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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건 Jul 24. 2019

고기를 먹느냐 안 먹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채식을 시작한 지 4개월이 되어간다.

핀란드에서 채식을 하는 일은 참 쉬운 일이었다.


어딜 가나 채식 메뉴가 있었다. 맥도널드나 버거킹에도 비건 버거는 언제나 있었다. 행사에서 식사를 할 때는 매번 음식에 알레르기가 있는지 채식을 하는지 체크한다. 항상 3가지 이상의 메뉴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 메뉴 중 베지테리언 메뉴는 언제나 준비되어 있었다. 참 성숙한 배려다.


그러나 현재 터키에 와 있다. 터키에 그런 자상함은 없다. 평소에 식사를 할 때도 채식 메뉴를 찾느라 항상 진땀 뺀다.

열심히 채식 메뉴를 찾고 있다.

이제 봉사활동을 하는 NGO가 정해졌다. 난민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전체 터키 국민들에게 교육 환경을 제공하는 단체이다.


점심 식사를 제공해준다. 당연히 메뉴의 다양성은 없다. 그리고 고기가 들어 있다. 처음에 고기가 들어가 있으니 식사를 건너뛰어야 하나 생각했다. 그러나 배가 너무 고프기 때문에 일단 고기를 제외하고 다 먹었다.

이제부터 깊은 고민이 시작된다. 이 남은 고기를 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


필자가 채식을 시작한 가장 주된 이유는 환경,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이유였다. 그런 측면에서 생각한다면 음식을 남기는 것은 환경을 해치는 행동이니 남김없이 먹는 것이 맞다.


그러나 채식을 시작한 이후로 고기를 먹고 나면 소화를 하는 것이 영 편하지 않다.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안 되는 느낌이다. 터키에 처음에 와서 채식메뉴를 찾지 못했을 때 그런 느낌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바라보니 별로 먹고 싶지 않았다.


또한, 채식을 하는 이유는 함께 채식을 하는 사람을 조금 더 많이 만들고 싶어서이다. 채식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먼저 채식을 하는 소수자들이 조금 더 존중받을 것이다. 둘째로, 환경에 분명히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채식을 한다면 인간이 그렇게 많은 소와 돼지, 닭을 사육할 필요가 없어진다. 더 많은 땅을 이용할 수도 있다.


마지막의 이유를 생각하며 고기를 먹지 않기로 결정했다. 앞으로도 계속 고기를 먹지 않는다면 누군가는 그 이유를 궁금해할 것이다. 그 궁금증에 질문을 한다면 필자가 채식을 하는 이유를 설명해줄 것이다. 그리고 그 설명을 들은 사람 중 일부는 채식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다시 그중 누군가는 채식을 시작할 것이다.


확률적으로 높은 비율은 아니다. 그럼에도 계속 고기를 거부하고 먹지 않아서 한 명이라도 채식을 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고기를 먹지 않을 가치는 충분히 있다. 점심 한 끼 정도 제대로 충분히 먹지 못해도 괜찮다. 같이 나오는 수프 많이 먹으면 된다.


채식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이 사회에도, 그 개인에게도 더 긍정적 영향이 미칠 것이라 믿는다.


이 글을 쓰는 이유도 같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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