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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긋다 Jul 04. 2024

그래도 월급쟁이 할 겁니다.

궁즉통(窮則通)은 사실일까?

회사가 더 이상 나를 상징하는 브랜드가 아님을 깨달았다고 해서, 또는 드디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고 해서, 당장 사직서를 던지고 나갈 수 있는 객기를 부릴 수는 없다. 최근 몇 년 동안 디지털노마드족, n잡러들의 퇴사 열풍이 젖은 낙엽처럼 겨우 하루를 버티고 있는 월급쟁이들의 속을 더욱 쓰리게 만들고 있지만, 그럼에도 나는 최대한 회사와 나와의 성장을 병행하기로 결심했다. 그 이유는 단순히 "돈이 없어서"만은 아니었다.

시간이 많다고 해서 더 많은 일을 해내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약 3개월 간의 휴직 기간 동안 나는 온종일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웠다. 하루라도 빨리 나만의 경쟁력을 계발하고 싶은 마음에 밤을 새워서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을 공부하고, 하루종일 콘텐츠 아이디어 기획에 몰두하였다. 하고 싶었던 일이었지만, 실제로 경험해 보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세상이 좋아져도 애니메이션 작업은 여전히 품이 많이 들어가는 고된 작업이었다. 그렇게 절박한 심정으로 하루종일 집에 틀어박혀 작업만 하다 보니, 건강에 이상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목디스크가 도져 거의 2주는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없어 강제적으로 누워만 있게 되었다. 그 와중에 회사는 안 다니고 있었으니 다행이다 싶었지만, 무의미하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는 것 같아 자책감이 크게 밀려왔다. 하지만 그때 깨달았다. 빨리 한다고 해서 계속 빨리 나아갈 수는 없다는 사실을, 조급함은 오히려 먼 길로 돌아가게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시간이 많아도 하루에 내가 할 수 있는 양은 정해져 있었다.

지나친 절박함은 공연한 악수를 두게 만들 수도 있다.

목표를 향한 적당한 절박함은 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자극을 주고, 몰입력을 발휘하게 도와주기도 한다. 그러나 도를 넘어서는 절박함은 정상적인 판단력을 상실하여 악수를 두게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퇴사를 미뤘기에 지금의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갑자기 '퇴사' 대신 '정신승리하자'는 의미로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심리적 자원이 흔들리지 않아야 신체와 균형이 되어 목표를 이루기 위한 집중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을 벗어나고 싶어서 막연한 생각으로 퇴사를 했다가 절박한 마음에 바로 고액의 수익화가 가능하다는 자극적인 광고성 부업들에만 집착했다면,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여유 있게 인스타툰을 연재하고, 브런치 글을 쓰며 차근차근 발전해나가지 못했을 것이다. 퇴사가 "최선의 선택"이 아닌 "최고의 선택"이라고 자신할 수 있는 순간을 맞이하려면 후회 없이 독하게 준비해야 한다. 최소한 생계를 이유로 어렵게 찾은 나의 목표와 꿈을 수정할 수는 없다. 그러기에 당분간은 직장인이라는 옷을 입은 채, 제2의 삶을 전략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퇴사할 수 없어서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기보다회사라는 존재를 어떻게 하면 나의 성공적인 퇴사의 발판으로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쪽을 선택하기로 하였다.

긋따:) (@ geut__ta)

'추진력갑','끈기력장애'의 성격이지만,

죽기 일보직전에 진짜 꿈을 찾게 되어

그날을 위해 느리지만 충실히

오늘도 현생을 살고 있습니다.

- 인스타그램 : @geut__ta

https://www.instagram.com/geut__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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