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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Feb 23. 2020

우리는 정말로 헬조선에 살고 있는가?

헬조선.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익숙해진 용어다. 한국에 많은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불평할 때 사용한다. 특히 젊은 세대들이 꽉 막힌 기업문화나 취업란을 마주했을 때 해당 용어를 사용하곤 한다.

그러나 이제 이 용어는 꼭 우리만 아는 용어는 아닌 것 같다.


https://www.abc.net.au/news/2020-01-30/south-korea-hell-joseon-sampo-generation/11844506

호주 친구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페이스북에 태그를 하며 물어봤다. 한국에 대한 관심도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헬조선과 관련한 기사가 호주에 나는 것도 놀라운 일은 이제 별로 아니다.


해당 기사는 한국인이라면 알 기본적인 내용들을 전달한다. 한국인의 인터뷰와 외부 기자의 시선이 합쳐져 제법 흥미로웠다.


그렇다면 정말로 우리는 헬조선에 살고 있는가? 아니면 우리 민족이 정말로 배달의 민족이 아니라 불평의 민족인가?


아니다. 우리는 헬조선에 살고 있지 않다. 한국인이 유달리 불평이 많고 정적으로 편협하게 보는 것도 아니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그렇고, 뒤틀린 시선을 가지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Factfluness>의 저자 한스 고슬링은 많은 사람들,  특히 서부 사회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굉장히 뒤틀린 시야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 한국인 역시 어쩔 수 없이 서구의 시선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세상을 제대로 살펴보기 위해서는 10가지의 사실성(Factfulness)이 필요하다. 그 둥 몇 가지 사례에 대해서 살펴보자.


1. The negativity instinct(부정 본능)


인간은 자연스럽게 부정적인 것에 더 집중한다.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이 있다면 본능적으로 부정적인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부정적 시나리오를 그리게 된다.


진화심리학적으로 생각해보면 그리 어렵지 않다. 긍정적인 일에 초점을 맞춰 행복하게만 살던 우리의 조상은 추워 죽거나 굶어 죽었다.

바람에 산들 거리는 꽃이 예뻐 꽃을 구경하러 간 조상은 맹수에게 물려 죽었다. 언제나 걱정을 하고,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사인이 있으면 이를 대비하려 한 조상들은 살았다. 바람에 산 들리는 꽃이 있으면 혹시라도 뒤에 맹수가 숨어 있지 않을까 걱정한 조상들이 살아남았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맹수에게 물려 죽을 걱정을 할 필요 없다. 그러니 무조건 부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멈춰도 된다.


많은 나라를 다녀보았다. 터키, 탄자니아에서 각각 2달, 2주 동안 봉사를 했고 14개월 동안 핀란드에 살았다. 여행을 한 나라는 대강 20개가량 된다.


단언컨대 모든 나라는 문제가 있다. 모든 국민들은 자신의 국가가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에서 살기 제일 좋다는 핀란드에서도 항상 핀란드 친구들은 이런저런 문제제기를 했다.


전 세계를 기준으로 봤을 때, 경제적 발전, 사회적 인프라, 청렴도를 고려하면 한국인으로서 한국에 사는 것은 전 세계 잘 쳐주면 top 10, 아무리 낮게 잡아도 20위 안에는 든다. 전 세계에 보통 260개가 넘는 국가가 있는데, 20위안에 있으면 상당히 괜찮은 조건이다. 무작위로 다른 곳을 고른다면 90%가 넘는 확률로 더 안 좋은 곳으로 가게 된다.


2. The destiny instinct.


그럼에도 분명 한국에는 꽤나 많은 문제들이 도처에 있다. 그러나 인간은 운명 본능에 빠지게 된다. 현재 처해 있는 이 상황이 언제까지고 지속되며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빠지는 것이다.


세대 간의 갈등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최근 젠더 간 갈등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해서 절대 안 될 사실은 바로 우리는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말 짧은 시간에 한국이 이룬 변화를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우리도 평등이나 갈등의 해결 같은 엄청난 변화를 이뤄낼 수 있다.


내가 특히 헬조선에 반대하는 이유는, 그 단어에 함몰되면 패배의식에 빠지고 변화를 모색할 동기를 잃기 때문이다.


분명히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그 속도는 결정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불평을 하거나, 좋은 능력을 갖추고 사회적으로 함께 토론하며 공통의 방향을 만들어 내는 것은 우리가 조절할 수 있는 문제이다.


인간의 뇌는 부정적인 것에 집중하도록 발전했다. 같은 돈이어도 잃은 돈에 2배가량 강렬하게 반응하는 게 뇌다. 그러니 오히려 더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것에 집중하고, 감사함을 느낄 필요가 있다.


나아가 한국은 언제나 변해왔고, 앞으로도 변할 수 있다. 그렇기에 더 적극적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세대 간, 젠더 간 대화를 모색해 보자. 가장 건설적인 방법은 읽고, 쓰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연구된 좋은 도서들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쓰자. 그리고 나아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생각도 읽어보고 토론하자. 그러한 것들이 축적되면 나중에는 분명히 하나의 공통된 방향성이 나오고, 그쪽으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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