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죄책감 그리고 새로운 사랑

4-1 <사랑하면 안 되는 것 같아서>

by 별의기록

<나는 너를 품었고, 너는 나를 살렸다>

잊을 수 없는 날들을 기록합니다.

사랑이 남긴 상처와 다시 살아가게 한 온기에 대하여.


※ 이 브런치북에는 반려동물의 죽음, 이별, 강한 감정 묘사가 다소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에 젤리를 입양했을 때, 우리 가족은 낯선 존재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젤리는 분리불안이 있어서 우리 자매를 졸졸 따라다녔지만, 우리 가족은 토토만 봐온 터라 적응이 필요했다. 토토만 보아온 우리에게 얌전한 강아지의 등장은 낯설기만 했으니까.


 엄마가 된 나는 젤리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놀아주면서도 한편으로는 토토가 떠올라 죄책감이 들었다.


 ‘토토가 떠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이래도 될까?’

 ‘아직 토토를 못 잊고 매일 우는데 벌써 젤리를 예뻐하고, 귀여워하고, 사랑해도 되는 걸까?’


 젤리를 볼 때마다 토토가 생각나고, 토토를 떠올릴 때마다 젤리가 옆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둘 모두에게 못된 짓을 저지르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토토와 젤리, 젤리와 토토. 그 사이에서 나는 갈팡질팡했던 것 같다.


 게다가 1년 주기로 카노와 설탕이를 입양했기에 아이들을 진짜 자식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할 때마다 죄책감은 더 커져만 갔다.


 토토에게는 몇 번 주지 못했던 비싼 수제 간식이나 아이들의 생일 케이크를 주문해서 줄 때, 몸에 좋다는 것만 잔뜩 넣어 직접 만든 특식을 먹일 때도 생각이 났다.


 그리고 뒤따라오는 것은 마음 한구석을 짓누르는 듯한 죄책감이었다.


 그 밖에도 주기적으로 해주는 건강검진, 1일 1 산책, 토토가 좋아할 만한 새로운 장난감, 계절에 맞는 예쁜 옷, 좋은 영양제. 이 모든 것들을 세 아이에게 해줄 때마다 과거에는 토토에게 해주지 못했다는 사실만 떠올랐다.


 지금 시대에 토토가 옆에 있었다면 이런 것들을 다 누려볼 수 있었을 텐데.


 특히 뛰어노는 걸 좋아하던 토토였기에 반려견 쉼터처럼 맘껏 뛰어놀 수 있는 곳에 갈 때면, 토토의 생각이 짙어지고는 했다.


 토토도 다 좋아했을 텐데. 같이 있었다면 넷이서 서로 먹겠다고 욕심부리는 귀여운 모습을 볼 수도 있었을 텐데. 또, 이런 것들이 토토가 있었을 때도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날 사로잡은 죄책감은 쉽게 떨어지지도, 떨쳐낼 수도 없었다.


 젤리, 카노, 설탕이까지 세 아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 아이들에게 주는 사랑이 사실 토토에게 갚지 못한 빚을 갚은 행위에 불과한 건 아닐까?’라는 그런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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