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정운은 큐피드? 겨울이 녹는 중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누나. 둘 다 그러고 만 거야? 아 끝을 알려줘야지!
-아 그만 때려! 내가 아직도 고1인 줄 아나본데, 나 이제 다 컸거든? 허. 참. 지난 주에는 그 누나, 홍대 별빛 어쩌구, 거기 알지. 거기 진짜 음악만 들으러 갔거든? 근데 여자들이 어떻게 알고- 날 가만히 안 두더라니까. 이렇게 인기가 많아요, 다들 내가 좋다는데, 어떡해? 뭐 좀 잘 놀다가- 으아악, 아 그만 때려! 진짜 아파!
-그래서, 둘 중에 누구랑 사귀는데.
-지금은 어때. 나 지금은 이만큼 컸는데. 이젠 좀 위험한 것 같지 않아, 나?
-봐봐, 누나. 나 같이 누가봐도 아닌 남자가 누나 선을 넘으면 바로 정색하잖아. 근데 두 남자들에게는 전혀 안 그러고. 누나 마음이 있는 게 분명해. 근데, 둘 다 알아보는 것도 좋긴 한데- 둘 다 일로 관련되어 있다며. 그럼 한 명 정해서 알아보는 게 낫지 않겠어?
-그러니까. 둘 중에 누구한테 마음이 더 있는 건데? 흠, 보자. 어- 아 그렇게 해보자. 나랑 누나랑 둘이 친하지? 근데 두 사람은 그런 걸 전혀 모르잖아. 그럼 둘 중에 누나랑 나랑 어깨동무하고 지나가는데 두 사람이 그걸 동시에 봤어. 누구한테 먼저 가서 그런 사이 진짜 아니라고 해명하러 갈 거야?
그런 정운의 눈에 보이는 두 남자-
체육관 문 밖에서 정운과 겨울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두 남자의 눈길이 차례로 정운과 마주친다. 정운은 직감한다. 저 둘이구나. 그리고 눈이 마주칠 때, 기재에게는 윙크를- 건오에게는 메롱을 선사한다. 그리고는 겨울이 돌아가지 못하게 나랑 더 놀아달라 일부러 칭얼거린다.
-나랑 공놀이 해 줘, 누나. 어렸을 때 처럼.
누나. 내가 왜 대만 영화 좋아하는 지 알아? 첫사랑이라서. 첫사랑이 안 이루어지까. 그게 너무 나 같아서. 나는 자꾸 눈물이 왕왕 나더라고. 그래서, 그 중에서도 갑자기 십 년 뒤에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찾아 보곤 해. 그래서 다시 운명처럼 사랑에 빠지는 그런 첫사랑 영화 있잖아. 내 첫사랑은 눈 앞에 계속 아른거리는데, 나는 진짜 아니라 하고. 나는 자꾸 동생이기만 하고. 내 앞에서 다른 남자들한테 관심 생겼다고 고민이나 하고 말야. 그럼 난 어떡해. 그러니까, 지금 이런 작은 심술은 용서해 줘. 어차피 난 누구한테 마음이 기울었는지 알 것도 같거든. 사랑에 빠진 걸, 자기만 몰라. 바보 누나. 바보 임겨울. 그리고 더 바보 윤정운.
-저, 저 미친 새끼 누구야 저거.
-왜 저 강사랑만 저렇게 친한 거지? 어…그럴 리가 없는데. 임겨울이.
-저, 그, 제가, 체육관을 공사하기 전에 꼭 봐야겠어서요. 그, 임겨울네 선생님이시죠? 같이 들어가 줍시다. 좀.
-임겨울!
-겨울아?
깜짝 놀란 여자가 농구공을 떨어뜨린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정운이 파항항 맑게 웃으며 아랑곳 않고 겨울의 얼굴을 부러 수건으로 닦아준다. 누나, 땀 많이 흘렸어- 하고 물이 든 텀블러도 건넨다. 어어, 고마워. 하며 물을 받아먹자 두 남자가 각기 탄식을 금치 못한다.
정운은 이 모든 상황이 웃기기 그지 없을 뿐. …약간 아픈 자신의 마음은, 언제나 뒤로 하고. 아직은 아니니까. 아직은. 하지만, 곧 자신도. 누나를 데려올 만큼 크면.
-자, 내가 다 만들어 줬다. 이제 어디로 갈래, 누나? 아- 나한테 와도 참고로 무척 환ㅇ….으악! 아 그만 때리라고! 아프다고!
수건으로 먼지나게 풀썩 맞고 있는 정운의 눈이 왜 이상하게 웃는데도 슬퍼보일까. 그리고 겨울은, 누구에게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