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회사의 채용방식

by 스윗스윙


영국에서 석사를 시작하면서부터 사실 구직활동을 동시에 했기 때문에, 지원한 것들만 해도 200여 곳이 넘는다. (남편이 지원한 것과 합치면 둘이 낸 곳이 300여 곳 가까이 될듯하다) 때문에 뭐 리쿠르트먼트 전문가는 아니더라도, 나름 이 동네의 채용 방식에 대해서는 꽤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가면서 이 시행착오와 경험을 잊어버리는 것 같아서, 아까워서 기록하는 글.


한국에서 취업난이 워낙 심각하다 보니까 정부에서 나서서 청년들의 해외취업을 장려하는 듯하다. 어느 날은 친구가 관련된 곳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나에게 연락이 왔었는데, 유럽 담당하는 동료가 유럽 지역 워킹비자 발급과 취업에 대해 상황을 알아보고자 나에게 역으로 물어보는 것이었다. 해당 공기업에서는 해외취업에 대해서 관리 정도만 하는 것이지,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이 있는 것인지는 전혀 모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쨌든, 한국에도 해외취업 관련된 공식 사이트가 있다길래, '월드잡'이라는 곳에 들어가 봤는데 다른 지역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유럽 지역은 대부분이 워홀을 위한 잡 들이었고, 단타성의 잡들이 많아 보였다 (비자가 해결됐다는 가정하에). 워홀이나 단기 체험 정도로는 괜찮겠지만, 커리어의 시작, 그리고 괜찮은 잡을 잡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고 고스펙을 가지고 있는 한국 청년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잡의 질이 적당해 보이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고 스펙이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한국에서의 일자리 개수도 문제긴 하지만, 내가 학위를 어디까지 받았는데, 내가 어디 명문대를 나왔는데라는 자존심 때문에 그리고 부모님의 기대 때문에 쉽사리 눈을 낮추기가 어렵다. 그리고 대학 졸업까지 들어간 Input이 막대하니, 절대로 좋은 직장에 대한 꿈 포기할 수 없다.


영국의 경우 채용 방식이 크게 세 개로 나누어진다.

/Apprenticeship/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취업에 뛰어드는 청년들이 지원한다. 한국에서도 실업계 고등학교를 나온 학생들이 바로 채용되는 채용 전형이 있는데, 그것과 유사하다. 영국에서는 이 채용 방식으로 들어온 학생들은, 2-3년의 기간 동안 학위를 받아야 하는 조건이 있다 (잡 포지션에 따라). 물론 학위를 받지 않고 계속 회사에서 근무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연봉의 인상 폭이 작다. 연 4%의 인상폭을 적용받아도, 대졸자의 경우 시작한 연봉이 다르니 같은 4%라도 상승 폭이 다르다. 내가 적은 연봉에 만족하면, 그냥 학위를 안 받아도 되고 적은 월급을 받으면 된다. 욕심을 조금 부리면 학위를 받으면 된다. 진급에 따른 차별은 딱히 없는 것 같다. 다만 금전적 차이가 있어 보였다.


/Graduate Scheme/ 학사 이상의 학위를 가진 졸업생들이 지원하는 것으로, 서류 통과-온라인 테스트 (적성검사 비슷한)-비디오 or 전화 인터뷰 - Assessment centre (면접) 등의 순이다. 학위를 막 졸업한 학생들이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이에 상관없이 졸업한 지 2년 정도 안쪽 되면 지원할 수 있다. 한국의 공채와 비슷하다. 회사에서 교육도 시키고, 나름 로열티를 가지라고 이것저것 지원을 해주는데 뽑는 인원 자체가 원체 적다. 영국에서 수학한 전 세계 학생들이 한 번씩은 찔러보니, 한국보다 그 경쟁률도 세다. 물론, 컨설팅같이 근속연수가 짧은 곳은 많이 뽑기도 한다. 참고로, Apprenticeship에서 학위를 받은 사람은 Graduate으로 전환이 된다. Placement라고도 있는데, 학사를 가지고 1년 정도 인턴 마친 뒤, 석사를 받는 조건으로 Graduate으로 전환된다. *참고로, 흥미로운 것 중 하나는 연봉이 25,000 파운드 이하인 경우 학자금 대출 상환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Experienced Job/ 경력이 있는 사람이 지원할 수 있는 것. Glassdoor, linkedin, indeed를 이용하기도 하고 recruitment center에 cv를 내서 기다리는 것도 있다. 경험상 온라인 사이트는 연락 오는 횟수가 좀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사실 발로 뛰는 것이 젤 편하다. 지역마다 리쿠르팅 센터가 많이 포진해 있다. 서구권에서 맨날 네트워크 네트워크 하는 것이, 알음알음 소개로 지인을 통해서 오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다. 엔트리 레벨보다는 주로 시니어급에서는 특히 그런 경우가 더 많다 보니 중역 이상 되는 경우 인맥관리에 힘쓰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영국의 채용 방식에 대해 큰 틀 정도로만 언급을 하였지만, 지자체에서 하는 여러 프로그램, 채용전제 인턴 등 채용 방법이 많기도 하고 복잡하기도 하다. 어쨌든, 어느 한 가지 루트를 통해 입사를 하게 되면 또다시 한번 놀라움과 마주치게 된다. 영국에서는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Apprenticeship의 직원들이 졸업 후 바로 현장에 투입돼서 일하는 일이, 한국에서는 명문대를 졸업하고, 높은 영어점수와 학점, 해외연수 경험은 기본으로 가지고 있는 동료와 선배들이 하던 일이라는 것이다. 업무 내용, 절차 모든 것이 너무 똑같다. 다만 차이는 얘네는 모국어로 한다는 것이고 한국에서는 영어로 해야 했다는 것 정도? 그냥 똑같은 근로자 처지이다.

(한국에서 근로자끼리 서열 나눠서 갑질을 하는 것에 못마땅한 1인으로서... 느닷없지만 유럽 기생충 개봉을 간절히 기다리는 중)


노동인구가 갈수록 줄어가는 한국도 머지않아 이런 시기가 올까? 우리의 세대는 그냥 시대적 상황이 그러했으니 재수 없다 생각하고 엄청난 경쟁과 취업난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엊그제 온 친구가 나보고 여기서 살아낸 것(?)을 독하다는 말로 표현했다. 내 눈엔 버티고 있는 사람들이 더 독한 것 같은데 말이다. 오히려 난 독하지 못해서, 이러다가 몸이 축날 것 같아서 한국에서 잠시 나왔다, 석유 나라 사람들만큼은 아니지만, 베짱이처럼 한량으로 좀 편하게 살고 싶었다. 물론 외국 살이도 쉬운 것은 아니다, 모레도 회의에 들어가서 억양 센 영어 발음에 멘붕이 올 것이 예상되지만... 거금 주고 어학연수에 영어도 배우는 판국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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