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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ul illang Mar 08. 2024

스스로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사랑하는 방법

(24)사랑에서 나를 챙기기 시작한, 오늘의 다짐을 사랑하여 - 일랑

[사랑에 주체가 없어요. 또 자신이 사건에서 쏙 빠졌네.  
그래서, 어떤데요 본인은? 그 사람 어떻게 생각해요?]



상담 선생님께 사랑이 어렵다 푸념했더니 들은 말.

오늘도 정답이십니다, 선생님. 그리고 학생은 여전히 답을 모르고요.


사랑, 하고 싶어서 했으면 좋겠다.


요새 내 고민이다. 일주일간 어찌 지냈냐는 선생님 말씀. 평안하게 지냈다는 대답, 그리하여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할까요 다시 물음. 그리고 내 대답은-


[사랑이요. 다가올 인연에 대한 이야기 하고 싶어요.]



모순 투성이인 나를 사랑해줄 사람을 찾고 있다. 나를 온전히 이해받고 싶다. 100% 솔직한 본연의 모습을 사랑해주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새로운 사람을 연인으로 받아들이기에 겁이 난다. 그래서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그 사람이 지속적으로 내게 관심을 표해준다면. 나는 겁이 날테고 무서워서 멈칫거릴 것이다. 그 사람이 내게 지속적으로 손을 뻗나 가만히 지켜볼테지. 그러다가 그 사람이 얼마간 기다려주면, 그럼 내가 마음을 열 것도 같다. 이렇게 말했다.

그랬더니 정곡을 찔렸다.



내가 없다고. 내 마음이 쏙 빠진 사랑이라고. 그리고 물으시기를,


[인생에 주체가 되는 건 소중하고 중요한 일이에요.


관계에서도 마찬가지고요. 누군가와 어떤 삶을 살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깊어지고, 책임감을 공유할 수 있겠죠. 근데- 그러려면 서로 선택해야 하잖아요. 전 일랑님이 오늘 이걸 잘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방법'이 여전히 어렵다고 했죠? 특히 이성 관계에 있어서 더더욱.

자꾸 끌려가는 것 같아서, 다양한 일이 벌어지고 그걸 혼자 감당하려고 했잖아요.


그게 첫 번째 단추가 될 거예요.

본인이 사랑을 하고 싶어서, 사랑을 시작하는 것. 그리고 유지하는 것.

그게 스스로 소중히 여기는 사람의 사랑이예요.]



그러게요. 하고 머리를 쥐어뜯었다. 여전히 삶은 어렵고, 복잡하기만 해요. 남들은 쉽게만 살아가는 것 같은데- 저는 참으로 하나하나 모든 게 산같이 넘어야할 것만 같아요. 푸념했다. 그러면서도 맞는 말들이라 그대로 껴안고 집에 왔다.


봄인가 보다. 최근 소개팅 해야지? 하고 물어오는 사람이 하나 둘 생긴다. 이상형을 자꾸 말하라기에 나는 그간 위에 있는 바램들을 축약해 단어로 내뱉었다. 이런 것들.


1. (나를 온전히 사랑해줄 수 있을 만큼) 성숙한 사람


2.(사랑 앞에 두려워할 나를 북돋아줄) 다정한 분위기의 사람


3.(끝까지 나를 사랑해줄, 도망치지 않을)책임감 있는 사람


4. (사랑 근처를 서성일수록 어찌할 줄 모르는 나를 잡아줄)차분한 사람



사실은, 모두 한 마디로 바꿀 수 있다. [나를 계속 한없이 사랑해 줄 사람.]

근데, 그것도 참 좋지만 지금의 내겐 도움이 안 된단다. ‘내'가 ‘생각하고’ ‘느끼기를’, ‘나의 기준으로’ 좋은 사람을 선택하여 만나는 게 중요하다 말한다. 남이 주는 애정이 따스해서, 그걸 사랑이라 착각한 적이 많다. 사실 내 모든 사랑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래서 그런 거다, 무릎을 치며 스쳐간 생각.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하자면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해서 연애를 시작한 적이 없다.
남이 주는 가벼운 호감 따위가 신이 나서, 그게 참 갖고 싶어서 휙 낚아챘지.



그간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연애에 익숙했다. 그래서 내 연애는 기능적이었다. 내가 자신 있게 사랑에 빠졌다 자부한 적 없었으므로. 누군가의 사랑의 온기가 필요했다. 그게 내겐 연애의 형태로 다가왔던 거지.



이제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사랑해서, 자신 있게 일기장에 쓰고 싶다.


[나 사랑하는 사람 생겼다. 그래서 그 사람이랑 연애를 시작해 보고 싶다.]


사랑과 연애가 분리되었던 사람은, 드디어 둘을 합쳐보려고 한다.
그 시작은- 내가 하고 싶어서 사랑을 하는 것.
사랑을 스스로 확신하여 연애를 선택하는 것.

남이 주는 것 말고,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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