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순간을 잘 알아챈다. 날 점차 덜 사랑하게 되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없다.
마음이 덜어지는 순간- 서늘해지는 자신의 행동을 상대방은 알고 있을까.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는 걸까. 혹은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거나 튀어나오지 않게 되는 모습인걸까. 어떤 쪽이든- 상처나긴 매한가지.
그런 사람을 경솔히 곁에 둬선 안 됐다며 후회하면서도, 자책하지는 않는다. 다만, 좋은 경험이 될 테지만, 마음이 아려서. 당분간 사랑과 비슷한 호감같은 것일지라도 화들짝 놀라 도망칠 준비를 한다.
예를 들면 이런 순간.
내 답장을 기다리지도 않고 자신이 아침을 먹었는지, 출근을 했는지, 무슨 힘든 일이 있었는지 조잘조잘 자신의 시간들을 남겨놓던 사람이 내가 답을 건네야만 겨우 하나 답장이 올 때.
피곤하니 먼저 자도 된다고- 나를 기다리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도 말을 듣지 않던 그 사람을 내가 기다리기 시작할 때. 아무런 연락 없이 자신의 삶에 충실할 때. 나도 모르게 익숙해진 그의 연락을 내가 졸린 눈 비비며 바라고- 그 사람은 다음날 피곤해서 잠들었다며 점심께나 알려올 때.
내가 무슨 일상을 보내는지 궁금해하지 않을 때. 내 이야기를 듣는 대신 자신의 감정만 와라락 쏟아놓을 때.
답장을 바라는 말투 말고 어디 의무감으로 올리는 보고서 마냥 신변 변화를 알려올 때.
나여서 사랑한다는 마음이 전혀 들지 않게 누구여도 대체될 것 같다 느껴질 때.
나는 내가 겁나는데. 너한테 너무 잘해줄 내 모습이 보여서.
마음의 경계를 굳건히 한다. 이런 나를 보고 주변인들은, 유미의 세포처럼 두 자아가 열심히 싸우고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청춘이라며, 부러운 순간이라나. 지금 그런 고뇌를 즐기라더라.
고뇌같은 거 하나도 안 즐길거다. 평안하고 포근하여 깊은 사랑 앞에서 춤추고만 싶은, 그런 밤이다. 아- 외로워. 마음이 외롭다.
깊은 사랑 앞에서 산뜻하게 스윙 댄스를 추고 싶다. 붐붐거리는 시끄러운 음악은, 딱 질색이야. 내 템포에 맞추어 당신, 춤을 신청해줘. 그 자세로. 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