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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남 Nov 07. 2023

낙서를 하다보니 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코리아 중앙 데일리 독자 이벤트 삽화


프로 낙서왕이자 그림일기를 그리고 있는 정미남입니다.

본업은 따로 있지만 지금은 주 2-3회, 10컷에 가까운 분량의 그림일기를 매주 그리고 있고

틈이 날 때마다 손을 움직이는 일을 계속 하고 있지요.





오늘의 낙서는 2015년도의 그림입니다.

잔뜩 그려놓고 모아보니 좋은 글감이 되어주네요.

앞으로 자랑(?)할 낙서는 충분히 많습니다.



그 해에도 어김없이, 아이들을 재우고

나 홀로 조용히 식탁에 앉아

손을 끄적거리고 있었어요.


낙서를 할 때는 저는 밑그림 없이 그립니다.

마음 먹고 작품을 만들어 봐야겠다! 싶을 때는 연필 스케치 작업을 하지만

그저 손이 가는 대로 그림을 그리는 날이 더욱 많아요.

사실 저 그림도 제 낙서 노트에 아들이 주욱 그어놓은 한 줄에서 비롯된 그림입니다.

줄을 그어 놨으니 그 페이지를 그냥 넘길까 하자가, 아들이 사용한 같은 볼펜을 잡고 그 위에 이어서 그렸습니다.

종이가 아까워서요.

빈 면적이 너무 많았거든요.


뭘 그릴까 생각은 깊게 하지 않고 우선 그 선을 이어 넓은 면을 머리카락처럼 그렸습니다.

큰 꽃잎같기도 하고요.

여자의 얼굴도 그려넣었습니다.

저처럼 무쌍입니다.



.


늦은 밤 인도 음악을 들으며 그저 손이 가는 대로 이것 저것 그려넣었습니다.


단 1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제 인생을 바꿔놓은 인도는 아직도 제 삶에 깊이 스며들어 있어요.

그리고 언제나 그리운 곳이기도 합니다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은 마음을 담기도 했고

내가 맡았던 인도의 향기, 보고 느꼈던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빈 공간마다 채워나갔어요.

손이 가는 대로 종이를 빼곡히 채워나갔습니다.



야밤의 낙서를 마친 후, 그 전에도 낙서 기록을 꾸준히 블로그에 업로드했고,

마찬가지로 이 날의 낙서도 블로그에 기록했습니다.


블로그를 보고 코리아 중앙데일리 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제 그림을 이벤트 삽화로 사용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고, 그림으로 무언가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 하던 저에게 벌어진

놀라운 일이었어요.

오직 나만 보는 낙서가 아닌, 신문에 실리다니!

정말 꿈을 꾸는 기분이었습니다.



신문에 싣기 위해 웹 작업으로 다시 선을 정돈했습니다.

그리고 제 낙서가 신문에 실렸어요.

역사에 남을 일이었답니다.






안티 스트레스 프로젝트 라는 이름으로 독자 이벤트를 위한 삽화로 사용되었습니다.

이 그림을 그리면서 저 스스로 안티스트레스가 된 건 맞는데, 제가 하는 낙서가 생각해보니 꽤나 저 스스로에게도 위안이 되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렇게 제 하찮은 낙서에 이름을 붙여주고 나니 납득이 되더라고요.


제 낙서는 스스로 힐링하고 나를 치유하기 위한

유일한 출구였어요.



선 낙서, 후 이름을 지었습니다.

아니, 이름을 줄 수 밖에 없었다는 게 맞는 표현인 것 같아요.





Dreaming of india Again

다시 인도를 꿈꾸다


이렇게 제 낙서는 멋들어진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낙서도 꾸준히 하면 뭔가 될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아직 뭐가 크게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모르잖습니까. 뭐라도 될지.

노오력 보다 조금 더 성공하고 싶다는 꼼수도 물론 있습니다. 저는 아주 솔직한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꾸준함을 잃지 않으려고 합니다.

교과서 빈 칸마다 빼곡히 낙서하던 학생은

어른이 되어서도 제 버릇 남 못줬지만,

그래도 이렇게 신문에도 실릴 수 있다면 꽤 괜찮은 버릇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낙서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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