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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ul illang Feb 14. 2024

사랑을 끝내는 사람의 자기방어

(20) 사랑을 끝내며 후회 없는 나를 사랑하여 - 일랑

설익은 사랑 하나가 끝났다. 이별이라 붙이기에 단어가 거창한데, 초라한 것도 싫긴 해.



 며칠간 생각해보니 나도 그렇다.

연민인지 우정인지 사랑인지 도통 분간이 안 가서, 사랑하는 여자로서의 태도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후회하지 않는거야, 너.
그저 방어기제는 아닌거야?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게 사랑은 이기적인 거라고 결론내렸기 때문이다.


그러게. 어떤 감정이 뭉게뭉게 떠오를 것만 같으면 일단 시작을 소중히 하고. 그리고서 주변에 그 사람을 붙잡아놓고 내 마음의 모양이 어떤지 요리조리 살피고.



그러다보면 상대에게 영향을 받는데- 그 상대가 주는 감정이나 상황이 날 여자친구 모드까지 이끌어내지 못했고. 그러니 난 여자친구로서 어떤 행동이나 마음을 다 하지 못했어도 후회가 없다.


본격 남 탓 시전이라 하냐면, 맞다.


네가 왜 알아서 러브러브 모드에 돌입하지 않았냐 묻냐면- 네가 먼저 연락한 거 아니냐며- 책임을 묻냐면-
그만큼까지 빠질 수 없던 이유란 게 있었겠거니.
하고 그만 생각하련다.



감정에 질문을 던지고 골똘히 생각한 뒤 따박따박 답하는 것도 좀 웃기잖아.


그냥, 내게 하는 몇 가지 말이라고는


-너, 그래서 지금 결과에 후회 없니?


-그간의 시간들 중 돌아가고 싶은 순간, 있니?



하는 것.




응- 없어. 다만 모두 행복하자.

스쳐지나간 사람일지라도- 나와 관련 있던 사람들은 언젠가 평안과 사랑 안에서 살아가길 바란다.






난 뭘 얻었냐고?


그저 누군가의 시간 안에 살았던 순간이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차곡이 쌓일 뿐.

뭘 꼭 얻어야만 하는 게 사랑은 아니므로.



아-
 다음 사랑은 부디 마음은 무겁고 표현은 산뜻하기를.

마음은 가볍고 표현은 무거웠던 나날들에, 손키스를 달에 날리며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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