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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에 기댈 수 있게 돌아와 줘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by 글앤리치

출근하고 오전에 한쪽팔로 콘센트를 뽑다가 어깨가 찌릿하는 통증을 느꼈습니다.


결국은 오후가 되면서 조퇴를 하고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사실은 5월 초에 치료받던 어깨가 괜찮은 것 같아서 병원을 안 가고 운동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운동 횟수가 늘어날 때마다 다시 통증이 올라오고 불편해졌습니다.


근육통일 수도 있겠다 생각하고 병원을 안 가고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주부터 한쪽 팔을 뻗어서 뭘 잡으려고 하면 다시 통증이 있습니다.


부리나케 중요한 업무를 해놓고 예약된 시간에 맞춰 조퇴를 했습니다.


의사 선생님 예약 시간에 맞추려고 4 시에 퇴근을 하고 서둘러 사무실을 나왔습니다.


긴 복도를 걸어 나오는 동안 뒤통수가 따가웠지만 경주마가 되어 앞만 보고 퇴근했습니다.


바쁜 동료들,


남겨진 업무,


상사의 통화 소리,


'에라 모르겠다' 회전문을 나오는 순간 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거리는 한적하고


눈이 시리도록 햇볕이 쏟아져 내립니다.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동안 발걸음이 조금씩 가벼워집니다.


건널목에서 마주친 꼬마들에게도 환하게 웃어줍니다.


'카이저 소제'처럼 어깨도 펴지고 걸음걸이도 당당해집니다.


어깨는 아프지만 조퇴하니 기분이 좋습니다.


학창 시절에 시험 마지막 날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전 시험이 끝나고 나면 오후에 친구들하고 야구장도 보고 영화관에 가서 동시상영 영화도 보고 놀이공원도 가던 그 시절이 갑자기 생각이 났어요.


친구들에게 어깨가 아파 병원에 가느라 조퇴했다고 하니 너도 나도 한 마디씩 합니다.


어깨만 아파서 다행이다.


나는 무릎도 아프다.


OO는 허리 시술하느라 3일을 입원했었다더라.


아프기 시작할 때 치료를 잘해야 고생을 덜한다.


모르겠고 언제 만나서 소주나 한잔하자.


꼬꼬마 친구들이 세월이 흘러 갱년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기쁜 일은 별로 없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좋다는 건 여러 가지 먹는데도 아픈 곳이 늘어납니다.


뭐 대단한 걸 하지도 않는데 그냥 아파지는 게 서운합니다.


그나마 맘 편히 만나는 건 친구들인데 서로 바빠 만나기도 힘듭니다.


각자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살다가


가끔 만나서 서로 얼굴만 보고도 깔깔대던 그 시절처럼


건강하게 지내면서 오래오래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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