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기 힘든 단풍 시즌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 참 좋은 나라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낭만과 아름다움을 모두 느낄 수 있는 나라가 그리 많지 않기에 그 소중함이 더 각별하다.
자연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캠퍼들에겐 사계절이 주는 즐거움이 더 크게 다가온다.
자연이라는 게 나무들이 주는 느낌이 큰데, 요 나무들도 생명체라 날씨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봄에 벚꽃캠 하기가 어렵듯, 가을에 단풍캠 하기도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매일 보는 동네 공원의 곱게 물든 나무들을 보고 단풍캠을 계획하는 건 그리 현명한 결정이 아니다.
봄 나무들이 화사한 모습으로 세상을 밝혀줬다면
여름 나무들은 그 무성한 짙푸름으로 세상을 지켜줬고
가을 나무들은 성숙한 아름다움으로 세상을 장식한다.
빨갛고 노랗게 물든 단풍나무와 은행나무들이 청명한 가을 햇살에 투영되는
그 순간의 느낌이 너무 좋아서 난리가 나는 계절이 바로 가을이다.
이 멋진 자연을 느껴보고자 또 캠핑짐을 꾸린다.
하지만 캠핑장에는 의외로 은행나무나 단풍나무가 흔하지 않다.
그리고 뉴스에서 알려주는 단풍시기만 믿고 멋진 단풍을 예상하며 강원도까지 달려갔지만
허탕치고 돌아오는 경우도 매우 흔하다.
보호수처럼 늠름하고 커다란 은행나무 정도는 아니어도
노랗게, 빨갛게 물든 나무 아래 텐트를 치는 일도 그리 쉽지만은 않다.
의외로 상록수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그다지 예쁨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누렇게 물드는 나무들도 많으니까.
단풍캠하기 좋은 캠핑장들은 대부분 국립공원이나 지자체 야영장이 많다.
월악산 닷돈재 자동차 야영장, 방태산 자연 휴양림, 치악산 금대에코힐링 야영장, 내장산의 내장 야영장 등
사설 캠핑장들이 따라올 수 없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숲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유난히 청정한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울긋불긋한 단풍들이 베푼 향연에 초대받은 느낌을 주는 가을캠.
그 호사스러움을 만끽하고 싶어서 간다. 아니 찾아간다.
강원도를 시작으로 충청도, 전라도 순으로 단풍 물결을 따라 즐기는 가을캠은
유난히 짧은 가을을 두 배로 즐길 수 있는 행복한 비결이다.
그 가을 숲 아래 하루 내 집을 짓는다.
한 평도 안 되는 작은 공간이지만 그림처럼 아름다운 집이 완성된다.
가을 깊숙한 곳에 들어와 앉아있는 이 기분. 가을이 주는 평화로운 선물이다.
단풍 끝자락에 하는 캠핑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단단히 붙어있던 나뭇잎들이 그 힘이 약해져 바람 한 자락에도 우수수 떨어져 버린다.
봄에는 꽃눈이 내리고, 가을에는 낙엽눈이 내린다.
바람 소리와 함께 휘날리는 낙엽들의 모습이 장관이다.
일 년 잘 지냈다고 인사하듯 날아가는 낙엽들에게 나도 모르게 황홀한 인사를 하게 된다.
길어야 2~3일밖에 볼 수 없는 이 풍경들, 정말 감사한 축복이다.
한낮의 잔잔한 화려함을 듬뿍 느끼고 나서 찾아오는 가을밤엔 불멍으로 즐거움을 이어나간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서늘한 가을 공기가 화로대의 열기로 훈훈해진다.
불멍 하기 딱 좋은 계절, 가을~
장작이 타오르는 불꽃 역시 단풍빛을 닮았다.
울긋불긋한 불빛이 오르락내리락 아름답게 춤을 춘다.
자연은 정해진 것 없이 우리가 눈치채지 못할 속도로 서서히 변하며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마치 하루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이처럼 계절도 성장하는 것 같다.
초가을엔 뭔가 좀 어설프고, 가을의 정중앙에선 완숙미가 느껴지고, 늦가을엔 쓸쓸하지만 평온함을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 자연이 좋아서 캠핑을 한다.
아쉬운 가을캠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단풍명소 카페에 들르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다.
멋진 풍경을 바라보며 예쁜 디저트를 먹는 즐거움이란~~
곱게 물든 단풍나무 아래에서 텐트를 치고, 불멍을 하고, 아름다운 카페에 들러 디저트를 즐기는 일.
요렇게 한 세트가 되는 완전한 가을캠핑!
올해도 비슷하겠지만 또 다른 가을 속에서 색다른 캠핑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