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문화연구소 #생활문화 #허윤주작가
의자에서 내려올 때
점프를 해야할 정도로 작은 친구들
가을 햇살이 기분 좋게 내리쬐는 9월의 토요일 오전, 의자가 자신의 몸집보다 훨씬 커 의자에서 내려올 때 점프를 해야할 정도로 작은 친구들이 손으로 무언가를 꼬물꼬물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책방열음으로 달려갔다. 열린 문 틈으로 어린 아이들의 무해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책방열음에서는 현재 광진문화재단 주최/주관 프로젝트 <나루 아틀리에> 중 하나인 ‘동화책 놀이’가 진행되고 있다. 동화책 놀이는 놀이학교 선생님이 들려주는 동화책을 읽고, 4-7세 어린이들이 책의 내용과 관련된 미술 활동을 해보는 프로그램이다. 동화책 놀이 유아 수업은 아동, 청소년, 성인 대상의 나루 아틀리에 프로그램들과는 달리 참여자들이 모두 유아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옆에서 부모님의 도움이 필요하다.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된다.
1. 동화책 읽기 후 만들기 시간
2. 아이들이 자유롭게 이동하며 놀이하는 시간
3. 부모님의 피드백 및 대화
오늘은 ‘가시가 없다면’ 이라는 동화책을 읽고 책의 주인공인 고슴도치를 직접 만들어보는 날이었다. 프로그램을 취재하며 살펴보니 선생님의 세심한 배려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바로 만들기에 사용하는 재료에서였다. 오늘 사용될 재료는 클레이, 이쑤시개, 반짝이 보석 피스, 눈알 스티커, 접시였는데, 모든 수업에서 사용되는 재료에는 접착제가 없었다. 어린 아이들이 쓰기에 위험할 수 있는 것들은 사용하지 않고도 만들기 활동이 가능하도록 프로그램을 짜신 것이다.
고슴도치의 눈은 2개여도,
3개여도 상관 없다.
정답은 없는 것이다.
아이들은 클레이에 이쑤시개를 꽂으며 느껴지는 감촉을 경험한다. 고슴도치의 눈은 2개여도, 3개여도 상관 없다. 정답은 없는 것이다. 한 아이는 자신이 만든 고슴도치가 너무 마음에 들었는지, 두 손으로 소중히 들고 다니며 집에 가서 할머니께 보여드릴 것이라고 했다. 취재하고 있는 나에게도 한번 만져보라며 고슴도치를 선뜻 보여주었다.
아이(봄이) : 요기 만져보세요!
나: 앗 따가워!
아이(봄이) : 히히히히히히히
내가 이쑤시개로 만든 고슴도치의 가시를 만지고 따갑다는 것을 몸짓으로 보여주니 아이는 꺄르르 웃는다. 자신이 알고 있는 감각을 타인이 공감해주니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이처럼 동화책 놀이에서는 동화책을 읽고 함께 무언가를 만들며 아이와 부모는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소통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책방열음은 광진구 광장동에 위치한 서점이다. 주로 독립 출판물 판매 및 책과 관련된 소모임 또는 행사를 진행하며, 서점의 이름처럼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카페의 모습을 하고 있다. 아이에게는 놀이의 공간을, 부모에게는 쉬어가는 공간을 내어주는 책방열음의 넉넉한 마음씨를 닮고 싶다. (글 권린아)