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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밥 Nov 22. 2019

하마터면 울 뻔했다

아웃풋의 괴로움

가끔은 글 쓰다 울고 싶을 때가 있다. 며칠 전 그랬다.


인류의 미래를 예측하는,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읽었다. 그 유명한 <사피엔스>보다 개인적으로 더 재미있었다. 내가 당연하다고 믿었던 일이 깨질 때 나는 통쾌함을 느끼는데 <호모 데우스>는 그야말로 사이다였다. 지난 역사를 통해 그려본 미래, 그 속에서 찾은 통찰은 실로 어마 무시했다. 나는 이 어마 무시한 통찰을 서평에 담고 싶었다.


욕심이 커서였을까, 정리가 안됐다.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니는 생각을 글로 표현하기가 힘들었다. 월요일까지 서평을 완성하는 건 독서모임 팀원들과의 약속이자, 나 자신과의 약속이기도 했다. 꼭 지키고 싶었다. 하지만 모니터 속 면은 내 머릿속처럼 하얗기만 했다. 마감시간은 다가오고 글은 진도가 안 나가니 그야말로 엉엉 울고 싶었다.


방송원고를 쓸 때도 글이 안 나와 울고 싶던 적이 있었다. '아오! 왜 이렇게 까지 살아야 하지' 하며 노트북을 탁! 덮고 눕고 싶었지만 그럴 순 없다. 마음을 가다듬고 한 줄 한 줄 빈 공간을 메우듯 글을 채워나간다. 멍했던 머리는 어느 순간 각성이 되고 집중력에 불이 켜지면 점점 속도가 는다. 글쓰기에 가속이 붙으면 엑셀레이터에 얹은 오른발을 살포시 눌렀다 뗐다하며 속도가 아주 떨어지지만 않게 조절하면 된다.


언제나 그랬듯 또 서평을 완성했다. 머릿속을 쥐어짜며 쓴 서평은 재독 이상의 효과가 있다고 본다. 구성에 필요한 텍스트를 모으고 논리적으로 배열하여 생각을 덧붙이는 일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독서가 인풋이라면 서평(글쓰기)은 아웃풋이다. 독서가 먹는 일이라면, 서평은 살 빼는 일이다. 먹는 건 쉽지만 몸무게줄여 '결과'를 만드는 어렵다. 뇌가 고통스러워야 비로소 생각을 몸 밖으로 꺼낼 수 있다. '아픈 만큼 성장한다'는 위로는 취직에 실패한 친구가 아니라, 나의 뇌에게 해줘야 하는 말이다.


마감에 닥친 글쓰기만 그러할까. 우리는 때론 무언가를 반드시 해내야 할 때, 너무도 막막해 어린아이처럼 울고 싶어 질 때가 있다. 어쩌면 그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 일지도 모른다. 나에게 중요한 걸 놓치고 싶지 않아서 말이다. 어떻게든 해내면 스스로에게 믿음이 생긴다. '나는 분명 어쨌거나 해낼걸?' 하며 그 힘든 걸 또 해낸다. 이 선순환 고리는 자존감을 높여주며 다음을 나갈 힘을 준다.


오늘도 결국 해낸 우리는, 내일도 분명 잘할 수 있을 것이다.




Q. 글을 쓰다가 울고 싶었던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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