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아니고 와인의 나라, 조지아에 살다.
나는 지금 조지아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 있다. 나는 창가 자리에 앉아있고 내 옆으로는 좌석이 모두 비었으며 비행기 안은 고요하다. 몸은 참 편하게 앉아 있지만, 마음은 이리저리 요동쳐서 어쩔 줄 모르겠다. 왜 조지아에서 일해보겠다는 선택을 했을까. 여행도 아니고, 교환학생도 아니고, 그곳에서 일을 한다니. 왜 이 선택을 했는지 나조차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나를 시험해보기로 했다. 낯선 땅, 두려움, 걱정, 한 치 앞도 모르는 미래 등 복잡한 생각이 나를 어지럽게 하지만 그래도 지금 비행기 안에 있지 않은가. 수도 없이 고민했다. 비행기 표를 예매하고, 짐을 정리하면서도 정말 가는 게 맞을까 하고 말이다. 이제는 결심했다. 일해보기로, 살아보기로.
어제 가장 아끼는 후배 G와 긴 통화를 했다. 나는 항상 준비만 하고, 어떤 결과가 나오는 날만 기다리느라 정작 나의 하루하루는 온전히 살아보지 못한 것 같다고. 준비하는 시간, 고민하는 하루들은 그냥 흘려보낸 시간 같다고.
마음을 다해 온전히 살아보기. 조지아에서 사는 동안 나의 목표이다. 그리고 이 말을 하는 날이 분명히 올 것이라 믿는다.
“살아보길 잘했어, 조지아.”
“정말 살아보길 잘했어, 조지아.”
조지아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몽롱하게 앉아있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조지아에서 일 년을 살고 한국으로 돌아와 이 글을 쓰고 있다. 비행기 안에서 꼭 “살아보길 잘했어, 조지아.”라는 주제로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는데 정말 조지아에서 살아보길 잘했고, 정말이지 조지아는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야 할 아름다운 곳이었다.
당시 조지아에 가기로 결심하며 세웠던 목표는 대단한 그 어떤 성취보다 언젠가 조지아를 떠나는 날 “살아보길 잘했어.”라는 말을 꺼낼 수 있는 것, 그거였다.
정말 살아보길 잘했다. 나는 지금 조지아의 낯선 거리, 시끄러운 지하철 안, 꼬불꼬불한 조지아 글자, 집 앞의 공원이 보고 싶다. 정신없는 하루 속에서 문득 조지아 교회 앞에서 맞던 시원한 바람, 집 앞 마트 특유의 방향제 냄새 등이 떠오르면, 내 시간은 온통 조지아에 대한 그리움으로 물든다.
이제야 조지아를 이해하게 되었는데, 아니 이제 조지아를 제대로 사랑해보려고 했는데, 달음박질치는 시간은 어느새 나를 다시 이곳 한국으로 데려다 놓았고, 조지아는 길고도 짧았던, 행복한 꿈같은 추억이 되었다.
‘선명한 기억보다 흐릿한 잉크가 더 오래간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머릿속에만 남아있던 그 기억, 하루하루가 여행 같았던 그 시간, 그리고 정열적이면서 소박한 사람들이 사는 나라 조지아에 대한 이야기를 이곳에 하나하나씩 꺼내 보려고 한다.
여행자의 설렘과 사는 사람의 일상 그 중간 어딘가에서 기쁨과 슬픔, 괴로움과 즐거움을 겪었던 이야기를 지금부터 함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