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겨울의 한 겨울밤의 꿈, 꿈 아니고 현실?!
1.
한국 직장인 만만세다- 이 정신머리로 출근하겠다고.
버스카드를 놓고 나와 황급히 핸드폰에 요금을 충전시키며 겨울이 생각했다. 두개골이 술에 아직 취해있나, 머리가 울린다. 특히 왼쪽. 왼 손으로 머리를 짚으며 어젯밤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떠올려진다. 생각이 난다. 생각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내가 미쳤지- 그러지 말 걸.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이랑 무슨 짓을 한 거야.
아무리 네가 다 큰 성인이라도 그렇지,
아무리 외로워도 그렇지,
아무리 혼자 살아도 그렇지,
아무리 술이 좋았어도 그렇지.
자책으로 피어오르는 어제는- 스파이시와 우드향. 그리고 담배향. 겨울이 제일 싫어하는, 사랑 같은 것 모르고 연애는 게임으로 아는 생 양아치의 향. 그리고 뜨겁고 일어나서는 안 될, 그런 행동으로 가득했던 밤.
머리를 세차게 여러 번 흔든다. 자신도 모르게 내는 으악 소리에 버스 승객들이 겨울을 잠시 쳐다본다. 합- 그제서야 자신의 입이 중얼중얼 혼잣말을 풀어내고 있다는 것을 안 여자가 황급히 STOP 버튼을 누른다.
찬 바람을 쐬야겠어. 여기서부터 걸어가야지.
부러 두 정거장 앞에 부끄러움 약간, 후회 만땅으로 가득한 겨울이 내린다. 자박자박 로퍼를 신은 발을 언 눈을 피해 딛는다. 조심해야지, 평소처럼. 넘어지지 말고 바른 길로만 걸어야지. 다치지 않게. 곧 다다른 직장 앞, 겨울은 마음을 다잡는다.
여길 들어가서부터는 다 잊는거야. 생각하지 말자. 여긴, 누구보다 … 그런 공간이니까.
가방끈을 오늘따라 만지작거리는 여자의 이름은 임겨울, 그리고 그녀를 부르는 누군가의 호칭은
-선생님! 오늘도 나랑 만났다. 교실 같이 가요오! 오늘 엄마가 아침을 어 라면을 ..
선생님, 초등학교 교사였다. 순수함으로 가득한 직장- 평생을 모범생으로 살아온 그녀에게 어제 일은 있어서는 안 될 한 겨울밤의 꿈이었다. 그리고 다시는 생각지도 않으리라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 실제로 나름 성공해냈다. 수업을 열심히, 무난히 해내던 6교시 까지는. 그리고 학교에서 그를 마주치기 전까지, 정확히 8시간 30분 정도까지.
똑똑, 나무 문을 두드리는 소리. 그리고 문이 열리는 순간.
-선생님, 교실 천장 공사하러 나왔습니다.
어제 처음 만난 남자의 목소리를 기억하는 자신이 싫은 여자의 눈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그리고 눈 앞에 보이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남자는- 츄리닝 복장에 온갖 공구함을 손에 쥔 다른 인부들과 함께였다.
흐억, 나 인생 망하는 날인가봐.
겨울은 자신의 교실을 뛰쳐나와 교무실로 피신하며 다시 한 번 머리를 헝클였다. 그리고 그 앞에는
-선생니임, 뒤에 아조씨 누구예요? 선생님 따라와요. 근데 저 방과후 요리해서 오뎅탕 만들었는데 이것 봐봐요!
하는 3학년 문재가 자신에게 달랑달랑 음식을 흔들었고,
그 뒤에는
-겨울아.
자신의 성을 몰라 이름부터 부르고 보는 남자, 이건오가 서 있었다.
겨울은 그만, 세상에서 탈출하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