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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지마 Oct 03. 2018

마음의 상처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마음의 상처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너무도 깊은 곳에 

짐승의 손톱으로 살을 뜯어낸다.


그게 너무너무 깊어서

내가 아픈 줄도 모른 채 살아간다.








요즘 왠지 우울해.

어딘가 마음이 답답해.

하기 싫어. 아무것도 하기 싫다.

계속 잠만 자고 싶다.

다 꼴도 보기 싫어.





세상 멸망해라.







* * *







마음의 상처는 너무 깊은 곳에 있다.

짐승의 손톱을 들고 

깊은 구덩이를 파낸다.




너무 깊어서 그래.

손에 난 아주 작은 상처라도 

세수하려고  설거지 하려고

찔끔 수돗물만 닿아도 아픈데,

마음의 상처는 얼마나 아프겠어.




남들에겐 보이지도 않아.


나 아프다고 분통 팟 터뜨리며 

아무나 붙잡고 울고 싶은데

도대체 어디가 아프냬.

네가 왜 아프냬.

나 이렇게 뻥 뚫려 꽉 막혀 있는데.




그럼 어쩌지.

여기엔 약을 바를 수도 

밴드를 붙여줄 수도 없는데.



그렇게 곯아 가.

곯고 곯아 

결국 이런 상처를 가져버린

나약한 나를 탓해.




원망해. 저주해.

그렇게 병들어 가.









어째서 인간은 피와 살로 이루어졌을까.

덕분에 나는 고통에 세상을 살아가.


하늘이 푸른 만큼

바다가 물결치는 만큼.

내가 철로 구성됐다면 쉬웠을 것을.


부러지면 나사를 박고

부식되면 때우고

번뇌하고 번뇌하여


내가 나를 파괴하는 사치는 

즐기지 않았을 것을.






* * *






누가 내 얘기 좀 들어줘.

내가 들어줄게.



남들도 다 힘들다는, 위로

아닌 잔소리 듣고 싶지 않아.



저가 더 아프대.

어떻게 아픔의 무게를, 크기를 비교해.



누가 감히 

내 게 더 크다 자랑할 수 있겠어.

우리는 다치기에 성장해.

그런 말도 듣기 싫지.



뼈와 살로 이루어진 이유는 

다쳐도 또다시 내일을 살기 위해서야.

됐어.



내 가족과 친구와 일과 이번 생이

꼴도 보기 싫은 이유는

너무 사랑해서

너무 사랑해서 그래.



잠시 지친 거야.

나 지금 벼랑 끝에 아찔하게 서있는데

손 뻗고 싶은데 차마 말하진 못해.

너무 사랑해서.

...











누군가에게 전화 걸어봐.


대화중에 조인성처럼 

입에 주먹을 넣게 되도

나중에 창피해서 얼굴을 붉히더라도

당장 사랑하는 가족에게 친구에게 

세상에게

전화 걸어봐.




아니면 상처를 채워봐.

고슬고슬한 쌀밥으로, B급 영화로

선선한 바람이 이끄는 밤중의 산책길로

야밤의 라면으로, 

평소라면 안 사먹었을 비싼 음료로

몸에 딱 맞도록 예쁜 옷으로,

왈칵 울음 터지는 발라드로, 

고막 찢어지는 클럽 음악으로.







따뜻한 하루 보내.

진심으로 바라.


될 수 있다면 내가 약을 발라주고 싶어.

밴드를 붙이고 깊은 가슴을 토닥여주고 싶어.



따뜻한 하루 보내.

진심으로 그러길 바라.














* 이 매거진은 모바일로 읽기 좋은 글 편집을 거칩니다. 모든 글 및 이미지의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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