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창문을 열어 밥을 안치고 소시지볶음을 만들고 있었다. 그때, 창문 너머로 매미 소리가 나는 것 같아 시선을 돌렸다. 창문을 바라보며 귀를 기울였는데, 풀벌레 소리가 났다.
‘그렇다면 내가 들은 소리는 뭐였지?’
조심스레 다시 귀를 기울였다. 우는 매미 소리인 줄 알았는데, 밥이 익는 소리였다. 밥솥과 풀벌레의 합창이 매미 소리로 들리다니. 매미 소리가 아니라 내가 매미 소리를 듣고 싶었던 건가? ‘내심 여름을 기다렸던 걸까?’하는 생각은 순식간에 확신으로 바뀌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여름이 오면 땀방울이 눈물처럼 쏟아져, 그 계절을 온전히 즐길 수 없었다.
여름을 기다린 내 모습이 새롭고 낯설었지만 오랫동안 여름 안에서 경직되었던 마음의 변화가 생긴 것에 설렜다.
여름을 안고 잠들고, 아침을 맞이했다. 어제까지 아침에 선선했는데 오늘은 햇살이 두 팔 벌려 나를 끌어안는 것 같았다. 여름의 문턱을 천천히 밟으며 출근하고 있는데, 송골송골 이마에 땀이 맺혔다. 나는 지금까지 왜 땀나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던 걸까? 추운 겨울 숨을 깊게 들이마실 때, 살아있다는 감각을 느꼈던 것처럼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에도 묘한 쾌감이 느껴졌다. 살아있다는 감각, 지금 여기에 집중하며 숨 쉬고 있다는 느낌은 낯설면서도 기분 좋은 선물처럼 다가왔다.
출근하자마자 바로 에어컨 리모컨으로 손이 갔지만, 출근길에 났던 땀방울이 싫지 않은 하루였다. 기꺼이 여름의 문턱을 넘어선 오늘, 줄줄 흐르는 땀방울을 기쁨의 눈물로 받아들일 수 있겠단 자그만 확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