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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긋다 Jul 11. 2024

오늘의 출근은 안녕한가요?

월급쟁이 : 권태와 불안 그 사이 어딘가

월급쟁이 : 오늘 월급으로 다시 내일을 꿈꾸는 존재.

'월급쟁이'라는 단어를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문득 떠올린 정의이다. 직접 밥벌이를 내 손으로 한 지 이제 7년 차, 강산이 변할 정도의 기간은 아직 아니지만, 이젠 회사와 내가 각각 어떤 입장에서 상생을 해야 하는지 서로의 포지션을 정리할 줄은 안다. 어렵게 입사한 '첫 직장'이었고, 그만큼  열정다하였다. 그래서 갑작스럽게 찾아왔던 번아웃, 우울증의 의미도 남달랐다. 회사의 성장 이전에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과, 내가 함께 성장해야 회사의 성장이 나에게도 유의미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엔 회사에서 지금 경험해 보면 미래에 가치 있을 만한 업무들에 적극 도전해보고 있다. 가령 예전에는 단순 반복적인 일을 위주로 하려 했다면, 지금은 사업을 기획하여  다양한 사람들과 의견을 조율하고 주도하면서 조금 더 주체적으로 추진해 볼 수 있는 성격의 일을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다양한 직무 역량들을 나의 개인적 성장으로 연결시키도록 하는 것이 포인트다. 그러나 사업적 성과가 발생하더라도 회사의 인정을 바라는 것이 아닌, 나의 성취에 집중하여야 한다는 점이 과거와 다르게 정의 내리는 부분이다. 그래야 오직 시점을 '나'에게 유지한 채, 회사를 활용하여 나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7년 간 직장인으로서, 맡은 역할, 책임에  충분히 최선을 다하였기에, 더 이상 후회 없이 나의 인생 기로를 과감하게 바꿀 수 있었다. 만약 갓 입사한 후배가 나에게 회사생활에 대한 조언을 해달라고 한다면, 일단 후회 없이 맘껏 직장인의 삶을 살아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래야 본인에게 어떤 삶이 더욱 가치가 있는지, 시간이 흐른 뒤 분명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각자 저마다 정해진 시간을 보내야 '지금은 틀리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시기가 찾아온다고 생각한다. 직장인으로서, 월급쟁이로서 사는 삶이 무조건 비전이 없고, 무가치한 것은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회사라는 틀 안에서 맹목적으로 타인의 시선만을 따라가지 말고, 나와 나의 삶의 여정에 대한 질문을 가끔씩 던져가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물음표는 이제 조그마한 느낌표들이 되어 하나씩 답을 알려주고 있다.

번아웃, 우울증 등을 부정적인 경험에 그치지 않고, 내 인생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세상과 소통하니, 그 모든 과정들이 어느새 600 팔로워의 소통할 수 있는 인스타 계정을 운영할 수 있게 해 주었고, 그 안에서 새로운 기회와 인연들을 만들어 주었다. 또한 새로운 꿈이 생겨 지금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여전히 갓생을 달리고 있지만 예전만큼 불안하지도, 쓸데없이 공허하지도 않다. 니체의 철학에서 '인간은 항상 새로운 욕망이 충족되기를 바라는 존재라고 한다. 그리고 욕망이 충족되어 가라앉으면 다시 공허감과 권태에 빠지게 되고, 그 권태를 위기가 아닌 전환기로 받아들일 때, 자기 삶의 진정한 목표를 향해 나아갈 동력을 얻는 때이다'라고 설명한다. 저마다 권태가 인생에 저며올 때 잠깐 멈춰 서서 그 원인을 한 번쯤은 깊이 고민해 보기를 바란다. 그 고민의 어딘가에서 오늘도 월급쟁이어야 하는 이유가 단순한 생계가 아닌 '새로운 욕망을 경험하기 위함'으로 바뀔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그동안 "월급쟁이잔혹사" 브런치북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의 기록이 같은 시대의 고민을 안 고사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공감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다음 연재되는 이야기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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