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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지마 Apr 02. 2018

글을 다시 쓰는 중입니다

어디 시원하게 속을 풀어놓을 곳이 없어서




회사 한 곳을 삼일, 두 번째 회사를 삼일.


나는 어쩌면 겉만 말쑥한 사회 부적응자일지도 몰라 


그런 생각에 아침만 되면 멍하니 취업정보 사이트를 응시하곤 했습니다. 그때 동네 사장님이 진행하는 1인 출판 프로그램을 신청했습니다. 지상직 자격증 취득 학원과 호텔 프런트 직원 면접, 기자와 영어 학원 선생님이라는 선택지에서 헤매고 헤매다,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 기분이었죠.


소설은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15살 때부터 써온 소설이지만, 문창과 대학 입시와 소설 공모전을 모두 합쳐 네 번을 떨어지니 이번엔 소설을 쓰겠다는 생각조차 머릿속에 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미국 로망 깨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했던 순간의 행복을 되새겨보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미국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어쩜 저렇게 행복하게 웃고 있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그때의 전 모든 게 행복했던 모양입니다. 그럴 때면 이런 생각도 들죠.


지금은 왜 저렇게 웃지 못하지?



뭐가 문제일까요. 뭐가 그렇게 입꼬리를 잡아당겨 지금의 나는 웃지 못하는 걸까요. 학생의 신분을 벗어나 사회인이 됐기 때문일지, 아니면 그저 그렇게 9시부터 6시까지, 어쩌면 새벽까지 반복되는 일상을 수긍해가는 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일지. 당장 빠듯하게 매일 글을 써도 결국 돈 못 버는 백수의 삶에서 명쾌한 대답은 나오질 않습니다.


 


그리고 사실, 소설 아닌 소설도 한 편 쓰고 말았습니다. 


5월부터 취업 준비. 9월에는 이러다 진짜 우울증에 걸릴지 모른다는, 아니 어쩌면 이미 우울증에 걸린 것 같다는 생각으로 면접 준비. 가슴 떨리는 첫 취직을 10월에. 두 번째 퇴사를 11월에 하고 나니,  제 주변에 남은 것들이라곤 중간중간 아이디어를 써놓은 메모와 십몇 개의 노트. 목숨보다 아끼는 노트북 밖에는 남아있질 않았습니다.


마음이 공허할 때면 글로 채워 넣는 습관은 언제쯤 없어질지, 그때 한창 힘든 삶에 힘이 되어준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빙의글을 썼습니다. 15살 때부터 소설을 깨작거리었던 것 치고는, 창피하게도 아직 완결을 내본 적은 없어서 끝맺음을 목표로 그저 블로그에 연재를 시작했지요.



반응이 없어도 괜찮았습니다. 내가 취직할 때, 비록 일면식은 없어도 힘이 되어준 사람에 대한 나름의 보답이랄까요. 소설과는 또 다른 묘미가 있어 재밌었습니다.


이걸로도 돈을 꽤 번대, 유명해지면.



한두 명씩, 어쩔 때는 하루에 700명씩 찾아오는 사람들은 제 글 때문인지, 그 연예인의 명성 덕분인지 헷갈렸지만 당장 관심을 받으니 그것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루에 글 한 개를 올려야 입소문도 빨리 나니, 저녁 10시만 되면 타자를 쳤습니다. 문장을 쓰면서 맞춤법 한 번, 다 쓰고 나서 문장을 다듬고 다음날 마지막 퇴고를 걸쳐 글을 공개하던 습관과 달리 일단 토해냈습니다.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죠. 이렇게 하면 안 되는데. 


한 달 안에 한 권의 책을 만드는 프로그램과, 하루에 한 편의 빙의글을 내놓겠다는 마음에 쫓겨 엄마의 손길이 결핍된 아이들을 만들고 말았습니다. 어영부영 끝을 냈던 <미국 로망 깨기>의 초판과 빙의글 완결본을 보며 헛헛한 마음이 컸습니다. 이걸 들고 뭘 하겠다는 건지.


그래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유명한 사업가들은 다 한다는 명상의 시간이죠. 그 시간에 도대체 뭘 하길래 대통령이 와도 그들은 만나지 않는다고 할까. 고등학생 때 책을 읽을 때면 무척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알 것도 같네요. 그건 나를 '지키는 시간'입니다. 수없이 나를 통과하는 타인의 삶과 이야기, 남들이 들이미는 잣대로부터 나를 지키는 시간입니다. 


내가 누군지, 뭘 원하는지를 내 안으로 가득 채우며, 나를 성립하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아무래도 다시 써야겠네."였죠. 완결을 목표로 했던 빙의글은 추억으로 남긴 채, 소설을 다시 써야겠습니다. 내 개인적인 이야기와 미국에 대한 정보가 짜깁기되어있던 <미국 로망 깨기>를 다시 써야겠습니다. (지금 이미 그러고 있지만요)


이건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정보와, 제가 전하고자 하는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감정을 솔직하게 담아야겠습니다. 솔직함. 참 두렵고, 겁나고, 나중에 받을 메시지가 조금은 무섭기도 하지만. 솔직해야죠. 가식적인 글로 사람의 가슴에 닿을 수 없다고 배웠습니다.


그래서 지금, 글을 다시 쓰는 중입니다.









현재 <미국, 로망 깨기_교환학생 편>은 텀블벅을 통해 1인 출판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 URL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

https://www.tumblbug.com/geulji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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