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 40분. 나의 퇴근 시간. 군청에서 일하는 친구는 매번 부러워한다. 물론 타당한 이유가 있다. 교사는 9시가 아닌 8시 40분까지 출근한다. (30분에 출근하는 학교도 있는데, 이건 학교마다 다르다) 그리고 점심시간을 근무 시간으로 친다. 이게 무슨 말이냐? 밥을 편하게 못 먹는다는 뜻이다. 밥이 입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코로 들어가기도 한다는 뜻이다.
급식 지도는 교실에서부터 시작이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종이 칠 때쯤이면 수업을 일찍 마무리한다. 그리고 아이들을 화장실로 보낸다. 손 씻기 시간. 물로만 씻던 학생을 발견한 지 얼마 안 됐다면 손 씻기 시간은 조금 길어진다. 얄미운 아이가 ”쌤, 00이 비누 안 했어요“라고 굳이 안 해도 될 말을 하면 조금 더 길어진다.
손을 다 씻었으니 이제 줄을 선다. 보통 학기초에 급식 먹는 순서를 미리 정한다. 교사의 성향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과거 우리 반은 철저히 번호순이었다. 1번이 1등을 하면 그다음 날에는 마지막. ‘한 선생님’은 모둠별로 줄을 서게 하셨다. ‘유 선생님’은 아이들과 민주적인 방법으로 정하셨다고 했다. 월요일은 기수대로(1기는 3명, 2기는 4명 이렇게 정한다고 한함. 기수를 정하는 방법도 있었는데, 자세한 방법은 유쌤께), 화요일은 남녀 따로 선착순으로 하고 먼저 가는 건 가위바위보로 결정, 이런 식이었다. 그때 설명해 주시던 선생님의 표정을 봤는데, 아주 일그러져있었다. 정하는 방법은 민주적이었지만, 정해진 방법이 완전 꽝이었다. 나는 ‘학생’의 의미를 다시 한번 떠올리면서 교사의 독재(?)가 나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면서 나라면 어떻게 이 사태를 해결할 것인지 고민했다. 유 선생님은 한 주 동안 시도해 보고 다시 회의를 해볼 거라고 하셨다. 지혜로우셨다.
줄을 다 서면 이제 급식실로 간다. 급식실에서 지켜야 할 규칙을 미리 배웠지만 매번 언급해야 한다. 아이들은 아이일 때는 아무렇지 않다가 아이들이 되면 과감해진다. ‘이 선생님’은 집단을 이루면 공격성을 띠는 메뚜기 떼에 비유하기도 하셨다. 예전에 체육 대회에 나갔던 아이들이 회식 자리에서 가게 유리를 깬 걸 생각하면 막 틀리지만은 않구나 싶다. 배식 시작과 동시에 선생님은 자리를 안내한다. 한정된 급식소 자리에 여러 반이 앉아야 하기에 첫 자리를 잘 안내해 주어야 한다. 그렇게 마지막 학생이 앉고서야 선생님은 식판을 가지러 간다.
급식을 받고 자리에 앉으면 앞에도 옆에도 반 아이들이 있다. 우리 반 아이들은 내가 앞에 있으면 좋아했다. 나도 좋다. 하지만 사실 혼자 먹는 게 더 좋다. 그렇지만 티는 내지 않는다. 같이 먹는 게 힘든 이유는 자주 일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장난을 치는 횟수가 많아지면 일어난다. 짜요짜요 꼭지를 떼주라고 하면 일어난다. 자기가 쓴 휴지를 두고 가거나 겉옷을 두고 가면 일어난다. 먹기 싫은 반찬을 젓가락으로 휘젓고만 있으면 일어난다. 애플워치가 참 좋아하겠다.
교실로 돌아가서도 지도는 이어진다. 밥을 다 먹었으니 이를 닦아야 한다. 어제도 칫솔을 안 가져온 아이에게 오늘은 가져왔냐고 물어봐야 한다. 이 안 닦고 축구하러 나간 아이를 호출해야 한다. 이 다 닦고 혼자 놀고 있는 아이가 있으면 같이 놀아주기도 한다. 그렇게 아이들은 즐거운 점심시간을, 선생님은 더 바쁜 근무 시간을 보낸다. 6학년은 조금 편해 보이던데. 아니, 취소.
한 책에서 ‘점심시간은 오로지 나의 것’이라며 업무를 하지 말라고 했다. 어림없는 소리. 집중력을 도둑맞아도 좋으니 대신 퇴근 시간을 더 빼주기로 하자. 1.5배 더 빼자. 아니, 2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