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어진 나무들처럼

by 문수인


쾌청한 토요일.

남편과 오랜만에 경주를 찾았다. 대릉원을 산책하던 중 나무줄기들이 저마다 다르게 휘어져 있는 것이 유독눈에 들어왔다. 휘어진 만큼 나무는 스스로 살아있음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빛, 물, 바람, 흙, 그리고 크고 작은 장애물에 부딪히며 나무는 주어진 환경 속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킨다. 시련에 부딪혀 휘어진 나무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성장한 것이 대견했다. 그 휘어짐 뒤에 얼마나 많은 고통이 있었을지 떠올리니, 마음 한 켠이 뭉클하고 아렸다.

그 휘어짐을 바라보다, 문득 사람이 떠올랐다. 사람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장통을 품으며 자라지만, 그 아픔을 쉽게 드러낼 수는 없다. 혹여 사람도 이렇게 저마다의 아픔을 나무처럼 조금 더 쉽게 보여줄 수 있다면 우리는 서로를 더 이해하고 따뜻해질 수 있을까.

사실 저마다 말과 행동들을 조심스레 살펴보면 시간의 그림자가 어렴풋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쉽게 눈과 귀를 닫는다. 판단과 비판이 빚어낸 숲은 어둡고, 숨이 막힌다.

서로 다르게 자란 나뭇가지들이 일렁이는 바람에 합을 맞추며 노래하는 모습이 서로를 안아주며 다독이는 것 같아 나는 한동안 물끄러미,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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