사의 입맛을 맞추다 보면 찌개와 같은 짠 음식을 자주 먹게 된다. 야근도 많이 한다. 야근을 위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반주를 하기도 한다. 살이 찔 수밖에 없는 상황의 반복이다. 의도적으로 몸을 움직이고 운동을 하지 않으면 배 나온 아저씨가 되는 건 순간이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취미는 달리기다. '내가 달리기를 할 때 말하고 싶은 것들'이라는 책을 썼을 만큼 달리기를 좋아한다. 마라톤 대회도 자주 나간다. 하루키는 말한다. 작가는 살이 찌면 안 된다고.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비만이 되어서는 안 된다. 몸이 날렵해야 생각과 실행이 모두 날렵해진다. 날렵해야 성과도 낼 수 있다. 그래야 원하는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그것이 커리어든 퇴사이든.


  모두가 몸짱(너무 옛날 단어인가?)이 될 필요는 없다. 자신의 몸이 가볍게 느껴질 정도의 체중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주 5일 운동하던 시기(백수라서 가능했지만)에 '왜 그렇게 운동을 열심히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사실 특별한 목표가 있는 건 아니었다. 프로필 사진을 남기려는 생각도 없었다. 그저 건강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어서였다.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건강이 좋지 않으셨다. 십여 년 전 큰 수술도 하셨고 입원도 종종 하신다. 어머니를 보며 몸이 아픈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뼈저리게 알았다. 몸만 건강하셨다면 자식들이 모두 성장한 이 시점에 여행도 자주 다니시고 맛있는 음식도 많이 드실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하시는 점이 슬프다. 그래서 건강에 더욱 신경을 쓴다. 술을 마시는 것 빼고는 건강에 나쁜 것은 몸에서 멀리하려 노력한다.(술은 끊기가 어렵다.) 


  바쁜 직장인이 몸을 꾸준히 관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아침에 졸린 눈을 비비면서, 저녁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Gym에 가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퇴근 후에 한 잔 하자는 달콤한 유혹도 이겨내야 한다. 먹고 싶은 음식도 참아내야 한다. 식단 조절 때문에 주위 사람들로부터 핀잔도 들어야 한다. 한창 독하게 다이어트를 할 때 중국집에서 회식을 하게 되면 "삼선울면에 면은 빼고 주세요, 삼선짬뽕밥에 밥은 빼주세요"라며 주문을 하기도 했다. 나도 밀가루로 뽑은 면이 맛있고 특히 라면은 외면할 수 없는 음식이다. 지방이 적당히 섞인 고기가 좋다. 그렇지만 의도적으로 참는다.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건강도 마찬가지다. 한 잔의 유혹을 멀리하고, 식단을 관리하고, 운동을 꾸준히 해야 겨우 유지가 가능하다. 평소에 챙겨야 한다. 살이 찌고, 건강을 잃은 뒤에 후회해 봐야 소용없다. 


  이제 1월도 중순에 접어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운동과 다이어트를 새해 목표로 삼는다. 하지만 Gym에 등록하고도 몇 번 나가지 않은 사람들이 이미 부지기수일 것이다. 의도치 않게 Gym에 기부할 이유는 없다. 기부는 어려운 이웃에게만 하자. 아까운 돈을 생각해서라도 오늘부터 뛰어보자. 꼭 Gym에 가지 않더라도 홈 트레이닝도 좋다. 유투브만 검색 헤도 집에서 따라 할 수 있는 좋은 운동 영상들이 많다. 근육을 키우고 싶다면 무거운 장비가 많은 Gym을 찾아야겠지만 몸을 가볍게 하고 균형을 잡는 데에는 식단 조절과 함께 홈트만으로도 충분하다. 공기만 좋다면 집 근처를 뛰어보는 것도 좋다. 혼자 운동이 어렵고 재미없다면 크루에 가입할 수도 있다. 달리기를 좋아한다면 러닝 크루에 속해 여러 사람들과 페이스를 맞춰 뛰는 것이다. 버핏서울, 블랑핏 등 남녀를 1:1로 매칭해 운동하는 프로그램들도 있다. 운동 외에 다른 목적이 있을 수도 있지만, 건강도 좋아지고 연애도 할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이처럼 운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바쁘다고, 재미가 없다고 핑계를 찾지 말고 오늘부터 시작해보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CF의 카피를 따라 한 마디 하고 싶다.


"식스팩, 야 너도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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